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문화예술교육에서 배운다 ②

사업의 구조, 같거나 다르거나

이슈 l Writer_백현주 upload_관리자 posted_Mar 26, 2018

닮은 듯 다른 평생교육과 문화예술교육. 1983년 제정된 사회교육법의 이름을 평생교육법으로 바꾼 지 20년이 되어 오고, 그 이름에서처럼 전 생애를 다루는 평생교육과 특정 영역인 문화예술교육은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오히려 그 규모와 상황이 전도된 듯 느껴진다. 배움은 본받음에서 시작하고 서로를 거울삼아 성장한다면, 평생교육의 성장을 위해서는 문화예술교육을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마침 양적 팽창의 일로를 달리다 새 정부에 들어 질적 변신을 꾀하고 있는 시점이다. 웹진 <와>는 4차례에 걸쳐 문화예술교육의 등장과 제도, 사업과 문제점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문화예술교육은 크게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으로 나누어 추진된다. 학교문화예술교육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것이고, 사회문화에술교육은 학교문화예술교육 외의 모든 문화예술교육을 지칭한다.

 

❚ 학교문화예술교육: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문화예술교육

❚ 사회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시설 및 문화예술교육단체와 각종 시설 및 단체에서

   행하는 학교문화예술교육 외의 모든 형태의 문화예술교육

 

 

학교교육 개혁의 과제와 학교문화예술교육

 

2016년 기준 문화예술교육 예산은 1,760억 원(국고 1,266, 지방 494)이다. 2005년 관련법 제정으로 사업이 처음 공식적으로 편성되었을 당시의 예산 208억 원에 비하면 11년 동안 8.4배 증가한 규모이다. 이중 학교 영역 예산은 2016년의 경우 910억 원으로 약 절반인데, 지난 기간 전체를 놓고 보면 학교 영역 예산이 3분의 2 이상을 넘는다. 실제로 당해년도 수혜자 수를 보아도 300만 명 중 학교영역에서 289만이고, 사회영역 11만으로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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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 문화예술교육 현황-위치

<출처: 「2014 학교 문화예술교육 실태조사 연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하지만 학교 영역의 예산 비율이 애초에 문화교육이 목표로 했던 ‘학교교육 개혁’의 과제수행 정도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평생교육이 성인교육으로 이해되고, 학교교육 바깥에서만 작동하는 것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영역은 교육과정과 교육과정 외로 나누어지는데, 그중에서도 교과수업에 문화예술교육(사업)이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회색으로 음영처리된) 번호를 매긴 7개의 활동에 문화예술교육이 들어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창의적체험활동과 방과후학교에 ‘예술강사’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집중 투입되는 예산이대부분이다.

 

물론 음악수업에 국악이 포함되고, 국어수업에 연극이, 체육수업에 무용이 강화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예술교과의 시수는 초등에서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줄어들었고, 대체로 정규교육과정 바깥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운영되면서 정작 학교교육과정의 큰 틀을 바꿔본다는 처음의 목표와는 거리가 많이 벌어졌다. ‘학교’라는 수식어가 붙고,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만 학교문화예술교육은 분과 중심의 근대교육시스템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해 학교교육에서 완전히 분리되어버린 평생교육과 아주 닮은꼴이 되어버렸다.

 

 

예술강사, 일자리 사업에서 주체의 형성까지

 

학교문화예술교육의 핵심 축인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무용, 영화, 연극, 사진, 만화 애니메이션, 디자인, 공예, 국악 등 총 8개 분야의 예술강사를 선발, 학교로 파견하는 형태의 사업이다. 2016년 현재 학교문화예술교육 예산 910억 중 860억 원이 예술강사 지원예산이고, 9,000여 학교에 5,357명의 예술강사가 파견되었다.

 

관련 전공 여부, 교육 및 예술활동 경력,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의 유무, 그리고 수업계획 등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사업시행 첫해인 2005년부터 1,600여 명을 선발해 일자리사업이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예술인들이 오롯이 예술활동으로만 먹고 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많은 예술인들은 교육활동을 병행하며 생활하고 있으며, 문화예술교육사업과 예술강사제도는 예술인들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동시에 예술가로서 자립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저렴한 강사료, 학교의 이해 부족과 관계 형성의 어려움, 점점 정교화되는 행정처리 요구 등으로 자신의 예술활동을 교육에 접목해보려는 역량있는 예술가, 활동가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이 제도가 문화예술교육의 하향평준화를 낳는다는 평가도 있다. 일자리 사업이 되면서 문화에술교육이 표방하는 교육적 예술적 가치가 퇴색했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와는 또 다른 차원으로, 2013년에는 전국예술강사노조가 설립되었다. 예술강사들 스스로 처우개선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교의 담당 교사와 예술강사는 협업하는 관계지만 협의 없이 교안이 바뀌는 경우도 있었고, 일부 학교에서는 강사평가를 빌미로 예술강사에게 잡무를 시키거나 무급 초과근무를 시키는 일도 발생한다. 어떤 학교에서는 휴게 공간이 없어 강사들이 계단 한구석에 쪼그려 앉아 쉬기도 했다. 일종의 학교의 '갑질'을 겪으면서 예술강사들의 분노가 키워졌을 테고, 무엇보다 예술강사 제도가 시작된 지 15년째 동결인 강사료와 단시간근로자로 분류돼 건강보험의 헤택에서도 제외되고 있는 실정에 대해 강사들이 연대에 나선 것이다.

 

“건강보험을 제외한 3개 보험이 시작된 것도 2008년 진흥원이 주최한 예술강사 연수 당시 사고를 당한 예술강사 한 분이 대법원까지 가는 긴 산재보험 소송에서 승리했기 때문이에요.”

 

한 노조의 관계자는 예술강사 평균 연봉은 1,200만원으로 2015년 최저임금 기준 연봉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전한다. 이런 노력으로 2016년 12월 예술강사들은 11년만에 강사료가 시간당 4만원에서 3천원 인상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사업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런 요구는 부적절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술강사들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문제의 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문화예술교육의 주체로서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한 일군의 집단과, 그들 간 연대의식이 확실히 형성되었기에 가능함을 부정할 순 없을 것 같다.

 

평생교육계에서는 평생교육사 제도가 생긴 1999년 이후 2017년 현재까지 평생교육사 자격증이 약 12만 건이 발부되었고, 이중에서 최대 1만 명 정도가 고용, 배치된 것으로 추정한다. 그중에서 비형식교육기관에 배치된 평생교육사가 4,500명 정도이다. 숫자로 치면 문화예술교육이나 예술강사는 비교 상대가 안된다. 하지만 강력하고도 일방향적으로 추진된, 일자리 창출의 착시효과가 있다고 해도, 예술강사 지원사업의 현재는 평생교육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러운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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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형식교육기관 평생교육사 배치 현황  <출처: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중앙 주도 정책, 공모지원사업의 그늘

 

예술강사 처우 문제는 그 자체의 문제를 넘어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집행 구조의 문제를 표면화했다. 문화예술교육의 주무부서인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은 2009년부터 16개 시·도 광역지자체 단위로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지역센터)를 지정하고 사업을 맡겼다. 애초의 취지는 ‘분권’이었겠으나 실제로는 중앙에서 정한 사업을 대리 수행하는 역할, 정부보조금을 분배하는 역할을 맡긴 거나 다름 없었다. 예술강사 사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역문화재단이 예술강사와의 계약을 맺은 주체가 되었지만 아무런 법적인 책임을 질 수가 없었었는데, 예술강사노조가 강사 처우 문제로 문화재단을 고소‧고발하면서 이런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후 지역 재단들은 문체부에 예술강사와의 계약을 중앙에서 한꺼번에 해줄 것을 요구했고, 처음에 문체부는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를 번복, 13개 문화재단이 ‘사업을 반납 하겠다’면서 반발했다.


중앙과 지역의 긴장이나 충돌은 분야가 따로 없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문화예술교육사업은 심각할 정도로 중앙집중화 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17개 광역지원센터가 있지만 중앙정부의 정책사업을 하향식으로 지역에 전달, 분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 있다. 중앙이 지역으로 내려보내는 예산의 항목이 모두 정해져 있고, 지역센터는 그것을 집행하는 대리자일 뿐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학교영역이건 사회영역이건 모두 개인(예술강사)이나 단체를 공모사업을 통해 지원하는 형태이며, 중앙은 단체를 못 믿어서인지, 센터를 못믿어서인지 공모사업 지침을 날로날로 정교하게 만들어 내려보낸다. (정부보조금 사용 지침은 문화예술교육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잘 알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의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사업당 예산은 공모사업에 지원하는 단체의 수준 대비 넉넉한 편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강사비는 강사의 질, 수업의 질과는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해야 하고, 기획비나 연구비는 책정할 수 없거나 요령을 부리지 않고는 의미있게 사용하기 힘들고, 그러다보니 잘하는 그룹, 성장하는 단체에 넉넉한 예산을 지원하기도 어렵단 얘기다. 다시 말해서 자격이 있는 단체를 다 뽑고도 돈이 남아, 교육의 취지와 철학을 이해하지도 못한 단체가 들어와도 어차피 중앙에서 준 돈인데 돌려보낼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개입하고, 소액이라도 나누어주자는 동정심이 발동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공모사업의 장에서 잘하는 단체들은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자꾸 빠져나가고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된다.  


대리자, 에이전시로서의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지역의 교육환경을 탐색하고 자체적으로 교육의 주체를 발굴하거나 지속적으로 수요를 개발하는 기회를 갖기도 힘들다. 서울시나 경기도 의 몇몇 광역 단체가 아니고는 예산도 없고, 사업을 배분하고 정산만 하기에도 인력이 부족하다.

 

평생교육과 비교해 문화예술교육이 짧은 기간 동안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앙집중적 정책사업의 추진이 있었다. 평생교육에 그러한 집중적 투자는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교육은 학습자와 교수자의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접촉할 수 있는 접면이 필요하고, 교육사업은 그러한 장을 마련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현재까지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구조는 그러한 장을 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많다. 여기에는 중앙의 공급자 위주의 발상, 형식화되는 프로그램 공급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지원체계, 개입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지역의 광역센터 등이 작용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는 비록 예산의 규모가 아주 적기는 하지만 지역 자체로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예산이 마련된 평생학습 진영이 어쩌면 문화예술교육에 참조가 될지 도 모르겠다.

 

 

 

백현주
수원시평생학습관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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