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관 이야기] ② 거북이공방 2탄

삶의 쉼표가 되는 공간을 꿈꾼다

현장 l Writer_조혜미 upload_관리자 posted_Mar 2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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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하기, 문지르기, 다듬기, 톱질하기 등 나무를 가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이 모든 작업은 단 하나, 손을 이용해서 한다. 손가락 하나에 힘이 얼마나 가해지는지, 손목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양새로 나타난다. 나무는 이미 잘려 작업대 위에 누워있지만, 작업자가 어떤 마음으로 얼마나 애정을 들이는지에 따라 나무의 반응도 다르다. 그러므로 목공 작업은 나무와의 교감을 전제로 한다. 어떤 이에게는 단지 나무토막이지만 어떤 이에게서는 의미를 가지고 그 결과는 대단한 성취감으로 나타난다. 학습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그저 짧은 특강이 누군가의 가슴을 꿰뚫는 인생의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다. 강사는 다양한 분야를 수강생에게 전달하는 매개자의 역할로 마주하지만, 강의 이후를 고민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결국 수강생의 몫이 된다. 지식과 정보를 받아 어떤 생각과 실천을 하느냐에 따라 일상 혹은 삶의 변화도 다양해진다. 자기학습과 노력이 중요한 이유이다. 

여기 상호 소통과 실천을 통해 수강생들이 스스로 변화의 길을 모색해나가는 곳이 있다. 수원시평생학습관 거북이공방 이야기다.

 

<거북이공방 1탄 – 그 곳이 알고싶다>에서 공방의 다양한 강좌와 시설, 규칙을 살펴보았고 <2탄>에서는 거북이공방의 시작과 활동 모습, 지향점에 대해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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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깎는 생활  ⓒ거북이공방 블로그

 

거북이공방, 그 첫걸음

 

-조혜미(이하 조): 거북이공방의 소개를 부탁드린다.

-정다현(이하 정): 거북이공방은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목공을 기반으로 한 제작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다. 처음에는 Maker Space를 표방하고 만들어졌는데 다양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장소적인 한계가 있다고 느꼈고, 2016년 목공방으로 변모했다. 그때부터 목공의 기술을 배우는 강좌를 열어 진행 중이며 프로젝트, 활동모임도 운영되고 있다. 

 

-조: 학습관은 생활문화강좌, 인문학 특강 등의 분야가 주를 이룬다고 생각는데 목공방이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어떻게 보면 문화예술 분야로 볼 수도 있겠고, 예술적인 독립공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거북이공방이 존재하기 때문에 학습관의 프로그램이 풍성해 보이기도 하고… 공방이 운영되기 시작한 첫 모습 혹은 공방의 첫 걸음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정: 맨 처음 공방의 운영체계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공방을 압도하는 형태였다. 주로 기술을 가진 강사가 공방의 장으로 활동을 하는 게 일반적인 운영 방식이고, 이 곳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는 여타 기관에서 운영되는 다른 공방과 크게 변별력을 가지는 공간은 아니었다.

 

-조: 중간에 성격이 바뀐건가? 그 부분이 수강생들의 요구였는지 의도된 기획이었는지?

-정: 요구도 있었고 사건도 있었다. 기존 공방은 기계실과 작업실이 구분되어 있었다. 사실 공방이라는 곳은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고 기계를 사용하여 집에서 만들기 어려운, 혹은 다른 곳에서 쓰기 어려운 기계를 사용해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인 곳이다. 전에는 안전성의 문제 때문에 기계사용이 제한되거나 허가되지 않았다. 간단한 수공구만 쓸 수 있는 상태였다. 2015년 겨울 ‘움직이는 부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용자들에게 기계사용에 대한 욕구가 생겨났고, 학습관에서도 공방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면서 점점 변화하게 된 것이다. 여러 가지 고민과 방향 논의 끝에 공방의 활용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계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고, 2016년 봄학기부터 기계교육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 전에는 공간을 사용하는 데에 초점이 있었다면 2016년부터는 안전하게 공방을 활용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되어 수업이 어찌보면 단조로워지게 된 면도 있다.

 

-조: 수업은 평면적으로 변화했지만 오히려 기초는 더 탄탄해지게 된 것 같다. 거북이공방의 강좌는 처음에는 ‘더 느린 삶’의 한 꼭지로 있었던 건가 ?

-정: 처음에는 이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어떤 내용이든 하는 정도로 시작했다. 지금이야 목공방으로서의 정체성이 확실하지만 예전에는 공간 한쪽에 목공 기계가 있을 뿐이었고, 이 공간에서 캘리그라피나 드로잉 수업, ‘더 느린 삶’ 같은 강좌들이 진행되었다. 또 여러 수업을 다 같이 하다보니 목공 먼지 때문에 다른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워서 분리된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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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거북이공방에서 정다현 연구원의 역할은?

-정: 이음새 역할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강사와 수강자, 공간과 작업자, 가끔 재료와 사람(나무라는 물성과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인 것 같다. 이 곳에서는 운영 매니지먼트 측면보다는 관계나 사이를 연결해주는 이음새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강사님들은 손으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해서 그들이 쓰는 언어를 수강생들이나 학습관 직원들도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부분들을 번역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강사들이 쓰는 언어를 번역하고 수강생 혹은 학습관 내부 직원과 기관의 관계자들이 알기 쉽도록 연결해주는 역할이다.

 

-조: 공방 소통의 중심축인 것 같다.

-정: 거북이공방은 학습관의 다른 강좌에 비해 전문적인 기술을 배워야 하는 공간이다 보니, 그런 부분들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조: 스스로를 이음새 역할이라고 하셨다. 관리자의 입장(공간 운영과 수강생 강사를 관리하는)과, 함께 소통을 하는 입장은 다를 것 같은데 거북이공방을 운영하면서 우선 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 일반 강좌에서는 교수자, 담당자, 학습자의 관계에서 교육 서비스를 받는 형태가 두드러진다. 반면 거북이공방의 경우는 자립을 핑계로 거의 모든 활동을 직접 할 수 있도록 한다. 청소, 수업 준비나 마무리에서부터 테이블, 의자 세팅 같은 것도 스스로 해야 하는 규칙이 존재한다. 그런 부분이 사용자가 공간을 인식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공간을 관리하는 관리자와 사용자가 구분이 되다 보면 사용자들은 공간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기가 어렵다. 그런데 공방의 경우에는 강좌를 통해서든 프로젝트나 활동모임을 통해서든 학습자가 공간의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선반이나 옷걸이를 같이 만드는 것이나 기계실 대청소를 하는 것부터 수업 시작 전·후 청소를 하는 것, 문제가 생기면 수리하는 부분까지 함께 해 나간다. 내가 공간을 사용하는 사용자이지만 관리하는 관리자이기도 하다는 역할과 인식을 부여함으로써 그 분들이 조금이라도 공간에 주인의식과 애착을 갖게 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수강생들이 불편해 했다. 특히 시니어 분들이나 서비스 받는데 익숙한 분들은 당연히 강사가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한 발 물러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거북이공방의 규칙들을 설명하고 함께 관리하다 보니 지금은 위계질서 보다는 자연스러운 동료의식이 연령과 상관없이 나타나는 것 같다. 이런 것들이 완벽히 자리잡는 시간을 3년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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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만드는 목공  ⓒ거북이공방 블로그

 

-조: 거북이공방에서의 관리자 역할이 어느 정도일까 궁금했는데, 이야기를 들으니 판을 깔아주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수강생들이 공간에서 놀 수 있도록 하는 것 같다. 어떤 것을 하면 된다는 큰 틀을 잡아주고 세세한 부분은 학습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는 것, 본인들의 역할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매력적이다. 주체적으로 뭔가를 해 나가는 것에 스스로 만족감을 더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게 아닐까. 처음에는 싫어하지 않았나 ?

-정: 맞다. 처음에는 싫어했다. 어쩐지 강제로 주입한 것 같기도 하고(웃음). 공방이라는 공간에서는 안전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공식적이든 내부적이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곳에서는 기술을 통제하는 강사의 말과 정해진 규칙에 따라 청결에 신경쓰고 작업 관리를 진행한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만든 규칙이라 처음에는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 공간을 운영할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면 충분히 이해해주신다.

 

 

기존에 교육 프로그램 운영자에 대해 가졌던 인식, 즉 수업을 기획하고 강좌시간에는 한 발 물러나 있다가 수강생을 관리하는 업무를 할 것이라는 인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강좌의 큰 틀을 기획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거북이공방의 쓰임, 더 나아가 공간의 의미까지 고민하는 정다현 연구원은 수강생들의 삶에 공방이 녹아들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그녀는 공방이 단지 방문하거나 작업을 하고 가는 곳이 아니라 일상을 즐기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운영자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만남과 관계, 일상에서의 특별한 경험

 

-조: 거북이공방을 운영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경험이 있었나?

-정: 순간순간 있다. 손으로 뭔가를 하는 게 본능적인 욕구라서 학습자들이 그 부분에 대한 감동을 많이 가져가신다. 직조 수업을 하거나 나무 깎는 수업은 기술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다. 그냥 앉아서 나무를 깎는 것뿐 이다. 공방에서는 수업 중간 혹은 수업 끝난 후 티타임이나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때 나오는 학습자들의 이야기 중 기억에 남았던 게 있다. 본인이 대인기피증이 있어서 집에서 나오지 않은 시간이 길었는데 이 수업 때문에 처음 나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첫날에는 힘들었지만 네 번째 수업 끝나고 말씀하시길 일주일에 공방에 한번 가는 것 뿐 인데 이런 시간이 기다려진 건 처음이라고. 이렇게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느슨하지만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실 뭔가 특별한 것을 하는 건 아니다. 대화를 많이 하지도 않고 강사가 뭔가를 설명하지도 않고 본인이 하는 것에 집중할 뿐이다. 단지 같은 공간에 나와 같이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같다. 뭔가를 학습하거나 배우는 것이 대화만 아니라 작은 행위를 매개로도 가능하구나,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구나, 하는 점을 많이 배우고 있다.

얼마 전 ‘나무 깎는 생활’ 수업을 할 때였다. 저녁 수업이었는데 백발의 할아버지들이 5~6명 수업 인원의 절반 정도였고, 3~40대 분들이 절반을 채우셨다. 처음에는 세대가 갈려서 분위기가 조금은 어색했다. 대화도 없이 끼리끼리 작업을 하다가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나무 깎으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시더라. 그러고 나서 분위기가 무르익고 끝날 때 쯤 한 분이 ‘꼭 명절 같았다.’ 고 하셨다. 그런 모습들을 보니 어떻게 보면 연령이나 성별 구분 없이 좋아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거리가 아닐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획할 때는 크게 의도하지 않았지만 운영을 하다 보니 그런 점들을 알게 되는 것 같다.

 

-조: 그런 감성적인 부분이든 소통이든, 배우는 것은 고무적이다. 수강생들이 함께 작업을 하고 어른과 젊은이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소통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느끼는 것도 있을 것 같다. 요새는 일이나 사람, 관계나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을 쓰며 살고 있다. 하지만 공방에서는 본인 손으로 뭔가를 하시는 것 자체가 본인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그 시간 자체가 좋아서 놀다간다고 이야기 하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롯이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좋은 것일 지도.

사실 학습관에서는 사람을 마주하는 업무가 주를 이룬다. 이런 업무를 하면서 만족감을 얻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일을 하면서도 힘들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은 어떤가?

-정: 업무적인 스트레스는 많지 않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한 수강생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거북이공방에서 만난 분들은 다 여유가 있다고. 수업 자체가 느리고, 정해진 규칙들은 작업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방에 있는 그 시간 동안은 모두에게 적용이 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덜 하다.

 

-조: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거북이공방이 차지하는 역할은 어떤 것일까?

-정: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방의 모습은 강좌나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그냥 동네 놀이터처럼 와서 작업하다 가는, 늘 열려있다고 생각되는 공간이다. 오픈데이를 두 달에 한 번으로 늘렸는데 방문하는 분들이 ‘잘 놀다 갑니다!’ 라고 말하고 간다. 그런 인사를 들을 때 깜짝 놀란다. 잘 배우고 갑니다, 이러는 게 아니라 잘 놀다간다니. 세상에. 놀러 오시는 구나! 그냥 지나가다 들르시는 거다. 블로그에 놀러 오시라고 올리기는 했지만 진짜 놀다간다고 할 때 너무 좋았다.

강좌를 통해 배움을 얻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 나를 풀어놓고 놀 수 있다면, 어른들이 와서 그렇게 놀다간다면 학습관에서 거북이공방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평생학습관’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부담감이 있다. 허락된 일부만이 사용해야 하고, 아무나 쉽게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곳. 뭔가 가르치기는 하는데 그것을 내가 들어도 될지에 대한 판단이 안 서는 곳. 강의는 이해되지 않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아는 눈치여서 결국 내가 좀 모자라는 건가 하는 자괴감을 느낄 법한 곳. 학습관의 반딧불이 상담실이 처음 느끼는 부담을 녹여주는 공간이라면 거북이공방은 수강생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이다.

 

 

지속적으로 학습과 삶이 연결되는 공간으로 

 

-조: 공방에서 파생된 커뮤니티나 모임 같은 게 있는지?

-정: 현재는 세 개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화요거북이’와 ‘나무향기’, ‘우드카빙’ 세 모임이 운영되는데 이 중 ‘화요거북이’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요일, 시간에 와서 작업을 한다. 처음 활동모임을 시작할 때 공적인 영역에서의 책임을 부여하면 어떨까 고민을 했지만, 모임 참여자들이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어서 일단 공간을 먼저 개방했다. 그리고 그 분들이 스스로 공공의 역할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정말 기쁘게도 본인들 것을 만들다가 지쳐서 다른 사람들과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말씀해주고 있다. 그래서 지역 혹은 학습관같은 공공의 영역에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같이 생각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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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리만들기 프로젝트  ⓒ거북이공방 블로그

 

-조: 참여자들의 욕구가 외부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 인가?

-정: 그렇다. 그런데 그 부분이 시간이 조금 걸렸다. 어떤 욕구를 구체화할 때까지 기다리고 지지하는 것도 중요한데, 어떠한 기준으로 그 분들을 이끌어 나갈지는 스스로에게 숙제이다. ‘우드카빙’은 나무 깎기 모임인데 이 팀은 토요일 모임이라 젊은 분들이 많다. 나무 깎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셔서 토요일마다 빠지지 않고 나무를 깎으신다. 숟가락, 그릇 같은 걸 깎으면서 스터디도 같이 하고, 함께 열심히 공부를 하신다.

 

-조: 나무를 깎는다는 작업이 어떻게 보면 혼자 하는 작업일 수도 있어서 소통 없이 그냥 왔다가 갈 수도 있다. 이렇게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정: 운영을 하는 입장에서도 놀랍다. 이런 직업을 가지고 이런 사업을 하면 프로그램은 기획하거나 매니지먼트 하는 영역에 그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판만 잘 깔아드리면 그들이 뭔가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제가 그 판을 잘 깔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북이공방은 단순한 강좌 진행이 아닌 그 이상의 방향을 추구한다. 수강생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젝트를 모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강생들이 사적 작업을 넘어 공공성을 염두에 두고 능동적 작업자로 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동시에 거북이공방의 존재감을 한층 넓게 확장하는 길도 찾고 있다.

 

 

수강생에서 작업자로, 이유 있는 진화 

 

-조: 개인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감성적이고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욕구도 강한 것 같은데 그런 성향이 일을 하는데 잘 맞는지 궁금하다.

-정: 학습관보다 거북이공방에 몰입해서 일을 하고 고민하는 부분이 크다. 사실 공방 업무가 아니었다면 기관이라는 곳에서 계속 일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가끔 질문을 한다. ‘그렇다면 다른 기관이나 문화예술계에서 일을 해도 될 텐데 왜 굳이 이곳 학습관일까?’ 생각해보면 내가 잘 할 수 있고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것이 거북이공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조: 버틸 수 있는 이유가 공방이라고 했는데, 공방 업무 이외에 그 버팀목이 되는 다른 요소가 있나?

-정: 수강생도 있고, 작업자(강사)와의 관계도 크다. 그들은 단순히 강사를 넘어서 공방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분들이다. 강사 섭외를 할 때 1회차 특강이어도 직접 강의를 보거나 인터뷰를 하고 섭외한다. 서울이나 양평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있고 타 기관에서는 강의를 잘 안하는 분들이 오는 경우도 있다. 사실 거북이공방이 작업자들이 강의하기 편한 세팅은 아니다. 규칙이나 규약도 많고 예산쓰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제작 문화의 저변을 넓히자, 공공기관에서도 이런 것들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함께 만들어가자’ 라는 부분에 공감해준 분들이 저희와 결합했다.

단순히 기관과 일거리를 연결하는 매개 관계가 아니라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작업자들이 결합한 거라, 그 분들과의 관계나 연대가 중요하다. 수강생 중에서도 이런 저변확대나 문화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분들이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공방에 사람이 더 많이 오게 할 것인가 라든지, 우리가 좋은 선례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

 

-조: 담당자나 수강생 모두에게 어떤 사명감 같은 게 느껴지는 데?

-정: 그런가. 이 곳은 그 분들이 일구신 공간이다. 나는 그냥 학습관에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강사들과 수강생들의 역할이 80%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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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를 위한 테이블  ⓒ거북이공방 블로그

 

-조: 거북이공방을 운영하면서 담당자로서도 어떤 성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공방이 자리 잡기까지 3년 정도를 본다고 했는데 3년 후의 거북이공방은 어떤 모습일까?

-정: 제가 상상하는 공방은 강좌는 없고 늘 열려있는 공간이다. 제작의 교육 방식은 상당히 다양하다. 그 중 기존의 교육방식이 아닌 새로운 교육방식을 강사와 수강생이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디자인부터 나무 고르기 등의 제작 과정을 수강생 주체로 가고 있다. 강사는 옆에서 가이드 정도만 해주는 방식이다. 그런 식으로 제작 기반에서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고 공간도 지금보다 더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면 좋겠다. 지금은 그 환경을 위한 발판을 만드는 과정에 있다.

개인적으로 수원에 살다보니 이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다. 그래서 거북이공방이 오랫동안 이 자리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어머니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오는데, 그 아이들이 커서 엄마가 작업했던 공간이라고 다시 오기도 하고 더 시간이 지나서 거북이공방을 경험하고 자란 세대가 있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조: 학습관이나 교육기관에서는 수업시간에 맞춰 오고 강사들이 강의하면 참여자는 듣고 좋다고 느끼며 돌아간다. 그 단계에서 넘어서기가 어려운데 거북이공방은 그것보다 한 발 나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강사가 있지만 수강생들이 스스로 학습을 하고 있고. 이상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걸로 보인다.

-정: 저희는 재료도 사는 곳을 알려드리지 직접 사다드리지 않는다. 본인이 직접 하는 방법을 계속 알려드리려고 한다. 강사와 학습관이 없어도 혼자 작업을 할 수 있는 게 자립이니까. 공방 수강생들 중에 인문학 강좌나 다른 수업을 수강하는 분들이 있다. 인문학 강좌 등에서 사고를 한 번 깨어 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책도 보고 읽기모임도 한 후에 생각의 변화가 일어나고, 공방에서 한 번 더 변화한다. 학습관의 인문학 기반 강좌가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대안적 삶을 책이나 강좌로 간접 경험 하신 분들이 공방의 취지나 방향성에 더 빨리 공감하고 참여한다고 생각한다. 

 

-조: 2016년에 거북이공방은 어떤 꽃을 피웠나 ?

-정: 작년의 거북이공방은 꽃을 피우기 위해 씨앗을 뿌리고 물을 준 시간이다. 사실 맨 처음 공방을 맡았을 때 너무 열악한 상황이었다. 기술 전문가도 없고 기계는 사고 나고, 여러 가지 일이 겹치면서 기관에서는 관리하기 힘든 콘텐츠라고 생각했다. 왜 다른 기관에서 안하겠느냐, 그 이유가 있었겠지. 공방이 있어도 우리가 추구하는 형태는 아니었다. 기계를 단지 사놓고 쓰라고 하는 정도였으니까. 그때가 씨앗을 심기 직전에 이 씨가 맞는지 고민하는 시간이지 않았을까? 2016년은 싹을 틔우기 위해 물을 계속 줬던 것 같고. 그런데 이제 활동 모임도 생기고 공방의 강좌를 계속 수강하는 분들이 생겨나는 걸 보니 싹이 조금은 올라온 것 같다. 2017년은 어떤 꽃이 필까를 기대하는 단계다. 2018년에는 어떤 일을 할까, 어떤 사람들이 모일까, 그런 것들을 기대하게 되었다. 결국 꽃이 피는 건 수강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시점이 아닐까.

 

-조: 정다현 연구원은 밑거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거다. 꽃의 향기가 기대된다. 이후에 공방에서 진행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나 수업이 있는지.

-정: 지금 프로젝트들은 수강생들의 욕구에 기반한 것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같이 숲에 나무를 구하러 가는 것. 이것의 축소판이 ‘나무 깎는 하루’ 강좌이다. 나뭇가지를 주워 와서 깎는 수업인데 아쉽게도 지금은 깎는 작업에 한정되고 있다. 또 가구 만들기 같은 경우 목재를 구매해오기 때문에 물성이나 생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언젠가는 과정 전체를 경험하는 프로젝트를 투어형태로 해보고 싶다. 제재(나무를 켜는 과정)부터 나무를 잘라서 가공하는 것 까지.

나무에 대해서도 알고 산에 대해서도 알고 크게는 자연에 대해서도 아는 것. 우리와 같이 살아있는 생명인 나무들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느끼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그러다보면 수강생들이 언젠가 진짜 목수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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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깎는 생활  ⓒ거북이공방 블로그

 

 

조혜미
수원시평생학습관 연구원
?
  • 나성에서온 편지 2017.03.23 12:23
    우와~정 담당자님 너무 멋져요~!
    ㄱ ㅓ ㅂ ㅇㅣ ㄱ ㅂ ㅏ ㅎ ㅇ ㅣ ㅌ ㅣ
            ㅜ        ㅗ     ㅇ  ㅗㅏ         ㅇ
            ㄱ        ㅇ
  • 관리자 2017.04.03 17:27
    거북이공방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시는게 느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수강생으로 꼭 한 번 참여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거북이공방 강사 선생님과 수강생 선생님들도 모두 파이팅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