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교육思考]

시각 언어로 정의를 이야기하다

현장 l upload_관리자 posted_Dec 14, 2016

문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16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요즘,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을 올해의 장면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누군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서슴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사람들의 모습을 꼽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두드러지게 눈에 띈 것은 과거와는 달리 시위에 참여하는 개인들의 개성이 드러나도록 제작된 깃발, 피켓 등 자유롭고 위트가 넘치게 표현된 시각적인 이미지들이었다. 예술가들이 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해 비판해온 전통은 오래되었지만 우리 사회에서 예술 영역이 이렇게 다양하고 깊게 지역사회로 확장되고 개입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성장에는 늘 뼈아픈 고통이 따른다. 지난 4월, 우리 사회를 참담하고 무거운 슬픔으로 가라앉게 했던 ‘세월호’ 사건은 각계 각 층위의 시민들에게 자신의 현재 자리와 이웃, 지역공동체 등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술가들을 비롯한 시민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일방적이지 않은 소통을 요구하게 되었고 평화적이면서 당당하게 소리를 낼 수 있는 소통의 방식으로 예술은 이제 예술가들의 도구일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발언의 도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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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숨쉬는 꽃> (출처: 경기도미술관 세월호 희생자 추념전 <사월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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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벽을 꽃벽으로> 프로젝트 (출처: 시사IN) ⓒ시사IN 신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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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정치적 이슈에 대해 거리에 등장한 창조적인 방식의 자기 발언.

보도블록 위 시설과 청 테이프를 이용한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재미있다.

 

올해 4월 16일부터 6월 26일까지 경기도미술관에서 진행된 세월호 희생자 추념전시회 <사월의 동행>전(展)이 예술가 중심의 다소 전통적인 방법으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발언하고 표현하는 형식을 취한 것이라면, 11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범국민대회는 조금 다른 변화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가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고 활동 자체를 공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시민들 역시 주저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서로 긴밀하게 사회적 이슈를 공유하는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이강훈의 제안과 예술 전시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세븐픽처스, 그리고 기꺼이 참여해준 예술가와 시민들의 힘으로 진행된 <차벽을 꽃벽으로> 프로젝트는 예술가와 일반인 모두가 ‘시민’으로 하나 되어 주체적으로 불공정한 권력에 대항하는 평화적인 언어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현장에 있었던 한 시민은 어린 아이들에게 이러한 저항의 언어를 보여주고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의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사실 우리는 대부분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해야 하는 지 공교육을 통해서도, 가정이나 사회적 시스템 안에서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이 보다 나은 사회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살아가기 위해선 어떠한 교육이 필요한가를 생각게 한다.

 

비주얼 스토리텔링으로 정의를 가르치다, <픽쳐 저스티스 Picture Justice>

 

<픽쳐 저스티스> 프로그램은 비영리 사회정의구현(과거 특정 정부의 슬로건과는 관계가 없다. 편집자주) 미디어를 표방하는 뉴욕의 민간단체 프루프 PROOF와 뉴욕유엔국제학교 United Nations International School이 뉴욕시의 고등학생들을 위한 여름 프로그램으로 기획한 것이다. 고등학생들에게 사회정의에 대한 이슈들을 가르치고 사진이라는 도구를 통해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 안에서 해당 이슈에 대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직접적인 행동을 하도록 디자인된 창의적인 포토저널리즘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권 교육과 스토리텔링, 리서치 등을 통해 사회적 이슈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가르치고 때로는 사회적 위기 상황에 대해 연민과 공감을 느끼며 바른 시민정신을 가지고 행동하는 법을 배우게 한 뒤, 사진이라는 시각적 도구를 사용해 그들의 생각과 경험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표현하는 법을 터득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교육에는 법학, 윤리학, 사회학, 심리학 등의 전문가들과 인권 운동가 등이 고르게 참여해 학생들이 편향적인 환경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과 환경에서 스스로의 사고와 의지로 상황을 분석하고 판단하도록 가르치는 것에 중점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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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민간단체 프루프의 <픽쳐 저스티스> 프로그램 2015 (출처: Ligeia Moltisanti)

2015년 <픽쳐 저스티스>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은 미국 내 높은 범죄자 투옥률을 주제로 이에 따른 사회적 문제점들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Broken?>이라는 사진 전시와 심포지엄, 그리고 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연극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정리했다. 현실적으로 쉽게 다가오지 않는 주제일 수도 있었으나 학생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윤리적인 보도와 포토저널리즘 기술에 대해 배우고 교도소 개혁을 위해 일하는 커뮤니티 지도자들을 현장에서 만났으며 투옥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났다.

 

기록과 수집을 통해 배우는 <도덕적 용기 The Moral Courage Project>

 

<도덕적 용기> 프로젝트 역시 프루프 PROOF에서 주관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픽쳐 저스티스>가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이해하고 분석하고 비판하는 사고체계를 훈련하는데 중점을 두고 그것을 사진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한 것이었다면, <도덕적 용기> 프로젝트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발생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기록을 토대로 사태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바르게’ 증언할 사람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달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불공정한 사태에 대해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심어 주려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프로젝트는 프루프의 전문가들로부터 목격자와 증거를 수집하는 데 필요한 윤리학과 방법론 등을 교육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교육을 마친 후 학생들은 전문가들과 한 팀이 되어 이미 갈등 상황이 종료된 특정 지역으로 이동, 도덕적 용기의 예로 기록될 만한 인터뷰, 사진 등을 수집하고 사진에세이나 팟캐스트, 비디오 클립 등의 형식으로 결과를 공유하는 것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한다. 현재 프루프의 <도덕적 용기> 프로젝트는 보스니아, 르완다,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 전 세계의 폭력과 학대, 착취가 있는 곳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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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용기> 프로젝트 (출처: http://proof.org/moral-courage-project/)

<도덕적 용기> 프로젝트는 프루프와 데이톤대학 인권센터 University of Dayton Human Right Center, 인권연구학 프로그램의 협력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사진은 2014년 8월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 시에서 10대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 Michael Brown이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발생한 소요사태에 대해 2016년 5월 진행된 프로젝트의 과정을 보여준다. 인권연구학 프로그램을 전공하고 있는 8명의 대학생들과 프루프 스텝, 인권운동가와 다큐멘터리 저널리스트 등으로 구성된 리서치 팀은 다수의 사람들이 침묵할 때 역경과 위험을 무릅쓰고 나선 사람들을 찾아 대중들에게 알려 사회 전반에 도덕적 용기를 활성화시키려는 목적으로 퍼거슨 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6년, 한 고비를 넘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는 이제 더 이상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받아들일 학생도 시민도 없을 것이다. 가만히 있지 않기 위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과 예술 교육을 통한 표현 방식의 자유로움을 경험하고 습득하는 것일 것이다.

 

진계영 잡다한 여러 가지 공부를 했고 다양한 직업을 거쳐 현재는 단국대학교 국제교육센터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혁신·교육思考]에서는 사회혁신 프로젝트, 문화예술교육, 청소년 교육 등을 주제로 새롭고 흥미로운 국내외 사례를 전달합니다. 너무 바쁘고 일에 치여 무언가 새로운 생각과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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