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단 기획연재] ④ 태장마루도서관 철학동아리

화요일의 오아시스, 왜 철학인가?

블로그 l Writer_노윤영, 박영선 upload_올리브 posted_Dec 12, 2017

 "오늘은 저녁 일찍 먹어야 해. 엄마 나가야 해서."

 "이따 먹고 싶은데, 오늘 책모임 가는 날 아니잖아."

 "엄마가 도서관 동아리 모임 인터뷰하러 가야 하거든."

 

오늘은 화요일이다. 시민기자로 같이 활동 중인 박영선 선생님과 태장마루 도서관에서 만나기로 했다. 하반기 기획기사인 '운영이 잘 되는 동아리'로 태장마루 도서관의 철학 동아리가 선정됐다. 2년 째 운영 중이며 회원들의 참여도가 높다. 이 동아리의 잘 나가는 비결은 어떤 것일까? 학습관 책모임과는 어떻게 다를까? 철학이라 딱딱한 분위기일 것 같은데, 설렘과 긴장이 반반이다. 오랜만에 가는 길은 낙엽과 차들로 빽빽하다. 지난 주에 참석한 영선 선생님을 사람들이 알아본다. 정은영 동아리 회장이 우리를 김해영 교수에게 소개한다. 친근하고 소탈한 인상이다. 김해영 교수는 성균관 대학교에서 철학 석박사를 마쳤다. 현재 수원시민주공무원노조위원장과 수원대학교 객원교수로 있다. 7시쯤 김해영 교수가 자신이 지은 '사서강의' 중 한 구절을 읽고 회원 한 명이 해설을 읽는다. 순서 없이 자유롭게 의견들이 오고 간다. 원래는 9시에 끝나는데 오늘은 인터뷰를 위해 30분 일찍 마무리를 한다. 인터뷰가 시작된다. 빛나는 눈들이 우리를 바라본다. 타이핑 소리가 울린다. 평소보다 빠르게 손가락이 움직인다.

 

 

우리 동아리는요 

 

수원시 도서관은 인권, 여행, 미술, 인문학 등 각각의 주제에 맞춰 특별하게 운영된다. 그 중에서 태장마루도서관은 '철학 특화' 도서관이다. 그래서 관련 강의가 다른 도서관에 비해 자주 열린다. 2016년 4월부터 6월까지 동양 철학 강의가 열렸다. 반응이 좋아 자연스럽게 후속 모임으로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김해영 교수의 열린 강의와 토론으로 진행되고 평균 15명 정도가 나온다. 연령은 30대에서 60대. 포클레인 기사, IT종사자, 은퇴자, 전직 수학 강사, 주부 및 교직원 등 직업도 다양하다. 도서관 모임은 여초 현상이 많은데, 이곳은 남녀 비율이 비슷하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공개 동아리다. 자주 있는 외부 강사 특강으로 신입회원들의 문턱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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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장마루 도서관의 철학동아리  ⓒ동아리 제공

 

 

왜 철학인지? : 철학의 거울로 나를 보다

 

철학 동아리 활동 후 가장 큰 변화를 물었다. 공통적으로 하는 대답은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가족과 이웃들을 찬찬히 살피며 배려하게 된다'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육아 책을 열심히 읽었어요. 아이가 크고 중년이 되니 허전한 마음이 생겼는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나만의 철학적 사고가 생겨 좋아요. 논어의 이치를 배우니 현실적인 감각이 좋아졌어요. 지금을 여유롭게 볼 수 있게 되니 풍요로운 미래도 꿈꾸게 되요. 가족들과 지인들을 더 이해하게 됐고요."

 

 "어떤 정치인이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준다고 했는데 저는 철학을 통해 가족들과의 저녁 식사 시간이 달라졌어요. 동아리에서 의견을 나누는 것처럼 집에서도 토론을 해요. 아이들에게 옆에 있는 주위 사람을 더 돌아보라고 말해요. 오늘 나온 단어 '중용' '청출어람'이 며칠동안 머리 안에서 맴돌 거예요."

 

"이공계 전공을 살려 일했어요. 철학은 교양 수업으로만 알았죠. 지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도서관 가는 길, 집으로 오는 길이 즐거워요."

 

"알고 보니 철학이 현실과 밀접한 공부 같아요. 특히 논어를 배울 때는요."

 

"우리 동아리 이름이 처락(處樂)이예요. 철학 공부 하는 시간이 즐겁고 이곳이 즐거워서 지었어요. 철학은 처락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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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동아리에서 함께 읽고 공부한 책  ⓒ동아리 제공

 

어제 김제동 토크콘서트를 보고 왔다는 30대 청년 김현수 회원은 침착한 목소리로 철학 모임 후 변한 점을 이야기했다.

 

"예전에 인정받는 수학 선생님이었어요. 하지만 학원과 교육 환경이 저랑  안 맞는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어요. 그래서 일을 그만 두었고 지금은 쉬고 있어요. 동아리에 처음 왔던 날 주제가 <진짜,가짜>였어요. 선생님이었을 때 진짜 수학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었다고 생각했었죠. 제가 하고 싶었던 수업은 이런 토론식이었죠.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방식으로 진짜 수학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다시 꿈꾸게 됐어요. 언젠가는 참교육을 실천해 보고 싶어요. 사교육이 아닌 제도권 밖의 선생님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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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꿈, 휴식이 있는 모임시간  ⓒ동아리 제공

 

우리 동아리의 명물

 

동아리에 명물이 있는지 물었다. 이구동성으로 한 회원을 말했다. 다부진 체격에 힘이 있는 목소리로 의견을 내던 박병목 회원이다. 직업은 포클레인(굴착기) 기사고, 동아리가 생길 때부터 함께 했다. 모임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직장을 다니면서 점점 마음이 피폐해졌어요. 여기 오면 위로가 돼요. 내 마음이 여유가 생겼고 가족들을 대하는 것도 편해졌어요. 아내와 사이도 좋아졌어요. 자연스럽게 집 분위기도 따뜻해졌죠. 다름을 조금씩 인정하게 돼요."

 

그는 멋쩍게 웃었다. 듣고 있던 한 여성의 눈이 빨개졌다. 담당 직원이자 동아리 열성 회원인 이봉화 사서다. 박병목 회원이 열심히 참여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다. 작년에 그가 맞춰왔던 떡 이야기를 보탰다. 겨울 방학 전 종강 날이었다. 양손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백설기 한 말을 들고 와 회원들에게 돌렸다. 평소에 그는 아는 게 없어서 줄 게 없다고 자주 말했다. 회원들에게 떡이라도 주고 싶었다고 말하던 그 때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업무의 연장이 아니라 동아리를 향한 그녀의 열정이 커 보였다. 그녀의 적극적인 신입 회원 홍보 모습이 쉽게 그려진다.

 

공통 질문 1. 우리 동아리의 명장면은?

 

동아리 활동 중에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물었다.

 

"외부 강사 특강이 있는 날에는 저녁을 먹는 편이예요. 추억의 그 날도 밥을 먹고 노래방에 갔었죠. 노래는 안하고 테이블에 둘러 앉아 수업 때 못다한 철학 이야기를 했어요. 다들 대화에 빠져 들어 노래방인지도 잊었어요. 우리들 모습에 스스로 놀라고 웃었던 기억이 나요. 추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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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이 동아리의 명장면으로 꼽은 노래방 철학 토론  ⓒ동아리 제공

 

 

공통 질문 2. 우리 동아리에는 000이 있다

 

'우리 동아리에는 OOO이 있다'를 물었다. 당장 동아리에 대해 정의를 내려달라고 하니 잠시 생각하다 '철학은 OOO이다.' 라고 대답하고 싶다고 했다. 회원들은 철학을 어떻게 정의할까? 궁금했다. 망설임 없는 대답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재밌고 참신하다. 고리타분한 철학은 저리 가라다. 서로의 대답에 어떨 땐 '아'하는 감탄사와 '하하'라는 웃음이 나온다.

 

    철학은 나눔이다(꽁자)                                        철학은 중독이다(놀자)

    철학은 꿈을 찾아가는 것이다(현자)                    철학은 이정표다(이수영)

    철학은 생활이다(자자)                                        철학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열린 문이다(차선희)

    철학은 만남이다(봉자)                                        철학은 개똥 철학이다(각자)

    철학은 혁명이다(화자)                                        철학은 마음의 나눔이다(김현정)

    철학은 꿈을 찾아가는 길이다(현자)

    물질의 세계에서 정신의 세계로 향하게 하는 것이 철학자가 해야 할 몫이다(김해영 교수)

 

모임 중간에 도서관 관장이 들어왔다. 철학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철학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공부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집으로 가는 길

 

공자, 노자, 장자는 없다. 꽁자, 놀자, 자자, 봉자, 화자, 현자는 있다. 회원들의 닉네임이다.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허전한 갈증을 철학으로 해갈 중이다. 그들에게 철학은 일상의 오아시스다. 지금을 더 풍부하게 살아가게 해주는 힘을 여기 철학 동아리에서 얻고 간다. 훌륭한 멘토 역할을 하는 김해영 교수, 철학을 처락하는 동아리 회원들, 적극적인 담당 직원이 이 동아리의 힘이자 잘 나가는 비결이다. 철학은 동떨어진 책 속의 학문이 아니다. 그들에게 삶은 철학이고 철학은 삶이다. 인터뷰 전 '철학이라 어렵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와 편견이었다. 인터뷰어가 아니라 회원으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는 영자라고 해야겠다. 집으로 가는 밤길이 유난히 밝다. 동아리 회원이 즐겁다고 말한 도서관 오고 가는 길 역시 그러할 것이다. 동아리 모임이 있는 화요일이 그들에게는 일주일의 끝이자 시작이다.

 

 

 


msn025.gif태장마루 도서관 철학동아리 '처락'msn025.gif

언제 모이나요? 매주 화요일 저녁 7시(1,2월은 방학)

어디서 모이나요? 태장마루 도서관 지하 강당

누가 참여할 수 있나요? 철학이 궁금한 사람,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 철학을 좋아했던 사람

자격이 있나요? 없습니다

회비가 있나요? 없습니다

문의는 어디로 하나요? 태장마루 도서관  031-228-4828


 

 

노윤영, 박영선
수원시평생학습관 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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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똥이(탱자탱자놀자) 2017.12.12 15:47
    와우~~기자님 저희 처락 (철학) 동아리를 이렇게 잘 표현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우리 화요 처락 동아리가 명물이 되어 곳곳에서 삶과 철학을 논하는 자리가 더욱 많아 지기를 바랍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찾아 와 주시고 이렇게 감동적인 저희 동아리 소개에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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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영 2017.12.13 07:37
    와우~^^ 맑고 밝은 사회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보석 같은 글이네요.^^ 가난해도.. 부자여도.. 행복한 사회가 앞당겨질 듯함다~^^ <웹진 와> 노윤영, 박영선 선생님.. 감사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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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선희 2017.12.14 21:53
    잘 읽었습니다.
    멋진 두 분이 오셔서 멋지게 써주셨네요.

    평소에 읽기 어려운 고전을 김해영교수님의 명쾌한 설명과 회원님들의 의미있는 질의응답이 조금씩 '나'를 성장시켜 주는 소중한 동아리인데...
    그날 그곳으로 다시 간 느낌입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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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정은 2017.12.17 11:22
    멋진 생각들이 오고 가는 장.
    삶과 연결 된 지혜로워지는 길.
    나도 입회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