[혁신·교육思考] 새로운 언어,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현장 l upload_ posted_Aug 10, 2016

새로운 언어와 예술의 결합,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되다.

 

길고 긴 역사 속에서 기술의 발달은 어떤 사람들에게 늘 영감의 원천이 되고 다르게 생각하는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인터넷과 개인 컴퓨터의 시대 도래 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공개되고 공유되는 정보의 양은 기술의 영역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로 존재하지 않게 만들었고 어떤 사람들에게 그 영역은 넘어야할 두려움의 대상인 동시에 획기적으로 새롭고 매력적인 대상이 되었다.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에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 새로운 언어는 특정 계층에 귀속되면 권력이 된다. 변화하는 세계에 적합한 표현과 소통을 위한 매체를 찾는 자유로운 영혼의 사냥꾼들은 새로움에 대한 갈구와 표현의 욕망으로 두려움 없이 새로운 언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적의 집단이 되고 그들에게 전수된 기술은 그들의 창의적인 사고방식과 결합해서 역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시적연산학교(School for Poetic Computation)

 

2013년 뉴욕에서 설립된 예술가, 프로그래머, 교육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학교이다. 새로운 언어를 가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거움, 혹은 행복이나 아름다움, 기타 사회적 발언 등과 같은 것들을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별다른 제약 없이 누구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비정기적으로 일 년에 두서너 번 각 열흘간 집중적으로 진행이 되는데 단순히 ‘코딩coding’에 대한 규정된 사실과 물리적인 지식만을 습득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러한 도구들에 대한 이해와 함께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양한 워크숍과 수업을 통해 예술과 디자인에 대한 연산적 접근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의 창조적이고 표현적인 특성을 탐구하고 실험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경계가 없어지고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것이 이 비정규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연산법의 시학과 정치학 Poetics and politics of computation”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2016년 여름학기 수업은 지난 8월 1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됐다. 열흘간의 프로그램은 교육을 통해 물리적인 연산과 코딩에 대한 기본적인 구조를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기술이 어떻게 개인과 사회에 권력을 부여하고 혹은 제한하는가, 라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서로 주고받으며 얻어낸 작업을 보여주는 쇼 케이스로 마무리되었다.

 

시적연산학교에서 이 년이 넘는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언어라는 신무기를 장착한 참가자들이 자신들이 속한 자리에서 다시 ‘가르치고’ ‘행동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는 점은 시적연산학교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하고 성공적인 피드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 중 몇몇은 세계 각지에서 자신들이 습득한 새로운 지식과 논리와 생각하는 방식을 다시 공유하고 나누며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 중이며 대부분의 개인들도 조용히 하지만 분명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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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cu-bot and Management-bot, 최태윤, 2011.(사진출처)

 

시적연산학교의 설립자 중 한 사람인 최태윤은 한국과 미국에서 작업하는 활동가로 기술과 도시, 정치적인 가능성들에 대해 가르치고 글을 쓰고 전시 기획을 하며 프로젝트들을 만든다. 위의 프로젝트는 2011년 미국 사회의 경제 불안과 부조리에 대항하여 일어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와 그 시위에 대처하는 미국 사회를 지켜보며 생긴 의문에서 출발했다. 뉴욕 시가 시위 장소인 즈카티 공원(Zuccotti Park)이 사적 소유지라는 이유로 시위대를 몰아내는 것을 보며 민주주의 활동에 대한 의문을 품었고 그렇다면 사람이 아닌 사물이 도시의 공공장소를 점령하고 시위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로봇을 만들었다. 로봇은 어렵지 않은 오픈소스 하드웨어들을 이용하고 간단한 프로그래밍에 의해 다소 거친 형태로 만들어졌지만 사회 문제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비롯된 동기, 동기를 구체화하는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게 하는 기술적 뒷받침과 실제 참여 활동이 있었기에 이 프로젝트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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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위 이미지는 8월 29일부터 9월 23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진행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2014년 설립, 독일 베를린에 베이스를 둔 <School of MA>에서 기획, 진행한다. School of MA의 설립자인 레이첼(Rachel Uwa)은 음향공학과 시각효과에 관한 작업을 해온 예술가로 예술과 기술, 디자인과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습득할 수 있는 경험과 체험에 관심이 많다. 시적연산학교의 프로그램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동문이기도 하다. School of MA에서는 유럽을 무대로 다양한 관점에서 과학과 예술의 접근을 실험하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해오고 있다. 4주 동안 진행되는 위의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에게 소리와 빛 등의 직접적인 감각적인 경험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요소들이 진동하는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기본적인 물리학의 개념에 대해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관점에서 탐구할 수 있도록 한다.

 

파이오니아 워크(Pioneer Works)

 

2012년 뉴욕 브룩클린의 레드 훅 지역에 예술가 더스틴(Dustin Yellin)에 의해 설립된 <파이오니아 워크>는 전통적인 학제의 경계를 깬 다양한 방식의 문화적 실험을 하는 사람들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비영리재단이다. 레드 훅 지역의 버려진 창고를 레노베이션해서 지역사회와 예술가, 과학자, 교육자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전시, 공연 공간, 과학 실험실, 레코딩 스튜디오, 혹은 예술가의 작업실 등 다양한 공간으로 이용되는 복합문화공간의 형태로 운영되며 과학과 기술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 중 하나의 프로그램인 ‘종말의 학교(school of Apocalpse)’는 매달 세 번째 월요일에 진행되는 모임을 주축으로 이루어지며 참가자들은 분기별로 한 번씩 자신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해 그룹에서 발표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또한 보다 집중적으로 특별한 프로젝트나 연구에 의해 글, 전시, 팟 캐스팅, 공연, 캠페인 등의 결과물을 만들고 싶을 땐 별도의 그룹을 조직해 참여할 수 있다. 종말의 학교는 '생존survival'의 개념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실험하는데 초점을 맞춘 교육 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생존은 단순히 삶을 부지하는 것이 아닌 우리 삶의 공통적인 조건들, 그리고 우리 시대와 문명과 문화가 맞닥뜨려 있는 변화의 경험의 총체들에 대한 성찰과 관련이 있다. 당연하게 생각되어지는 개념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질문하고 정의하는 프로그램이며 우리가 현재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 내는 프로그램들을 제공한다. 또한 파이오니아 워크는 테크놀로지 랩을 통해 다양한 과학과 기술 프로그램들을 이용한 워크숍, 포럼, 이벤트 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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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예술 x 코드’ 프로그램. 구글 사의 교육프로그램인 ‘코드로 만들기made with code'와 함께 창조적인 기술 분야에서의 여학생들의 참여를 증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지역에서 참여한 10여 명의 여학생들에게 제공된 교육프로그램이다.(사진출처)

 

2018년 국내 초·중·고교에 코딩 교육이 도입된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우후준순처럼 생겨나는 수많은 영리목적의 코딩 교육 프로그램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코딩 교육이 중요하고 필요한 이유는 취업이 잘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신기술이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언어체계를 통해 다르게 생각하는 방식을 알게 하고 논리적으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깨닫게 하는 데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경계를 허문 과학자, 기술자, 예술가, 교육가 등의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이 협업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토론하고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진계영 잡다한 여러 가지 공부를 했고 다양한 직업을 거쳐 현재는 단국대학교 국제교육센터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혁신·교육思考]에서는 사회혁신 프로젝트, 문화예술교육, 청소년 교육 등을 주제로 새롭고 흥미로운 국내외 사례를 전달합니다. 너무 바쁘고 일에 치여 무언가 새로운 생각과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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