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일 비교 5. 현장의 역할

동아시아의 평생교육을 향한 도전

이슈 l Writer_양병찬 upload_관리자 posted_Dec 18, 2017

8월부터 2017년 말까지 매달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여 한일 양국 평생학습의 장면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때로는 종으로 때로는 횡으로 들여다 볼 것입니다. 양국의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주제라도 서로 상이한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론 한국의 상황을 일본에 견주어 들여 보다보면 훨씬 입체적으로 파악되기도 할 것입니다. 비교분석할 대상이 있기에 다각도로 살피다 보면 다양한 평생학습의 면면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양병찬(공주대), 김윤정(수도대학도쿄) 두 필자는 각각 후학을 양성하고 있지만 단순한 교직자를 넘어 현장과의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실천적 연구 활동을 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두 필자 모두 공히 양국의 역사와 맥락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해당 주제와 관련하여 더 깊고 풍부하게 천착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날 동아시아의 정치적 상황이 만만치 않다. 북한의 핵개발로 촉발된 면이 있지만 한중과 한일의 관계는 물론 중일간의 관계도 상당한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은 경제적 관계를 악화시키면서 생활 속으로 파고 들어오고 있다. 분단의 곤란을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리고 평생교육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여기서는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는 평생교육 교류가 동아시아의 평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를 이야기해보고 싶다.

 

 

한·일 사회교육 세미나에서 출발

 

오랫동안 한일 양국의 평생교육은 서구(西歐) 평생교육을 참조하여 법체계나 개념과 원리 등 이론을 배운다는 입장 외에는 서로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동아시아 지역의 평생교육 분야에서도 빈번한 교류와 상호 학습이 시작되었다. 이런 새로운 경향은 간헐적이지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공식적으로 그 출발은 1991년 1월 서울대에서 개최된 ‘제1회 한·일 사회교육세미나’로 주제는 사회교육의 출발인 ‘문해교육’이었다. 이어서 1992년 1월 오사카 세미나는 ‘평화교육’을 주제로 실천가들의 참가가 시작되었고 1992년 12월 대구 세미나(산업사회의 사회교육과 민주주의)와 1993년 12월 가와사키세미나(산업사회의 사회교육과 민주주의Ⅱ)로 이어지면서 더 많은 실천가와 연구자들이 참여하였다. 4회에 걸친 한일 양국의 교류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공업국으로서의 공통과제에 직면하여 과제 공유와 실천, 연구 상황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다. 이 세미나의 일본 측 중심 역할을 하였던 사사가와 고이치(笹川孝一)는 “한·일 세미나는 일본인과 한국인이 언어를 포함해 서로 대등하게 배우는 귀중한 기회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세미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로 그 네트워크가 확대되어 현재 한국, 일본, 대만, 중국, 싱가폴 등이 참여하는 동아시아성인교육포럼(East Asia Forum for Adult Education, EAFAE)로 이어지고 있다. 다시 한일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면, 4회에 그쳤던 한일 세미나는 이후 개별적 교류로 이어왔지만 2008년 강릉세미나를 계기로 다시 공식적인 모임으로 재개되었다. 한국평생교육학회와 일본사회교육학회가 공식적인 협정을 맺고 연구교류를 위해 매년 교대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9회째인 2017년에는 서울대에서 ‘사회문제해결과 평생교육·사회교육’이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초기 각국의 연구와 정책, 실천의 동향을 소개하고 상호 이해하는 차원의 연구교류는 이제 양국 학자들의 공동 연구나 공동 주제에 대한 논의로 그 교류의 깊이와 관계성이 깊어지고 있다.

 

 

동아시아적 평생교육의 가능성

 

한국 평생교육이 2000년대 법제 정비 등 제도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보다 먼저 법적 근거에 의한 체제 정비를 하였던 일본 사회교육 실천, 특히 공민관(公民館, 일본의 사회교육시설로 한국의 평생학습관에 해당)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는 평생교육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행정가나 전문직원들의 관심이 고조되어 견학이나 교류(일본 전국사회교육전국집회에 참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일본 사회교육 실천 현장을 배우고자 하였다. 또한 2000년대 후반 한국 평생교육의 역동적 변화에 관심을 가진 일본의 연구자들(고바야시 분진, 나가사와 세이치, 아사노 가오루, 마치이 테루히사, 스즈키 토시마사, 아네자키 요이치 등)이 연구 조사를 위한 방문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자신의 연구 필드를 한국의 평생교육 영역으로 잡고 있는 연구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중국 역시 상하이나 복건성 종신교육(終身敎育) 연구자와 행정가들이 한국의 체제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견학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한중일 사회교육·평생교육·종신교육의 연구자와 실천가들의 교류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면적·상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관계가 형성되면서 2010년 중국에서 ‘상하이 동아시아 평생교육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세 나라의 연구자와 실천가들과의 연구·실천 교류를 진행하였다. 이후 삼국이 매 해마다 교대로 개최하자고 교류협정도 체결하여 한국이 다음 순번이었다. 그러나 준비하는 중에 일본과 중국 간 영토분쟁(일본명 센카쿠열도, 중국 명 댜오위다오 부속도서)으로 교류가 중단되었고 그 와중에 제주 심포지엄은 열리지 못하였고, 그 후 6년만인 2016년에 다시 상하이에서 ‘동아시아평생교육포럼’이 개최되었다. 각국의 제도 구축의 특징과 지역 과제에 대응하는 평생교육의 실천들이 보고되었다. 참가자들은 삼국의 평생교육에 대한 정책적·실천적 경험들을 통해 깊이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국제 심포지엄은 일방향적인 경우가 많아 이런 반응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평가회에서 중국의 한민이 이야기한 ‘동아시아적 독특성’이 있는 것일까. 동아시아는 오랜 역사 속의 문화적 관계와 생활환경 등 공통점이 있으니 일본의 고바야시 분진 선생이 제기한 동아시아적 관점에 대해서 깊이 있게 논의할 수 있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국가 시스템과 평생교육 제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압축적 성장에 따른 평생교육의 과제들로 도농의 격차와 빈곤, 고령화, 농촌의 과소화, 공동체 해체 등의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중국 각 지역의 사구교육(社區敎育, 중국은 사구를 행정 단위로 하여 지역사회교육을 의미하는 용어임)의 실천들은 지역의 과제에 대응하여 해결 대안에서 생산·지역개발과 학습의 관계나 사구교육학원(커뮤니티 칼리지)의 역할 등 진전된 전략이 있었다.

 

올해 12월 10~12일 일본의 규슈 사가시에서 두 번째 ‘동아시아평생교육포럼’이 개최되었다. 주제는 “동아시아 평생학습 관련 법제와 사회문제들에 대한 학습의 실천적 전개”였고 대만이 옵져버로 참가하였다. 이번 포럼은 형식보다는 내용이라는 관점, 무릎이 닫는 관계, 보다 심층적인 논의를 위해 최소한의 참여, 그리고 일본 공민관의 실천에 대한 이해를 위한 심도 있는 필드 트립 등 밀도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2010년 상하이 심포지엄에서 “중국의 발전, 한국의 약동, 일본의 모색(고바야시 분진선생)”이라는 총평이 떠올랐다. 평생교육의 새로운 중심으로서의 동아시아 세 나라의 연구자들과 실천가들이, 상대를 바라보면서 자신을 그리는 관계가 되고 있었다. 각국은 상황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유교문화권으로 학문을 숭상하고 오랜 기간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은 관계이며, 고도성장의 산업국가로서 겪는 공통의 문제들(고령화, 도시화, 격차사회와 학력주의 등)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평생교육은 이러한 시대적·사회적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각 사회별로 어떤 제도를 만들고 실천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도전을 받고 있다. 이는 근대화의 단계에서 사회교육·평생교육 체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던 서구의 경험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동아시아적 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유네스코의 평생교육연구소는 동아시아 평생교육 추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역동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한다. 이는 기존에 서구 성인교육의 발전과는 그 구조나 속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한국의 평생교육은 주민의 참여나 지역의 과제 해결과 관련해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문화적 배경이나 행정적 체계에서 유사성이 높은 일본 사회교육이라는 모델이 있고, 한국을 모델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종신교육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탄력을 받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평생교육

 

마지막으로 어떻게 함께 향후 평생교육의 미래를 만들 것인가. 일본 사회교육 실천에서 늘 내세우는 “주민과 함께 지역의 과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고 싶다. 주체 형성적 가치는 모든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평생교육의 대응 자세라고 하겠다. 우선 좋은 평생교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국가의 법적 책무를 비롯하여 지방 정부의 독자적 체제 구상, 학력인정이나 자격과 같은 학교교육과 사회교육, 직업교육의 연계 등 함께 논의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보다 시급하고 근본적인 과제는 우리의 생활, 생명, 평화, 평등, 관계 등 좋은 사회를 위한 평생교육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한 과제로서 주민들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평생교육, 새로운 만남과 협력적 관계, 나누고 소통하는 삶, 서로에게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평생교육의 재구축이 요청된다. 그리고 이번 참가자들이 공히 주목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지역에 뿌리 내리는 평생교육을 논의의 중심에 놓고 교류를 이어가야 한다.

최근 동아시아의 정치적 상황이 매우 긴박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배우는 공동체인 ‘동아시아평생교육’의 연대에 희망을 걸어본다.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문제를 해결한 경험 사이에서 우정과 협동이 싹트는 것이 아닐까. 내년은 한국이 개최할 차례다. 2010년 상하이심포지엄 이후 한국 제주도 모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정치적 문제로 인해 공식적인 포럼은 무산되었다. 하지만 의기투합하여 한·일 친구들의 소박한 여행으로 나름의 의미를 찾았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4·3평화공원이나 해군기지 반대 데모가 한창이던 강정마을 등 역사적 현장을 방문하였다. 당시 중국 山東工商學園에서 일하던 이토 오사카즈 선생의 합류가 있었고 이것이 그가 사랑하던 한국에서의 마지막 여행이 되었다. 한중일 국경을 넘어 사회교육과 국제교류에 힘썼던 그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친구들이 함께 만나는 진솔한 관계를 기반으로 국가와 도시, 현장을 평화적 관계로 안내하는 집단적 지혜의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싶다.

 

 

[참고자료]

고바야시 분진, 이토 오사카즈, 양병찬(공편)(2010). 일본의 사회교육·평생학습 : 풀뿌리 주민 자치와 문화 창조를 향하여. 서울: 학지사. 

 

 

 

 

양병찬
現 공주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한국평생교육학회 이사와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사무총장 역임하였고, 평생교육체제, 마을교육공동체에 관한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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