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일 비교 5. 현장의 역할

교육에 있어서 정치적 중립성이란 무엇인가

이슈 l Writer_김윤정 upload_관리자 posted_Dec 18, 2017

8월부터 2017년 말까지 매달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여 한일 양국 평생학습의 장면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때로는 종으로 때로는 횡으로 들여다 볼 것입니다. 양국의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주제라도 서로 상이한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론 한국의 상황을 일본에 견주어 들여 보다보면 훨씬 입체적으로 파악되기도 할 것입니다. 비교분석할 대상이 있기에 다각도로 살피다 보면 다양한 평생학습의 면면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양병찬(공주대), 김윤정(수도대학도쿄) 두 필자는 각각 후학을 양성하고 있지만 단순한 교직자를 넘어 현장과의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실천적 연구 활동을 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두 필자 모두 공히 양국의 역사와 맥락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해당 주제와 관련하여 더 깊고 풍부하게 천착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후 일본이 교육제도를 다시 재건했을 때 중요시한 원칙 중 하나는 ‘교육행정의 정치적 중립성’이었다. 전전 교육의 반성에 기반한 것이었지만 학습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사회교육법 제정 이유의 하나였다는 점에서도 그 사실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정치적 중립성과 학습의 자유가 요 근래 다시 일본의 사회교육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하이쿠 게재여부를 둘러싼 문제

 

사회교육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학습의 자유가 주목받게 된 것은 ‘하이쿠’라는 일본식 시(詩)의 게재를 둘러싼 문제가 그 출발점이었다. 

도쿄 인근의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공민관에서 활동하는 한 하이쿠써클은 멤버 20명이 매월 공민관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에 게재할 하이쿠를 투표로 골라 게재하는 것이 관례였다. 2014년 6월에 하이쿠써클의 회원이 도쿄도내에 나갔다가 비를 맞으며 데모행진을 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고 “장마철 하늘에 「9조를 지키자」 여성들의 데모”라는 하이쿠를 썼고 써클에서는 이 하이쿠를 공민관 뉴스레터에 게재하는 것으로 골랐다. 하지만 공민관이 이 하이쿠를 게재하는 것이 공민관의 입장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게재하지 않았다. 당시 집단적 자위권 문제가 정치적 과제로 논의되었던 시기였기에 공민관에서 공평·중립의 입장에서 게재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알게 된 몇몇 시민들은 사이타마현 생애학습센터에 다음호에 게재할 것 등 3가지를 제안했지만, 게재예정은 없으며 이것은 공공시설로서의 판단이라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시민들은 시의회에 불게재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을 제출, ‘하이쿠는 문예작품으로, 게재 거부는 배울 권리를 보장하는 공민관의 역할에서 이탈하는 것이다’라고 게재거부 철회를 요구했다. 시 교육위원회에서 심의가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실제 게재로는 이어지지 않았고 다음해인 2015년 6월에 하이쿠를 쓴 회원이 손해배상청구를 제소 하게 된다.1) 

공민관의 하이쿠 게재거부는 표현의 자유, 학습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학습·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의와 함께 ‘여론을 양분하는 이슈에 대해 사회교육시설은 어떠한 입장에 서야 할 것인가’라는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켜 이것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이 하이쿠 게재거부문제가 일어난 이후 <9조 하이쿠 시민응원단> 이라는 시민모임이 만들어진 한편, 일본 사회교육학회와 공민관학회 등 관련학회에서도 이 문제를 학회의 중요 이슈 중 하나로 선정해 프로젝트를 만들어 설치하였다.  

 

 

중요한 정치·사회적 이슈를 사회교육현장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일본에서는 교육행정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교육행정과 일반 행정을 분리·독립시켜 교육위원회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정치적 중립성 문제에 대해 일본의 대표적인 사회교육연구자인 미야하라 세이치는 ‘현대의 중심과제일수록 논쟁적이라 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교육이 이런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하면서 ‘논쟁적 문제가 오히려 학습내용의 중심이 되는 것인 당연하다’고 지적한다.2) 논쟁적인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것을 교육이 해야 할 역할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적 사회교육활동에 있어서 직원의 입장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공민관주사가 논쟁적 문제에 대해 한 쪽을 지지하고, 자신의 확신을 표현하는 것이 좋은가 어떤가. 그 토론의 장에서 자유로운 토의 분위기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고 공민관주사의 의견도 많은 의견 중 하나라는 것을 참가자 전원에 의해 인식되는 조건하에서 공민관주사가 자신의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공교육의 정치적 중립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3)"

 

즉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란, 본래 학습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논쟁적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는 소극적 중립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루어 모든 것을 자유롭게 조사하고 논하는 적극적 중립이야말로, 공적 사회교육의 길(大道)’이라고 한 것이다.4)

원전문제나 헌법 개정 등 여론을 양분하는 이슈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문제, 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인데 다양한 입장들을 두고 서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사회교육의 역할이 아닐까.

일본에서 주민자치를 실시하는데 사회교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방자치체 중에 나가노현 아치마을이라는 지역이 있다. 아치마을은 현에 폐기물 시설을 만드는 것을 두고 주민의 의견이 양분되었다가 결국 시설건립이 무산되었다. 이를 계기로 당시 마을의 수장이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 양방의 입장에 기반한 학습을 실시하고 그러한 학습과 논의를 통해 지역의 중요한 과제들을 정하게 된다. 그 후 지역에 어떤 현안이 생기면 공민관에서 공민관주사와 상의해 함께 학습하고, 그 내용들을 공유하면서 마을의 과제들을 결정해 나가는 것이 뿌리내리게 되어 보다 풍요로운 지역발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회가 경직되면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방어를 중시하게 되어 소극적인 자세가 되기 쉽다. 그렇다고 해서 자유롭게 논의하고 그러한 논의를 원활하게 하는 학습이 없다면 건전한 사회나 지역의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

 

 

우리는 어떠한 학습을 지원해야 할 것인가

 

하이쿠 불게재를 둘러싼 재판은 2017년 10월에 사이타마지방재판소가 하이쿠를 쓴 회원에게 시가 위자료를 지불하도록 명하는 판결을 했지만 현재 서로 항소한 상황이다. 이 문제뿐만 아니라 나가노현의 한 공민관에서도 헌법개정을 둘러싼 학습회에게 공민관이 시설사용허가를 승인했다가 나중에 취소하는 일이 있었고, 도쿄도 아키노시에서는 이용단체가 발행해 온 뉴스레터의 ‘전쟁법’이라는 표현이 배포기준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뉴스레터를 관내에 두는 것을 거부하기도 했다.5)

누가 그 기준을 정하고, 누가 주민의 학습내용의 범위를 정할 것인가. 그 판단기준이 자칫 잘못되면 주민들의 학습은 부실한 것이 될 수밖에 없고 그것이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사회의 ‘사고정지’를 낳을 수 있다. 또한 그것이 어떠한 결과로 연결되는지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현재와 같이 학습의 ‘자유’가 침해되고 통제·제한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직원들의 권한과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는 것 이다. 

사회교육에서 ‘학습의 자유’. 사회가 건전하고 건강할 수 있기 위해서는 터부시되는 학습내용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의 장, 사회의 합의가 형성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사회교육 현장에서 제공되고 있는지 아닌지, 그것이 한 사회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이쿠 : 일본 와카의 5·7·5·7·7의 31글자에서 앞의 5·7·5인 혹쿠(発句)가 발전한 것인데 이것에 계절어(季語)와 매듭말[키레지(切字)]을 써서 형식적으로 발전시킨 세계에서 가장 짧은 노래이다.

 

 

 

참고문헌

1)「「九条俳句」違憲国賠訴訟を市民の手で!実行委員会ニュースレーター」Vol.10(2017年2月10日),4面.

2)社会教育推進全国協議会編『社会教育・生涯学習ハンドブック<第9版>』エイデル研究所, p831.

3)同上, pp831-832.

4)同上, p832.

5)中村眞一 「「末端」と「先端」に思うこと」『月刊社会教育』2017年6月号, p40.

김윤정
2000년에 일본 도쿄대학으로 유학. 2008년부터 일본 수도대학도쿄에서 평생교육과 다문화교육을 가르치고 있다.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이 평생교육을 통해 실현되기를 바라며 연구와 교육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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