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를 읽고

떠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블로그 l Writer_노윤영 upload_올리브 posted_Feb 27, 2018

근래에 여행은 가장 값비싸면서 가치 있는 소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아를 성장시키며, 어른이 되게 하고, 꿈을 찾으며 성공하는 인생을 위해 여행은 꼭 필요한 거라고 한다. 비타민을 챙겨 먹듯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여행을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위해 지금의 시간과 돈을 쌓아 둔다. 하얀 백사장과 맥주 한 병의 사진을 꿈꾸며 오늘을 버틴다. 언젠가 이 땅을 이륙할 그 날을 위해 친구와의 약속도 뒤로 미룬다. 이제 왜 여행인지를 물을 때가 됐다. 책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우연의 바다,2015)는 여행의 의미를 인문학과 영화에서 찾고 있다.


작가이자 문화평론가이며 팟 캐스트 진행자인 정지우가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강의를 했다. 시민기획단 '나침반과 함께'가 기획한 '다른 여행을 상상하라' 강좌 중 하나다. 작가는 서문에서 우리에게 맹목적으로 요구되는 것들, 즉 자기도 모르게  '욕망'하게 된 것들에 대해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자본주의를 언급한다. 여행의 시작은 상인들의 몫이었다. 다른 곳에서의 보물 찾기가 자본의 확장과 함께 온 대륙으로 뻗어나갔다. 자본과 욕망 그리고, 여행은 견고하게 엮여있다. 여행 끝에 반복되는 허무한 일상이 아닌, 세상을 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한 여행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여행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작가는 여행을 악마적인 소비 행위하고만 주장하지도 않을 것이고, 반대로 찬양도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여행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여행을 해명하고 싶었다고 한다. 왜 자꾸 떠나고 싶은지, 무엇이 달라졌는지, 무엇을 여행에서  얻었고 어떤 것에 실망했는지를 글로 쓰고 싶었다고 한다. 여행지에서 쓴 메모들이 모여 이 책이 나오게 되었다. 커피의 기원과 수확의 불평등한 현실을 알고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시기로 선택하는 것처럼,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가기로 선택'하는 여행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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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여행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여행의 역사와 왜 떠나고 싶은지에 대한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인간은 어쩌면 영원히 자유와 안락이라는 딜레마 속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갈망을 부채질하며 어서 오라 재촉하는 저 먼 이미지들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다. 자유와 안락을 동시에 꿈꾸면서 현실은 그 둘 어딘가에서 방황한다. 인간의 모든 욕망이 돈으로 얻어지는 도시에서조차 자유와 안락을 동시에 얻기 힘들다. 자유와 일탈의 여행은 그 어딘가를 찾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가장 매혹적인 방법 중 하나다. 우리 나라의 입시 구조에서 많은 아이들이 어린 시절 자유보다는 억압에 가까운 경험을 한다. 대학, 회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여행이 더 의무로 다가온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요새는 여행으로 대체되었다. 작가는 '자유'라는 의미를 되짚어본다. 떠나는 게 진정 자유인지를 말이다.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건 자유가 아니다. 진정한 자유란 자기만의 삶의 방식과 짜여진 현실 사이에서 조율하는 힘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 힘을 여행에서 얻는다.


여행과 신체와의 관계가 나오는  2부에서 작가는 신체 즉 몸에 주목한다. 내 몸의 진짜 주인은 나인지 의심한다. 정형화된 틀을 특히 강요하는 우리 사회에서 신체의 주인은 나 말고 타인일 수 있다. 과도한 성형과 다이어트,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등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에게 비쳐지는 실루엣으로서 내 몸이기 때문이다. 타국에 가면 내 몸에 엮인 사회적 맥락도 바다에 같이 버려진다. 우리 나라에서 알아 주는 브랜드는 외국 사람들은 모르거나 관심이 없을 수 있다. 오롯이 우리의 태도, 표정, 인상만으로 우리는 그들에게 다가간다.  작가는 여행이 내 신체에 가까이 가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배낭 여행을 상상해 보자. 낯선 곳에서 우리의 몸은 오감 아니 육감에 예민해진다. 인생 샷을 건지기 위한 구두보다 편한 운동화가 필수다.           


'새로운 풍경들, 나를 둘러싼 세계와 자연을 다시 경험하고, 거리의 온갖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고 나서 돌아온 숙소의 밤은 달콤하다. 매일 현실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만성피로를 호소하던 시절의 피로와는 전혀 다르다. 나는 심지어 이 피로가 아름답다고, 그 어떠한 몸의 상태보다 편안하다고 느낀다. 그 하루 동안, 나와 내 몸은 다름 아닌 '삶을 경험'한 것이다.'


마지막 3부는 여행에 관한 영화이야기다. 많은  여행 영화와 소설 중에서 작가가 추천한 영화 리스트도 주목할 만 하다. 작가는 각각의 영화 속 여행을 철학적으로 접근해 본인의 이야기를 접목시킨다. 앞에서 말한 여행의 의미, 진정한 자유 등을 영화 속에서 찾는다. 여행 영화에서 사랑은 빠지기 힘들다. 낯선 곳을 가는 여행과 낯선 이를 받아들이는 사랑은 닮았다. 여행과 사랑은 이곳을 탈출하라고 하지 않는다. 원래 있던 곳에서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힘을 준다고 한다. 사랑과 여행에서 용기와 지혜를 얻는다. 현명한 이들은 욕망을 포기하지도 않지만 목매지도 않는다. 조율하는 삶을 산다. 조율에는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이 작가가 말한 여행의 의미다.


책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우리의 여행이 최고의 것이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하지만, 늦지 않게 떠나야 한다. 죽음이 우리를 향해 착실히 다가오고 있다. '


작가는 여행을 예찬한다. 작가는 여행을 통해 삶을 이야기 한다.  여행은 지금 여기를 위한 것이고 우리는 이 시간을 살아가야 한다. 누구나 우리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를 원한다. 휘둘리지 않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이웃들과 평화롭게 지내고도 싶다. 엉켜 있는 이해 관계 속에서 나와 타인이 건강하기를 바란다. 그럴 힘을 작가는 여행에서 얻는다. 그게 작가가 말하는 여행의 의미다.

  

노윤영
수원시평생학습관 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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