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단 기획연재] ⑤

'희망샘 인문학 산책'에는 밥, 실천, 오래된 친구가 있다

블로그 l Writer_안수희 upload_관리자 posted_Dec 18, 2017

저녁 7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희망샘 도서관 한편에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 밥솥에서는 뜨거운 김이 나는 잡곡밥이, 탁자 위에는 벨기에식 홍합찜과 김장김치, 시끌벅적 흥겨운 수다가 펼쳐진다. 희망샘 인문학 산책 기획단의 공동체 밥상이다. 각자 조금씩 준비해 온 김장김치는 여러 맛이 났다. 매콤하고 아삭한 김치들을 먹고 있으니 김장하던 날의 흥겨움과 고된 노동의 맛이 함께 느껴진다. 출출한 저녁, 식사가 항상 고민이다. 주변에는 식당이 많지 않다. 환경에 관심 있는 모임원이 많아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니 배달 음식과 패스트푸드는 탈락, 자연 모임 공간에서 밥상을 차려먹게 됐다.

<희망샘 인문학 산책>은 서수원주민편익시설 3층에 있는 희망샘 도서관의 인문학 기획단이다. 2009년 인문학 입문을 시작으로 2017년 <우린, 혐오에 대해 이야기해야한다>까지 9년째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기획, 운영하고 있다. 주부, 교사,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기획단은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9년이라니. 시민기자단 기획연재를 하며 만난 모임 가운데 가장 장수했다. 비결이 뭘까?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절로 마음과 발과 손이 모임 공간으로 향한다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인문학은 밥이다

 

10명 정도 인원이 둘러앉아 자연스럽게 회원 소개와 더불어 인터뷰를 시작했다.

모임 전 식사가 의식처럼 된 이들에게, 기자단의 공통 질문을 먼저 던졌다. <우리 동아리에는 000이 있다>. 바로 ‘밥’이란 답이 돌아온다.

 

“지금까지 인문학 산책이 올 수 있었던 힘 중에 가장 큰 힘이 밥이었어요.”

 

“함께 하는 밥상이야말로 살아있는 인문학이죠.”

 

매일 먹는 밥과 같은 모임, 건너뛰면 배고프고 끊으면 몸이 상하는 그런 곳, 9년이란 시간이 스며든 결과다. 함께 하는 밥상에 일상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다보면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진다고 한다. 식사 후 이어지는 토론과 논의 시간은 20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단다. 논술 강사가 직업이라 도서관에 왔다가 모임에 빠져 들었다는 전서영 회원은 말한다.

 

“풍기는 이미지가 비슷하지 않아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데도 모두 초록색 같아요. 초록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뿌리 깊은 사람들. 뿌리 깊고 심지 굳은 사람들이 있기에 새로운 사람들이 와도 잘 받아줄 수 있어요. 보금자리 같은 공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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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샘도서관의 '희망샘 인문학 산책' 기획단  ⓒ동아리 제공

 

인문학은 놀이터다

 

모임이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질문했다. “인문학은 놀이터다.”란 답으로 이어졌다.

나이, 성별 제한 없이 누구나 왁자지껄 모여 노는 놀이터, 친구가 있는 놀이터, 귀농을 준비중인데 친구들이 눈에 밟혀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조정현 회원의 말이다.

 

“사실 공부하려고 오지는 않아요.” 이 부분에서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냈다. “근데 제일 많이 공부해요!” 웃음이 이어진다. 인문학은 놀이터라니 이미 공부가 놀이가 된 경지에 이른 분이라는 느낌이 팍 왔다. “사람들 보고 밥 먹고 시간 보내면서 놀다가요. 더불어 책도 읽고 여행도 다니고. 일상을 공유하는 것 같아요. 특별히 뭘 하러 오는 것은 아니고요. 가족보다 서로의 일상을 더 많이 알고 있는 거죠.”

 

조정현 회원의 이웃으로 모임에 오게 됐다는 초등학교 교사 윤향자 회원이 바로 말을 잇는다.

 

“친구가 4~5년 후에 시골로 내려 갈 거라고 하는 데 말만 들어도 섭섭해요. 저 친구가 저를 여기로 데리고 왔어요. 처음에는 여기가 낮설어 짜증도 내고 했어요. 지금은 이곳이 저에게는 신성한 곳이 됐네요. 내 발이 나도 모르게 와 있어요. 전 두 개의 직업을 갖고 살아요. 하나는 초등교사, 하나는 여기 희망샘에 오는 거. 남편이 희망샘에서 월급은 언제 나오냐고 물어요. 그만큼 시간을 많이 보내니까요.”

 

친구 따라 강남 갔다 더 많은 친구를 만난 곳, 끈끈한 관계망, 9년차 모임의 힘이다. 그들은 서로를 동지라 부른다. 공동체도 꿈꿔 보지만 쉽지만은 않다. 모임의 브레인으로 통하는 이상명 회원은 말한다.

 

“우리가 어떻게 가족을 넘어, 개인을 넘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답은 갖고 있지는 않은데 그런 시도들을 책을 읽으며, 강의를 들으며 찾아가 보려 해요. 희망샘 인문학 산책은 그 길을 찾아가는 모임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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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을 만들고 고민하는 과정이 끈끈하고, 좋은 ‘앎’에 착한 ‘실천’이 뒤따른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나와 사회, 그 관계들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생활에서 실천하려한다. 쌍용차 파업 모금, 밀양 연대, 수원대 노조 파업, 촛불집회 참여도 실천의 일환이다. 공부로 끝나지 않고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 사회를 바꿔 가는 일도 함께 하려 노력한다. 희망샘 인문학 산책 동아리에는 실천의 기운이 느껴진다.

 

 

인문학은 실천이다

 

오래된 나무에 상처가 켜켜이 쌓이듯, 모임도 부침이 있었을 텐데.

 

“공부 방식도 바꿔보고 중간에 담당하는 사람도 바꿔보고 어려움을 겪었어요. 내가 좋아서 다니는 모임인데 점점 조직화가 되는 거예요. 개인에게 지워지는 책임감이 버거웠어요. 직장일도 있고 이 일도 있고 그 사이에서 고민하다가도 결국 기획단 활동을 하게 되더라고요. 왜냐하면 공부하는 게 좋고 그걸로 묶인 사람들이니까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앞으로 이들이랑 같이 살 꿈을 꾸기도 하구요.” (윤향자)

 

“모임에 너무 큰 기둥이 있으면 작은 기둥은 힘들어요. 오래된 회원끼리 너무 친하다 보니 새로 온 분들이 소외감을 느끼더라고요. 기둥이라 느끼는 분들은 좀 뒤로 빠져주고 그래야 새로 온 분들도 편하게 활동 하죠. 신입 분들 도망 갈까봐 저는 거리를 두고 서있을 때가 많아요.”(윤혜화)

 

희망샘 인문학 산책이 기획하는 강좌는 일 년에 2번 열린다. 이번 2학기 강좌는 9월 14일에 시작해서 11월 30일까지 매주 목요일 7시에 열렸다. 석 달 동안 매주 열리는 강의 일정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질문했다. 모임의 저녁 밥상을 책임지는 김정한 회원의 말이다

 

“매주 목요일 7시는 꼭 모이는 시간이니까 힘들지 않아요. 강좌가 없는 방학 때는 공동체 밥상도 먹고 공부도 하고 더 재미있어요. 매주 목요일 이곳에 와야 하는 것이 부담일 수도 있겠지만 안 그러면 제가 금방 무너질 것 같아요. 모임의 시스템이 저를 오롯이 살아가게 해요. 기획단 선생님들과 모임을 지속했기에 제 삶이 가능했어요.”

 

김정한 회원은 희망샘도서관이 개관할 때 아이 손잡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용자를 넘어 희망샘도서관 공간을 사랑한다는 그는 호매실동에 살다가 도서관과 가까운 동네로 이사할 정도로 열심인 활동가다. 그는 내내 ‘앎’과 ‘실천’에 대해, ‘연대’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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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샘 인문학 산책은 9년 동안 직접 강좌를 기획했다.  ⓒ동아리 제공

 

기획 연재 두 번 째 공통 질문, 모임의 결정적 순간에 대해 물었다.

 

“세월호 1주기 때 수원역에서 저희가 추모행사를 했어요. 모임방에서 볼 때랑 수원역에서 보는 회원들 모습이 또 다르더라고요. 모임방에서는 정말 조용한 분이 밖에 나와서 시민들 만나 추모 행사에 대해 당차게 설명하는 모습, 공부를 실천하는 모습이 너무 자랑스러웠어요.”(김정한)

 

인문학에서 파생된 연계활동을 통해서 연대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며 실천하는 희망샘 인문학 산책 기획단. 힘겹지만 그런 실천의 삶이 운동성이 되어 현재의 기획단을 끌고 가는 원동력이라는 그들의 이야기가 무겁고 단단했다. ‘앎’을 ‘실천’에 옮기기는 얼마나 힘겨운지. 앎을 향한 욕심만으로 인문학을 쇼핑하듯 즐기지는 않았는지 인터뷰 내내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 있는 희망샘 인문학 산책 기획단. 연두에서 초록까지 다양하지만 닮아있는 이들이 심지 굳게 뿌리내려 공부가 놀이가 되고, 의미 있는 실천을 통해 삶과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기를 응원한다. 밥, 놀이, 친구, 실천 그리고 여기에 하나를 더해본다. 서로에 대한 믿음! 9년차 동아리가 말하는 장수 비결이다.

 

 

<기획한 강좌>

2009년 <나를 찾아가는 인문학산책>

2010년 <내 안의 아시아>

2011년 <생명 살림 공동체>

2012년 <시민, 시민을 만나다>, <시민, 시민으로 살아가다>

2013년 <불안사회를 넘어설 우리의 선택>

2014년 <내 일상의 주인은 누구인가>, <가만히...있을 수는 없다>

2015년 <법은 누구의 편인가>, <시민의 국가>

2016년 <행복한 공존을 위한 세 가지 사용설명서>

2017년 <광장을 말한다>, <우린, 혐오에 대해 이야기해야한다>

 

<미리 알아두면 좋을 희망샘인문학산책의 약속들>

우리의 저녁에는 십시일반 간식이 있다!

1. 하루 2명 당번이 먹을거리를 준비합니다. 간편하게 비용으로 대신하기도 해요.

2. 개인 컵을 사용합니다. 못 가지고 오셨다면 대여료 500원~

3. 열심히 출석한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출석부에 체크! 종강 날 선물 드려요.

4. 도서관 카페에 후기 올려주세요. 선정하여 선물을 드려요. (다음카페 ‘희망샘도서관’)

5. 인문학 강의책자 절찬리 판매!! 판매금은 후원처를 함께 결정하여 후원합니다.

 

<희망샘도서관이 궁금하다면?>

※희망샘도서관 – 좋은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 [기사 바로보기]

 

 


희망샘 도서관 인문학산책 기획단

언제 모이나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어디서 모이나요? 서수원주민편익시설 3층 희망샘 도서관

문의는 어디로 하나요? 희망샘 도서관 031-291-6943


 

안수희
수원시평생학습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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