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자유학년제에 자유는 있을까?

현장 l Writer_김수향 upload_관리자 posted_Jan 02, 2018

 

자유학년제 효과 극대화를 위한 타산지석삼기

 

 

2018년 교육계는 자유학년제로 뜨겁다. 전체 중학교 중 45.8%가 ‘중학생 1학년을 대상으로 학기와 상관없이 총 221시간을 평가 기록과 상관없는 시수(주제탐색, 예술체육, 동아리, 진로탐색)로 의무 시행한다’고 자원했다. 이미 전국의 중학교들이 재학 학기 중 한 학기를 자유학기제로 시행하고 있는 데서 점차 한 학년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에 기인한 것이다.

자유학년제의 실질적 목표를 완수하기에는 교육계 전반의 분위기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이미 자유학기제를 진행한 학부모 중 일부는 이 기간을 사교육 집중기간으로 삼아 학교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르는 학생들과 큰 학업에 격차를 보였다고 입을 모은다. 학업집중기간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자유학기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상위권 학생들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또 지필고사가 사라졌다고 해도 단원평가나 수행평가와 같은 또 다른 형태의 학생 평가를 내세우며 학생들의 일이 더 늘었다고 푸념한다. 교사들에게는 모든 것이 늘어난 ‘업무’가 되었다. 연계기관을 섭외하는 일도 그렇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 역시 ‘더 늘어난’ 업무 이상의 의미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학업을 놓은 학생들에게는 시험을 없앤 1년의 기간이 오히려 2~3학년 때 공부를 따라잡기 힘든 마의 기간이 되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여러모로 예상되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음에도 자유학년제가 의미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다. 먼저 현재의 입시 제도 중 공교육에서 공식적으로 ‘학생 자율에 의한’ 시간을 허락했다는 것이다. 그것의 혜택을 가장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그 시간을 진짜 자기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잘 기획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공부와 성적만이 입시로 연결되는 현재 교육의 폐단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 전반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는 어느 한 지점에서라도 변화의 시도는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유학년제의 의무화 확산에 앞서 손든 전국 중학교의 45.8%라는 숫자는 그 변화와 시도의 일로에서 큰 의미를 준다. 마지막으로 미래형 글로벌 인재의 자질로 꼽히는 요소들이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는 배양하기 어려운 바 자유학년제가 지향하는 4가지 방향성이 이것에 대한 대안이 되어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자유학년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한 기간만 뚝 떼어서 시행한다고 자유학년제가 지향하는 목표점에 제대로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학년제의 안정적인 정착과 성과를 위해서 앞서 이것과 비슷한 교육 방식을 도입한 나라들의 다양한 노력을 살펴보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들을 점검해보았다.

 

 

자원의 공유: 학교, 교사, 지역사회의 긴밀한 협동관계 유지

 

자유학년제의 모델이 되었던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의 예를 들어보자. 아일랜드에서 시범적으로 전환학년제를 도입했을 시기만 해도 이 제도는 일부 사립학교들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시행 이후 효과가 입증되면서 필수코스가 아님에도 현재는 아일랜드 학생의 80%이상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전환학년제를 마친 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이 높다는 정부 발표도 나왔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프로그램이 훌륭해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진학하기 전 그 사이의 1년 동안 시행된다.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 이미 어느 정도 진로에 대한 큰 틀을 고민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전환학년제는 많은 부분에서 진로 탐색과 연계가 된다. 진로 탐색은 학교 안에서 몇 가지 적성 검사를 하고 직업 체험 기관을 찾아 몇 시간을 보낸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다. 교사와 학교, 지역사회, 경제와 커뮤니티가  협업 시스템을 잘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아일랜드에서는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학생들의 진로 탐색에 나선다. 물론 진로코칭 선생님(Guidance Counselor)이 상주해 있지만 그와 역할이 다르다. 저널리즘 학위가 있는 한 영어선생님은 학생들의 미디어 계통 진학에 필요한 다양한 활동들을 가이드 한다.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았던 선생님은 장애인올림픽을 도울 수 있는 학생들을 모아 장애인 시설에 한 달 동안 투숙하며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 이 전환학년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한 원천은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역할이었다고 이 전환학년제를 경험한 학생들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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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학생들이 전환학년제에 병원에서 의료체험을 진행하고 있는 장면

<출처 : www.irishtimes.com >

 

이렇게 교사가 자신의 관심분야로 학생들이 시야를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들을 제공하며 동시에 학생들이 진출할 수 있는 사회 접점들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연결된 지역 사회의 유관기관들은 단순히 하루 이틀의 방문이나 체험이 아닌 실질적인 경험이 창출될 수 있는 장기적인 프로그램의 인프라와 플랫폼을 제공한다. 그것은 지역 사회의 기업이 될 수 있고 공공기관이 될 수도 있다. 만약 관심있는 분야의 종사자가 친구의 부모님이라면 기꺼이 그들 역시 멘토가 되어준다.

이렇게 지역사회와 학교 그리고 지역 경제는 한 나라의 미래가 될 청소년들에게 기꺼이 그들의 시간과 자원, 넉넉한 품을 내어준다. 이 같은 교육에 대한 투자는 아일랜드가 처한 여러 경제적 위기나 국가 존속과 관련된 회의적인 시각에 희망이 되어주었다. 어른들이 팀을 이루어 자녀세대를 위해 협업하였던 것이 결국 국가경제와 발전에도 큰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은 전환학년제가 갖는 가장 큰 의미다. 지리적 약점과 역사적 갈등으로 국내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던 아일랜드가 최근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벤처창업의 메카가 된 것도 이러한 교육적 변화에 어른세대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며 지지해준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자유학년제에게 자유를!

 

자유학년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출발 단계에서 기본적인 큰 틀이 잡혀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교육 역사상 전무후무한 교육방식의 도입은 일선 교사나 학부모 그리고 학생 모두에게 혼선을 야기하고 있는 듯 보인다. 큰 틀은 가져가되 실제로 자유학년제의 취지에 맞게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에 충분히 집중할 필요가 있다.

초등 6년의 기간 동안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가져보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는가에 대한 탐색의 시간은 어떻게 보면 몹시도 괴로운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대한민국 교육 구조상 대부분의 학교들이 자유학년제 도입을 중1 과정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진로탐색’이라는 단어가 13세의 아이들에게는 아직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될 경우가 다반사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진짜 배우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교육보다는 ‘해야만 하는 당위성’에 대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태반인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자유학년제의 취지가 무색하게 오히려 아이들을 사교육과 포트폴리오 시장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아직 자신의 흥미와 관심을 파악하기 힘든 대한민국의 중학교 1학년을 무슨 수로, 어떻게 자유학년제 취지에 맞는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학생’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미 자유학년제와 비슷한 취지의 프로그램을 도입한 다른 나라에서는 일차적으로 학생들 개개인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교사들이 1:1로 파악하고 관리한다. 그리고 모든 과정의 핵심은 학생의 자율권에 맡긴다는 취지이다. 개인의 역량을 강화시키기에 적절한 관리와 코칭은 필수이지만 결국 최종 선택의 권한은 학생에게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공립대안학교인 ‘The Met’ School(the Metropolitan Regional Career and Technical Center)이 좋은 예이다. 이 학교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의 큰 도시인 프로비던스 시에서 설립.운영한 학교로 탈학교 학생들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1996년 세워진 혁신 고등학교였다. 이 학교는 설립 초기 프로비던스 시 지역 출신 최하위 소득계층의 학생을 선발했고 학력수준이 초등학교 6학년 수준에 머물렀던 입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을 98%까지 올린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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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팀챌린지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상 MET School학생과 그 밖의 참여자들

<출처 : http://www.metschool.nsw.edu.au >

 

이 학교의 교육 모델은 당시에도 획기적이었는데 그 중 가장 주된 것은 바로 ‘One Student at a time’으로 설명되는 개별화 수업 운영이었다. 교사들은 학교 생활을 하는 한 개인의 흥미와 능력 등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학생에게 적합한 교육적 방침들을 논의했다.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이 학교는 일주일에 3번의 교과수업 그리고 이틀의 학교 밖 인턴십 교육으로 수업을 구성했다. 학생의 흥미와 실제 진로에 기반을 둔 인턴십 학습활동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교실 안 수업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 학습 유형을 LTIs(Learning Through Interest and Internship)라고 하는데 학생들은 자신의 흥미와 능력 그리고 각자의 필요에 따라 공부할 주제나 과제를 결정하고 그러한 주제를 공부할 수 있는 학교 밖의 지역사회 기관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 후 일주일에 2번을 이 지역사회 기관에서 공부하며 보내는 시간은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 두기에 따라 몇 주간 계속되기도 하고 몇 년간 계속되기도 한다.[1]

 

스스로 선택한 학습지가 바뀔 수도 있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으나 학생들은 그것을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즐기면서 자신이 정말 관심이 있으면서도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충분한 탐색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강요나 강제가 아닌 ‘자신의 선택’이 있기에 학생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율성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멋진 성과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나의 관심분야가 있더라도 선택할 수 없는 제한된 환경의 대한민국 자유학년제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하겠다.

 

 

자유학년제, 이전과 이후를 연결하는 큰 체계가 필요

 

마지막으로 자유학년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필요한 것은 자유학년제 자체가 아니라 그 이전과 이후 교육 과정의 연계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자유학년제에 주로 진행될 토론과 참여형 수업을 위해서는 초등 과정부터 지속적인 연계와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학생들 개개인의 흥미와 재능을 관찰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초등 교육 시스템도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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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스 카운셀러의 상담 장면  <출처 : www.betterhelp.com >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후 과정과의 연계이다. 실제로 기존 자유학기제를 진행한 학부모들은 중등 교육의 첫 해에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아 2~3학년 과정을 소화해내기 어려웠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자유학년제가 시행되는 때에 오히려 사교육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에서 비롯된다. 무시험제의 교육과정 1년이 공교육 과정의 1년이 되다 보니 다시 입시경쟁 안으로 들어갈 때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민국 입시제도의 큰 틀이 바뀌지 않는 한 해외에서 이미 달성한 다양한 방식의 혁신교육 성과들을 달성하기에는 힘에 부쳐 보인다.

자유학년제가 중학교의 애물단지로 변모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소중한 1년의 시간을 잘 성장하게 해줄 연계 과정의 시스템 정착이 절실해 보인다. 현재 자유학기제 이후에 지속적인 연계를 위한해 ‘연계자유학기’가 존재한다. 그러나 의무 과정이 되지 않는 이상 무용지물에 그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앞서 소개한 아일랜드의 경우, 1년의 전환학년제를 시행한 이후의 과정을 그래서 더 중요하게 여긴다. 1년동안 학생 한 명을 관리하고 코칭하는 전담 선생님은 전환학년제가 끝날 무렵 학생이 선택한 과목에 대한 성과와 이후의 방향을 상담하고 코칭해 준다. 그리고 학교에 의무적으로 상주하게 되어 있는 진로상담가와 연계해 고등학교 과정에서 진로와 연관되어 의무적으로 공부해야 할 과목과 자격증 등을 안내한다. 아일랜드의 진로상담가는 학교의 선생님 중 한 명이 로테이션으로 담당하는 역할이 아니라 관련 공부를 석사 이상으로 한 교육 전문가들로 학교가 고용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은 학생들이 진로를 위해 나아가는 모든 과정을 같이 고민하고 찾아주며 실질적인 조언을 주는 역할을 한다. 자칫 1년의 ‘노는 해’로 끝날 수 있는 전환학년제를 의미 있는 해로 만들어주는 가장 필요한 조력자인 것이다. 1년의 전환학년제 경험을 바탕으로 찾은 관심과 해당 진로를 이루기 위해 진학이 필요한 대학교과 학과목을 먼저 설정해보고 그 학교 진학을 위해 필요한 포트폴리오를 이미 그 시기에 준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자유학년제 안정적 정착을 위해 필요한 3가지 핵심 요소를 살펴보았다. 자유학년제가 이름만 무색한 ‘자유’학년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학생의 준비보다는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키워낼 사명이 있는 어른들의 준비가 더 필요한 시기이다. 건강한 어른들의 ‘내어주는 넉넉한 품’으로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계기가 어른들의 인식에서도 자리잡기를 바라본다.

 

 

[1] [해오교육동향]교육과정선진화구상 : 미국의 메트스쿨(‘The Met’ school)사례 , 월간교육, 2017년 7월

 

 

 

 


세계는 지금  아동, 청소년, 학교 교육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주는 대안적인 해외교육 사례를 소개한다. 체험과 단순 교육을 넘어 사회를 경험해야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한다는 진로교육의 새 패러다임을 열고, 실천하는 더시안교육연구소의 취재 글 김수향


 

김수향
[더시안 교육연구소] 아동, 청소년, 학교 교육 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주는 대안적인 해외교육 사례 소개로 2015년부터 연재 중. 필자는 더시안교육연구소 이사로, 더시안교육연구소는 청소년들이 직업체험을 넘어 사회를 경험함으로써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한다는 진로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실천하고 있는 연구 및 활동그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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