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단 기획연재] ③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우리 모임에는 자신감이 있다!

블로그 l Writer_김수경, 신연정 upload_관리자 posted_Dec 05, 2017

전동 휠체어와 활동보조인, 낯선 풍경 속에 자리한 단단한 열기.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영사모)의 첫인상이다. 영사모는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이용자들이 만든 영화 동아리다. 복지관에 잘 되는 장수 동아리를 소개해 달라 했더니 두말없이 ‘영사모’를 꼽았다. 단순히 영화를 함께 보고 토론하는 동아리가 아니라 직접 제작한 영화로 ‘장애인 영화제’에서 상도 받은 실력파다. 시나리오와 연기, 감독, 촬영, 홍보까지 회원들이 각자 역할을 맡고 있다니 이분들, 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영사모는 매주 수요일 오전에 영화 한 편을 보고 오후에 토론을 이어간다. 이동이 워낙 힘들기 때문에 한 번 모였을 때 모임 시간을 넉넉히 가진다. 2015년 동아리 시작부터 함께한 이승수(54세) 회장과 회원들을 만났다. 언어 표현이 자유로운 이승수 회장 얘기를 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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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장애인영화제에 참석한 영사모. 영화 <호매실 로맨스>로 관객심사단상을 수상했다.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기쁜 일이 있다고 들었어요.

 

예, 제18회 장애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저희 영화가 초청됐는데, 상까지 받았네요. ‘관객심사단상’을 주셨어요. 회원들 다 같이 서울 마포구 합정동까지 가서 영화도 보고 수상 소식도 들었어요. 전동 휠체어부터 저희가 한 번 이동하려면 정말 대장정이에요. 어렵게 서울에 간 보람이 있어서 기쁘죠. 큰 스크린으로 저희 영화를 보니까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벅차고 처음 만든 영화에 잘했다 해주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영사모’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모임인가요?

 

2015년 복지관에서 ‘영화로 만나는 나와 이웃’이란 프로그램을 했어요. 영화가 너무 재밌고 이야기도 잘 통해서 8명이 모였고요, 지금은 정회원만 20명이 됩니다. 저는 중도 장애고, 저희 총무님은 근육이 점점 쓰기 힘들어지는 장애고요. 장애 유형도 제각각입니다.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서로 도와가며 역할을 맡고 있어요. 연기면 연기, 촬영이면 촬영, 시나리오는 다 같이 쓰고요. 할 수 있는 사람이 합니다.

 

이동이 힘들 듯해요. 모이기는 어떠세요?

 

저는 예전에 영통에 살았는데, 호매실까지 오려면 수원 끝에서 끝이었죠. 가장 멀리서는 연무동에서도 와요. 이동이 사실 가장 저희에게 힘든 일입니다. 혹시 ‘한아름 콜’을 아시나요? 비장애인들은 잘 모르는데 ‘한아름 콜’은 저희 발과 같거든요. 그래서 택시 기사님들과 에피소드가 많이 생겨요. 좋은 일도 있고 섭섭한 일도 있고 그렇죠. 저희 두 번째 영화로 ‘한아름 콜’에 대한 이야기를 찍고 있어요. ‘한아름 콜’을 이용하는 장애인과 신청 받는 분, 기사님들이 함께 서로가 가진 생각을 들어보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 보자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요. 기사님들은 빨리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해요.

 

어떤 영화가 될지 기대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 때는 어떤 영화를 보나요?

 

복지관 강의 때는 주로 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를 봤어요. 무겁더라고요. 주인공의 장애와 우리의 장애 유형이 많이 다르기도 했고요. 강사님께 제안했어요. 장애, 비장애를 떠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추천을 부탁했지요. 오늘은 <라스트 모히칸>을 봤고요, 반응이 좋았던 영화는 <사운드오브뮤직> <조다 악바르> <패트리어트>가 생각나네요. 영화는 혼자 보는 것과 같이 보는 것이 상당히 달라요. 같은 시간에 같은 영화를 보지만, 서로 느낀 점이 다르다는 게 저는 참 재밌더라고요.

 

서로 정도 많이 들었겠어요.

 

내성적인 회원이 영화를 같이 보면서 자기 의견을 조금씩 말하기 시작하더라고요. 회원들의 변화가 느껴질 때 보람을 많이 느껴요. 회원들이 영화제작 기법을 배우는 ‘영화교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영화제작을 하면서 조금씩 안에 잠자고 있는 생각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다 보니 서로 소통이 되고, 더욱 이해하게 되고, 더 큰 도전도 하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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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주 수요일 오전, 영화에 대한 열정적인 토론과 촬영 기획이 이루어진다.  ⓒ김수경 시민기자

 

 

‘시민기자단’이 이번 기획연재를 하며 공동으로 마련한 두 개의 질문이 있었다. 첫째 동아리의 결정적 순간을 말해 달라는 것. 둘째 ‘우리 모임에는 ○○○이 있다.’ 영사모의 결정적 순간은 언제일까? 영화제에서 수상했을 때나 제작한 영화를 처음 상영했을 때가 아닐까? 예상과 달리 이승수 회장은 회원들이 변할 때를 꼽았다. 침울했던 회원들이 영화를 통해 자기를 표현하고 밝아졌을 때, 자신이 그랬듯 우리 모임이 선택한 길이 맞구나 느껴진단다. 이승수 회장은 페인트 대리점을 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갑자기 찾아온 뇌졸중, 중도 장애로 우울과 자책에 빠졌다. 우연히 복지관에 들렀다가 영화의 재미에 빠졌다. 영화가 일상을 바꿔 놨다.

 

 

‘장애인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 어떤 영화인가요?

 

제목이 <호매실 로맨스 [영화 바로보기]>(감독 | 지용구/김한나 제작연도 | 2016 상영시간 | 13분 장르 | 드라마 관람등급 | 전체관람가)예요. 처음 만든 영화인데 좋은 평가를 받아 너무 영광이죠. 상금도 25만 원 받았어요. 회원들이 연기와 촬영을 직접 했어요. 스텝도 다 저희 회원들이 했고요. 제목에서 느꼈을지 모르지만 다른 장애인 영화와 비교해 심각하지 않아요. 보신 분들이 즐겁고 유쾌하다고 하더라고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길을 모르면 여행이나 등산, 답사가 어렵잖아요. 스마트 폰 ‘앱’ 중에 길 찾기를 해 주는 것이 있어요. 이 ‘앱’을 배워서 장애인 주인공들이 공원 나들이를 하는 얘기예요. 그러다 사랑이 싹트는 달달한 영화죠. 김보현, 이용창 회원이 주인공을 맡았는데 알콩달콩 재밌게 찍었어요. 장애인이 산책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공원을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도 슬쩍 넣었고요. 장애는 불편할 뿐 사랑하고 좋아하는 감정은 비장애인과 똑같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어요. 관객들이 저희 생각을 잘 알아줘서 고마웠어요.

 

작은 동아리가 영화축제까지 주최했다고요?

 

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인들과 가족, 동네 주민을 초청해서 영화제를 열어요. 이용창 회원이 연기도 잘하지만, 영화도 잘 선정해요. 작년에 ‘영사모와 주민이 함께하는 제1회 영화축제’가 열렸고요, 광복70주년 기념영화 <바람의 파이터>를 상영했어요. 맨주먹의 무도인 최배달을 그린 영화인데, 관람객 반응이 좋았어요. 반응이 좋다 보니, 매년 영화축제를 열어보면 어떨까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됐고요. 올해 제2회 영화축제에서 <호매실 로맨스>와 다문화 어린이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안녕! 오케스트라>를 상영했어요. 뿌듯하고 자신감도 많이 얻었습니다. 회원들 다 함께하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자꾸 많아지네요.

 

앞으로 계획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저희가 지난해부터 2년 동안 ‘수원시 동아리 지원 사업’에 선정됐어요.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쉬운 카메라를 1대 지원받아 촬영하는 데요, 영화 만들다 보면 장비가 항상 아쉬워요. 저희가 영화 제작 기술을 어렵게 익힌 만큼 잘 활용할 길이 열리면 좋겠습니다. 저희 두 번째 영화도 거의 제작이 끝났는데 ‘한아름 콜’ 기사님들과 함께 저희 영화를 감상하고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면 어떨까 계획해 봅니다.

장애인이라고 도움만 받을 생각은 없어요. 서로 도와가며 힘이 되어 주고 싶죠. 집 밖으로 나서지 않는 장애인이 정말 많은데 몸이 닫혀있으면 마음도 자물쇠를 채우게 돼요. 그러지 말고 저희처럼 복지관에 나와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 좋겠어요. 영사모 동아리는 언제나 열려있어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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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모가 그동안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눈 영화들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홈페이지

 

 

시민기자단 기획 연재, 두 번째 공통 질문 ‘우리 모임에는 ○○○이 있다.’를 우리는 미처 묻지 못했다. 그러나 묻지 않아도 알겠다. 영사모에 있는 바로 그것 ‘자신감’이다. 장애인이라고 도움만 받을 생각은 없다는 영사모 회원들, 서로 도와가며 힘이 되어 주고 싶다는 말, 이 말을 지키려는 노력이, 잘되는 동아리 ‘영사모’의 비법 아닐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언제 모이나요?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어디서 모이나요? 호매실장애인복지관 6층 ‘배움터’

*문의는 어디로 하나요? 호매실장애인복지관 가족문화팀(031-893-2143)


 

김수경, 신연정
수원시평생학습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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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배 활동 보조인 한광섭 2017.12.05 15:09
    감사합니다 너무나 좋은 글로 소개해 주시니 한번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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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매실장애인복지관 박은영 2017.12.05 18:56
    영사모 동아리 열심히 하시는 모습 너무 보기 좋습니다. 지금처럼 재미있게 활동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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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천지연 2017.12.05 19:36
    영사모 동아리 항상 응원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즐거운 활동 이어가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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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은경 2017.12.05 21:55
    영사모 동아리 화이팅 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영화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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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지애 2017.12.06 10:24
    정말 자신감이 넘치는 동아리라는 것을 옆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승승장구하시길 응원합니다 ~!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