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곽로컬]

팀 코리아의 조건

현장 l Writer_곽현지 upload_관리자 posted_Feb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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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구왕 통키에 버금가는 축구왕 로컬의 불꽃슛 (feat.상상도)

 

 

학창시절 나는 체육 시간이 되면 시범 동작을 하러 종종 불려나가곤 했다. 잘해서가 아니라 몸치에 둔치였기 때문이었는데, 아마도 선생님은 내가 이해하고 따라하면 모든 반 아이들이 다 할 줄 안다고 판단하셨던 것 같다. 덕분에 농구, 배구, 핸드볼, 축구를 비롯한 각종 공들을 두루 만져(만)봤고 심지어 투포환까지 던져(만) 봤는데, 다양한 종목을 많이 접하거나 연습한다고 잘하게 되는 건 아니었다. 운동 신경이 왜 둔한지 조금 고민해 본 적은 있지만 인문계인 나로서는 체육이 입시 당락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서도 크게 개의치 않았기에 해당 시간에만 좀 곤란했을 뿐 별 일 없이 지나갔다. 성인이 돼서는 순전히 호기심만으로 사회인 야구에 살짝 발을 담가봤는데 어느 날 자세를 가르쳐주던 단장님이 ‘아직도 이해를 못하셨어’ 라고 장탄식을 하곤 날 포기했다. 그렇게 운동과는 안녕이었다. 그후 휘트니스 센터를 몇 차례 다닌 적은 있었으나 사실 운동이라기보다는 다이어트를 위한 (정신승리) 방편이었을 뿐이다. 그 밖에는 동네 공원 한 켠에 있는 체력 단련 기구를 몇 차례 탄 게 고작이었으니, 돌이켜보면 참 어지간히도 몸 쓰는 일을 멀리하고 살고 있나 싶다. 조금 더 변명을 해 보자면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고나서 부터는 바쁘기도 하거니와 운동을 접할 기회나 환경이 없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사회인이 되자 몸 쓰는 것에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운동이 일상의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리게 된 것이다.

 

평범한 시민의 운동량은 얼마나 될까? 2015년 체육백서에 따르면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 35%나 된다. 조금이라도 매일 하는 사람은 7%에 불과하다. 참여 종목은 다수가 ‘걷기’ 이고 그 다음이 ‘등산’ 이다. 때문에 운동 장소는 ‘기타’가 60%를 넘는다. 매일 신체 활동을 하지 않는 시민이 93%나 되고 체육관 같은 시설을 활용하는 비율은 채 40%가 못 된다. 운동하지 않는 이유는 시간부족과 관심부족, 소질부족, 정보부족 순으로 나타났는데, 어쩌면 이리도 나와 상황이 같을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이런(지경인) 내가 평균치라니 안심해야 하나. 솔직히 당황스럽다. 뭐 나야 개인의 문제일 수 있겠으나 사회적으로도 이런 분위기라면 심각한 상황이다. 아무리 몸치·둔치라도, 관심이 없더라도, 시간이 있든 없든, 부자든 아니든 운동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건강하지 못한 삶이 행복할 수 없고, 행복한 이가 드문 사회가 지속 가능할리 없기 때문이다.

 

평생학습에서 신체 활동의 영역과 비중이 강화되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지금도 다수의 평생학습기관에서 요가나 댄스, 무용 등의 마룻바닥을 활용한 실내 강좌가 이루어지고 있긴 하나 적극적으로 개념과 범위를 확장하여 마을 속에서, 거리에서, 주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다양한 사회 계층과 세대 참여가 가능하도록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참여 채널을 개발하고 각종 동호회와 체육, 놀이 단체, 보건‧의료‧상담 기관 등과 인력, 시설 등의 자원을 연계하여 적절한 신체 활동과 건강한 생활 습관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잡아가는 평생에 걸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선 기관의 주차장부터 없애고 운동장으로 만드는 작업부터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운동장을 가진 평생학습기관이 몇이나 될까. 반성해야 할 현실이다. 생활체육의 저변을 만들어 가다보면 조기 축구회 외에도 할머니 야구반과 주부9단 육상반, 일인가족 체력단련반 등 갖가지 삶의 모습을 한 활동 공동체가 생길 것이다. 마을별, 종목별, 취미별 동네 리그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리그전을 개최하면 지역사회에서 챔피언이 등장하게 된다. 우리 가족이 또는 우리 이웃이 챔피언이 될지도 모른다니 참으로 두근두근한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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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장면 <출처 : 연합뉴스>

 

 

올림픽 기간이다. 빙상과 설상에서 각색의 종목이 연일 펼쳐지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모인 준수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도전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 고통을 인내하며 마침내 한계를 돌파하는 순간, 감격과 환희에 찬 그 순간, 순간들을 함께 호흡 해 본다. 나는 경기 관람을 매우 좋아한다. 비록 몸치에 둔치지만 말이다. 몰입하고 환호하고 활력을 분출하는 순간을 함께 누린다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가. 그리고 그러한 순간, 순간들이 평창에서도 만들어지며 기대를 충족하고 있다.

 

매일 기록이 쏟아지는 와중에 유독 우리 선수들의 기록에만 단골로 붙는 수식어가 있다. ‘기적’ 이 그것인데, '빙판의 기적, 금빛질주', '기적의 은메달', '기적을 노리는 아이스하키팀', '기적의 질주', '평창서 재현되는 밴쿠버의 기적' 등등 기적으로 검색되는 기사만도 수백 개가 넘는다. 스포츠 신(神)이라도 강림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체육백서에 나타난 현실이 말해주듯이 스포츠 저변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선수층도 매우 얇다. 걸출한 선수가 뿅 하고 나타나 드라마를 쓰니, 기적으로 밖에는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항상 역경을 뚫고 지옥 훈련을 했다는 스토리가 이어진다. 장하고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로 스포츠란 것이 꼭 저렇게 지옥을 겪어야만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것인가 싶다. 평범한 직장인이, 학생이, 가정주부가, 또는 은퇴 후 재도전하여 메달의 주인공이 된 외국 선수들의 면면과는 사뭇 다르다. 생활 체육 대신 엘리트 체육을 택한 사회가 가진 한계가 아닐까 한다.

 

올림픽 유산을 사회에 스며들게 하자는 것이 올림픽 정신이다. 올림픽이 계기가 되어 사람들이 더 많은 신체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책적, 구조적, 환경적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는 일이다. 결국은 체육이 일상으로 내려와야 하는 일이다. 평생학습이 한 몫을 담당 할 수 있지 않을까. 열정을 연결하고 팀 코리아가 되는 것이 이번 올림픽의 목표이다. 진정한 팀 코리아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자. 축제는 곧 끝나겠지만, 열정은 계속해서 연결 될 것이다.

 

 

 

 


월간 곽로컬  수원 이주 일 년, 학습관 입성 일 년. 그동안 학습관에서 보고 들은 사소하지만 지나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무엇이든 평생학습과 연결합니다.  곽현지


 

곽현지
수원시평생학습관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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