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일 비교 4. 학습내용

일본 사회교육 프로그램의 특징과 과제

이슈 l Writer_김윤정 upload_관리자 posted_Nov 20, 2017

8월부터 2017년 말까지 매달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여 한일 양국 평생학습의 장면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때로는 종으로 때로는 횡으로 들여다 볼 것입니다. 양국의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주제라도 서로 상이한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론 한국의 상황을 일본에 견주어 들여 보다보면 훨씬 입체적으로 파악되기도 할 것입니다. 비교분석할 대상이 있기에 다각도로 살피다 보면 다양한 평생학습의 면면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양병찬(공주대), 김윤정(수도대학도쿄) 두 필자는 각각 후학을 양성하고 있지만 단순한 교직자를 넘어 현장과의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실천적 연구 활동을 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두 필자 모두 공히 양국의 역사와 맥락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해당 주제와 관련하여 더 깊고 풍부하게 천착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이번 <한일비교 4. 학습내용>에서는 김진화 동의대학교 교수가 특별 필자로 참여해 한국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한국에 주민자치센터가 처음 생기기 시작했을 때, 견학을 가서 흥미로웠던 것은 체력단련실이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사회교육시설에 한국과 같이 체력단련실이 있는 경우는 없다. 물론 댄스나 요가 같은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체육관에서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외에 영어회화 같은 어학프로그램이 많은 것도 일본과는 다른 특징인 것 같다.

일본의 사회교육시설은 강좌 제공과 대실 기능, 지역과의 네트워크 만들기 등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강좌도 공민관 등의 직원들이 기획하는 주최(主催)강좌, 지역단체나 그룹과 함께 기획하는 공최(共催)강좌 등이 있다. 

문부과학성에 의한 사회교육조사 통계에서 먼저 강좌(프로그램)의 일반적 특징을 살펴보자.

 

 

『사회교육조사』를 통해 본 일본의 사회교육 프로그램

 

2014년도에 이루어진 시설별 학급·강좌 수는 803,746건으로 그중 공민관에서 가장 많은 35만 9천여 강좌, 도도부현·시정촌 행정부국이 17만여 강좌, 도도부현·시정촌 교육위원회에서 제공하는 학급강좌 수는 12만 4천여 건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내용은 어떨까. 학습내용은 제공 주체에 따라 상이하다. 공민관에서는 교양향상, 가정교육·가정생활, 체육·레크레이션 순으로, 도도부현·시정촌 교육위원회에서는 가정교육·가정생활, 교양향상, 체육·레크레이션 순이다. 한편 도도부현·시정촌 행정부국의 경우는 가정교육·가정생활, 시민의식·사회연대의식, 교양향상 순인데, 전체적인 경향으로는 교양향상이 가장 많고 가정교육·가정생활, 체육·레크레이션, 시민의식·사회연대의식 순으로 학습내용이 제공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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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내용별 학급·강좌 수

<출전:文部科学省『平成27年度 社会教育調査』(調査結果の概要)로부터 발췌작성>

 

 

이와 같은 경향을 바탕으로, 실제 사회교육현장에서 학급강좌와 같은 프로그램은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기획되고 있을까.

 

 

실제 현장의 프로그램은 어떤가

 

도쿄도 인근에 위치한 가와시키시는 인구 150만 명의 도시로, 사회교육에서는 선구적인 지방자치체의 하나로 알려진 지역이다. 가와사키시의 7개 구에는 7시민관(공민관)과 6분관의 13 공민관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시민관의 학급·강좌는 시의 교육플랜이라는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기획되는데, ①사회참가·공생추진학습사업, ②시민자치 기초학습사업, ③시민학습·시민활동활성화학습사업, ④시민·행정협동·네트워크학습사업, ⑤현대적과제 대응학습사업, ⑥학습환경정비사업의 6개 사업항목 속에서 각각의 시민관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그 중에서 타카츠 시민관의 실제사례를 보도록 하자.

가와사키시는 남북으로 긴 지형을 가진 지방자치체로, 그 지역적 특성은 남부에서 북부까지 다양하다. 타카츠시민관은 가와사키시의 중부에 위치한 타카츠구의 시민관으로 마루이라는 쇼핑몰의 11층과 12층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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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관이 위치한 마루이쇼핑몰

 

 

타카츠시민관은 역에서 가까운 시설이기에 접근성이 매우 좋다. 시민관에서는 문해학급, 문해자원봉사연수, 장애자사회참가활동, 평화·인권학습, 남녀평등추진학습, 가정·지역교육학급, 보육자원봉사연수, 어린이양육지원계발사업, 그리고 시민들의 자주적인 기획제안에 의한 시민자주학급(2016년도는 여성관련학습과 온난화방지학습), 시민자주기획사업(2016년도는 지적 장애자관련학급, 평화·인권학급, 다문화어린이학습지원), 시민 임파워먼트연수, 평생학습교류집회, 지역서당사업 코디네이터 양성강좌 등이 실시되었다.

시민관에서 제공하는 학급·강좌는 대부분 5회나 10회에 걸친 프로그램으로 기획되는데, 택지개발에 따른 주택건설로 인해 고령자 뿐만 아니라 새롭게 지역으로 유입된 젊은 가족들이 늘어남으로써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활동이 시민관의 과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취미·교양관련 학습을 제공했던 시민관의 ‘성인학교’

 

타카츠 시민관 뿐만 아니라 가와사키시 시민관의 프로그램을 보면, 문부과학성의 사회교육조사의 결과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취미·교양이 학급강좌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국적인 경향에 반해, 학습결과를 지역에 환원할 수 있는 ‘학습의 공공성’을 의식한 것이 많다는 점이다. 이는 약 20년 전에 새로운 시정이 발족했을 때 행·재정개혁이 진행되었던 데에 기인한다. 취미·교양은 문화센터 등의 민간에게 맡기고 시민관에서는 세금을 사용하는 만큼 공공적인 학습을 중요시하여 학습성과를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방향성이 전환된 것이다. 물론 그 전에는 취미·교양과 관련한 프로그램이 있어 가와사키시에서는 그것을 「성인학교」라고 불렀다. 1996년도에 발간된 시민관의 활동보고서를 보면 ‘생활·문화학습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되어 취미·교양·건강·생활기술 등의 분야에 대해 가까운 곳에서 참가하기 쉬운 기초적인 학습을 중심으로 하는 것’을 성인학교라고 하고 있다.

가와사키시의 성인학교는 사회교육법이 제정된 1949년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설된 것으로, 1996년도 당시 가와사키시 전체 시민관과 분관에서 133과목이 개설되어 있었다. 요리와 어학, 역사, 그림, 문학 등이 개설되어 1996년에 다카츠시민관에서 열렸던 성인학교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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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오전, P:오후, N:야간, ◇:단기과목)

 

 

수강료는 무료이거나 유료일 경우에도 문화센터의 수강료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강생도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연령층이 다양하고 시간대도 오전·오후·야간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강좌가 고루 개설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시민관의 사업내용이 재검토되면서 취미·교양 프로그램은 없어지게 되었다. 학습을 자기완결에서 끝내지 않고 지역과제와 사회문제에 대해 배우고 그 해결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취미·교양같이 학습에 손쉽게 입문할 수 있는 '입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는 현장의 과제가 되고 있다.

 

 

시민관은 시민들과 가까운 시설로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취미·교양으로 시작해 지역 주민들과 직원들이 알게 되고, 그 다음 단계인 심층 학습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첫 번째 계단’으로서 시민관의 기능을 어떻게 담보시켜 나갈 것인가. 그를 위해 현장직원들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노력하고 있었다.

먼저 강의를 일방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면서 다른 학습으로 연결시키는 시도를 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엄마들의 재취업」을 테마로, 서로의 입장에 서서 생각할 수 있도록 지역의 선배엄마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는다거나 자신의 과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는 초등학생들이 아이마스크를 하거나 휠체어에 타보는 경험을 통해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하는 등 체험학습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다음으로는 시민관을 시민들이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 개최이다. 시민관은 목적의식을 가지고 방문하는 시설의 성격이 강한데 그러한 목적 없이도 올 수 있도록 「ふらっと縁日」(부담없이 훌쩍 올 수 있게 해서 그것을 계기로 시민관과의 인연을 만드는 날) 이라는 이벤트를 연 5회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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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안내문(좌)과 10월에 만든 할로윈 장식(우)

 

 

이는 타카츠시민관 전문부회에 의해 제안된 것인데, 시민들로 구성된 전문부회에서 올해의 테마를 정할 때 「누구나 쉽게 올 수 있는 시민관을 지향하자」 에서 시작되었다.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이 이벤트에서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벌륜아트체험’과 ‘공작체험’(12월의 경우, 벌륜아트는 강아지와 꽃(재료비 60엔)을, 공작은 어린이의 손바닥자국을 이용한 크리스마스 장식만들기(재료비 30엔)를 한다고 한다.)를 비롯해서 ‘사탕을 골라서 만드는 솜사탕’ 등 체험활동을 즐기도록 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평생학습상담코너에서 제비뽑기를 통해 시민관 강좌와 관련된 안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10월은 날씨가 좋아서 산책을 하면 좋습니다.’라고 하면서 타카츠산책길 가이드투어라는 관련강좌의 안내를 건네는 식이다. 시민관 직원들은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 등의 계절과 관련된 행사에 맞는 분장을 하고 있어 어린이들이나 시민들이 친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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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 함과 카드의 일부. 대운, 소운 등 4종류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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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분장을 한 직원들(좌)과 이름표 뒷면 스탬프(우). 중장년층 남성들에게 인기가 좋다.

 

마지막으로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한 노력이다. 강좌에 출석할 때마다 이름표 뒷면에 출석스탬프를 직원이 찍게 되는데 매번 다른 스탬프를 찍는다거나 수강하기 전과 수강한 후의 변화를 자기 스스로 측정할 수 있는 안내서를 만들어 교환일기 형식으로 직원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스로 학습에 대해 성찰할 수 있도록 각 강좌가 끝난 후에 적을 수 있게 하는 한편, 직원이 각각의 수강자에게 피드백을 하는 과정 속에서 그 사람에게 맞는 다른 강좌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시민관에 온 적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직원들이 알게 되고, 시민들은 시민관이 자신들도 편히 사용할 수 있는 가까운 시설이라는 점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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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 전후의 변화를 측정해볼 수 있는 안내서

 

일본 전국의 공민관에서는 주된 이용층이 60대 이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학습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공민관에 올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공통의 과제라고도 할 수 있다. 타카츠시민관에서는 학습의 즐거움과 친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직원들과 시민들이 함께 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들로 인해 조금씩 시민관의 참가층을 넓혀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도가 시민관의 프로그램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도 취미·교양 프로그램의 학습자들이 그 다음 단계의 학습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학습하는 즐거움을 지역과 사회를 생각하는 학습으로 연결시키고, 지역과 사회를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2000년 이후 발전해 온 한국 평생교육의 다음 단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바쁘신 가운데 시간을 내 주신 가와사키시 타카츠시민관의 시마다관장님과 세키노계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참고문헌】

1.川崎市教育委員会『1996年(平成8年)度活動報告書(教育文化会館・市民館)』1997年4月.

2.川崎市教育委員会『2016(平成28)年度活動報告書●教育文化会館・市民館●』2017年4月.

3.文部科学省『平成27年度 社会教育調査』(調査結果の概要), 2017년 10월 15일 열람.

http://www.mext.go.jp/component/b_menu/other/__icsFiles/afieldfile/2017/04/28/1378656_03.pdf

 

 

 

 

김윤정
2000년에 일본 도쿄대학으로 유학. 2008년부터 일본 수도대학도쿄에서 평생교육과 다문화교육을 가르치고 있다.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이 평생교육을 통해 실현되기를 바라며 연구와 교육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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