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사의 생존법]

학교를 나오고 나니 보이는 것

칼럼 l Writer_김인규 upload_관리자 posted_Dec 04, 2017

학교를 나오고 나니, 학교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최근 장애인 교육 관련 평가 활동에 참여하면서 나는 학교 교육에 대해 매우 근본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덕에 장애 교육에 줄곧 관심을 가져왔지만, 사회교육의 장을 살펴보면서 모든 것이 더욱 명확해졌다. 장애인 교육활동은 학교든 사회기관이든 대체로 그들을 개발해서 비장애인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데 모아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것은 장애를 어떻게 고쳐보겠다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장애는 장애인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본연의 것이리라. 자연스러운 특성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어떻게 고쳐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특히 인지의 문제를 가진 발달장애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함께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결국 발달장애인 개개인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능력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교육은 늘 그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들을 어떻게 해보려는 접근을 한다. 그런데 한발 더 나아가서 나는 ‘그것이 어찌 발달장애인만의 문제인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늘 실패하던 아이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돌던 아이들, 자신 없고 늘 소극적이던 아이들.... 반에서 몇 명을 빼고 나면 대부분 실패한 아이들로 취급되기 일쑤였다. 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은 발달장애인이 그러하듯이 누구나 다르고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장애라고 하지는 않지만, 변하지 않는 어떤 고유한 특성들이 있다. 오랜 교사생활을 하면서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 그것은 무능함의 표상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그 아이들에게 ‘너는 왜 못하니? 노력하면 할 수 있어!’라고 다그쳤는데, 어쩌면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정말 잘 할 수 없던 것일 수 있었다. 누구는 금세 해내지만 누군가는 움츠러들고 마는 것이다. ‘노력’이라는 단어는 종종 그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혐의가 있다. ‘노력’도 할 수 있을 때 그 힘을 발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재능을 발휘한다고 하는 것은 그것이 발현될 수 있는 조건 속에 가능했던 것이고, 무능하게 여겨진 순간 그럴 수밖에 없는 조건에 처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장애가 결국 우리와의 관계 속에서 장애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재능도 그렇게 조건화된 상황 속에서 발현된 것이지, 조건과 관계없이 인간의 고유한 가치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니다. 조건은 바뀔 수 있으며, 나아가 그 모든 다름이 가능한 함께 할 수 있도록 조건화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여야 하는 것이다.

 

 

학교는 새로운 세대가 살아가게 될 미래 사회가 잉태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학교는 몇 가지 정해진 조건 속에서 그들의 재능을 개별화하여 평가하고 그 가치를 매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 재능이 오로지 개인에서 나와 개인에게 돌아가는 것인 양 꾸미는 것이다. 이런 학교에서의 성과나 과오는 늘 개인에게 속할 뿐이다. 장애성이 결국 장애인의 문제로 돌아가는 것처럼.... 그것은 필연적으로 인간을 분절시켜 창조적 과정으로서의 사회화를 방해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에서 인간의 능력은 결국 비인간화된 물질적 생산단위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학교가 개인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공간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공정하기를 기대한다. 나 또한 그것을 기대했기에 오랜 세월 교사로 살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맞는 말이다. 일정한 룰이 제시되고 그 룰에 따라 경쟁을 했고 평가되었다면 부당할 것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말했지만 학교는 그들에게 등급을 매기는 곳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게 될 더 나은 사회가 잉태하는 곳이어야 한다. 그 재능은 단지 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가 가진 조건 속에서 발현된 어떤 특질이기에 그들 관계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재능이란 사회적 자원인 것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양식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학교는 그들이 살아가게 될 사회에 필요한 재능이 다양하게 실험될 수 있는 장이어야 한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사회를 염두에 두고, 그래서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잠재적 능력을 고려하여 다양한 실험적 상황이 제공되는 학교 말이다. 그것은 공정한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역할을 탐구하는 일이 될 것이다. 장애인은 장애인대로, 학습부진은 학습부진대로 각자의 자리가 있으며 그것이 서로간의 관계 속에서 자리 매겨질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교육은 결국 개인의 능력을 개발하는 일이 아니라 그런 사회적 능력이 배양되는 일과 관계가 깊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개개인의 아이들이 편견 없이 자기를 돌아볼 수 있으며, 그래야 자유롭게 자신을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김교사의 생존법 김인규는 미술교사였고 학교와 교실을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미술작가이다. 30여 년을 매달려 온 그의 작품 '교실'은 아이들과 교사가 이루는 뻔한 세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가 목격하고 만들어 온 교실과 교육 이야기는 학습기획의 본질과 핵심으로 우리를 안내해 줄 것이다.


 

김인규
前 서천고등학교 미술교사이자 작가. 30년 가까이 미술교사를 하고 살았다. 미술교육을 하면서도 예술가와 교사의 정체성 사이에서 그리고 학교가 어떤 곳인지, 교육이 무엇인지, 교사와 학생은 누구이고 어떤 관계인지 고민해 왔다. 저서로는 『안면도가 우리 학교야』(디딤돌,2005), 역서로는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 지형그리기』(문화과학사,2010), 『장소 특정적 미술』(현실문화,2013)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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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주 2017.12.07 13:42
    '장애인은 장애인대로, 학습부진은 학습부진대로 각자의 자리가 있으며 그것이 서로간의 관계 속에서 자리 매겨질 수 있는 그런 사회, 교육은 결국 개인의 능력을 개발하는 일이 아니라 그런 사회적 능력이 배양되는 일과 관계가 깊어야 한다'... 선생님의 안목에 깊히 공감합니다. 다양성이 없는, 다양성을 그냥 놔두지 않는 교육이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