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전쟁’의 문제를 다루는 전시 ‘#NOwar’ 展

현장 l Writer_김지혜 upload_관리자 posted_Apr 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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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치사상가 벤저민 프랭클린은 “좋은 전쟁, 나쁜 평화란 이 세상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목적과 명분을 지닌 전쟁이라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는다면 과연 그것을 좋은 전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옛날 동화책에 나오는 전쟁들은 한 나라와 다른 나라 사이의 영토 분쟁이거나 이권 다툼으로 인해 발생한 게 많았지만, 지금의 전쟁은 새로운 무기의 개발로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의 생명을 한꺼번에 앗아갈 정도로 무시무시하고 거대해졌다. 그리고 거기서 가장 큰 희생양은 다름 아닌 어린이들이다. 실제로 2016년도에 작성된 UN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어린이 여섯 명 중 한 명이 분쟁지역에 살고 있다고 한다. 헬로우뮤지움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NOwar” 전은 이러한 전쟁의 문제를 다루는 전시이다. 이 전시에는 일본작가 오자와 츠요시를 비롯해 한국작가 전준호, 하태범, 허보리 등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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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etable Weapon  오자와 츠요시 作   [사진 제공 : 헬로우뮤지움]

 

오자와 츠요시는 각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먹거리 재료로 채소 총을 만들어 여성모델들에게 포즈를 취하도록 한 뒤,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작가이다. 작업이 끝나면 그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나눠먹기도 한다. 이 작업은 9.11 사태로 전 세계가 두려움과 불안으로 가득차던 2001년, 뉴욕 방문을 앞두고 기획하게 된 것이었다. 작가는 폭력과 전쟁의 근원에 대해 고민하다가, 서로의 문화와 관습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에 이와 같은 작업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사진 속에 등장하는 총은 누군가를 해치거나 위협할 수 없는, 말 그대로 ‘모양만 총’이며, 총을 들고 자세를 취하는 여성들에게도 역시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의도와 목적이 읽히지 않는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폭력’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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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er Realism_Statue Of Brother  전준호 作   [사진 제공 : 헬로우뮤지움]

 

전준호 작가의 ‘형제의 상’은 2005년도에 제작된 영상작품으로, 전쟁기념관에 설치된 실제 조각작품의 모티프를 차용한 것이다. 전쟁기념관의 조각은 남과 북의 군인으로 서로 헤어지게 된 군인 형제들이 서로 부둥켜 안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지만, 전준호 작가는 이들을 분리시켜 아직 만나지 못한 형제의 모습을 재현했다. 부둥켜 안고 있는 자세를 떼어놓고 4분의 3박자 음악에 맞추어 이들을 빙글빙글 돌도록 만들었더니, 마치 왈츠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다. 이 작품에는 아마도 형제가 다시 만나기를 염원하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13년 전 제작된 작품은 2018년 헬로우뮤지움에서 다시 소개되면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얻게 되었다. 이처럼 시간은 작품의 의미를 재생산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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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상단부터 전시전경, Face Series 50, Pieta   하태범 作   [사진 제공 : 헬로우뮤지움]

 

하태범 작가는 ‘피에타’를 포함해 총 7점의 작품을 출품하였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피에타’는 여느 NGO 단체의 공익광고 속에 등장하였던 에티오피아의 어머니와 어린 아들을 담고 있는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에티오피아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가 되었지만, 6.25전쟁이 발발하던 때만 하더라도 우리에게 원조를 하고 군인을 보내줄 정도로 부유한 국가였다. 여러 문제가 그 국가를 어렵게 만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내전이었다. ‘피에타’는 어머니 마리아가 십자가에 매달려 목숨을 잃은 예수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장면을 담은 조각상을 의미한다. 물론 하태범의 ‘피에타’에는 마리아와 예수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전쟁과 기근 속에서도 아들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은 어머니의 숭고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사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영상작품 ‘Incident’는 매우 일상적인 도시의 공간이 느닷없는 공격에 의해 처참하게 파괴되어가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발견한 실제 시리아에 있는 도시의 공격 전 모습과 공격 후 모습을 차용하여 이 작업을 하게 되었다. 하태범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 작품 역시 얇은 A4 용지로 섬세하게 도시의 모습을 만든 뒤 촬영된 것이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종이로 된 도시를 무너뜨리는 무기는 다름아닌 비비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재료의 성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너무도 익숙하고 편안해 더는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일상적 공간의 가치와, 누군가에게 공포스러운 ‘폭력’과 ‘전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비비탄을 쏘는 것처럼 ‘게임’과 ‘오락’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재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TV, PC, 영화, 게임 등 각종 매체에 보다 적극적으로 노출되면서, 타인의 생명과 차이를 존중하는 것을 배우기 전에, 적을 상정하고 배척하는 방법을 먼저 배우고 있다. 그래서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전쟁은 화려한 컴퓨터 게임과 다름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비폭력을 지향해온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린이 장난감 브랜드 레고의 근래 상품 중에서도 폭력과 전쟁을 다루고 있는 것이 40%에 달할 정도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디지털 게임의 폭력적 장면에 익숙해진 어린이들이 잠재적 고객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하태범의 영상작품 ‘Incident’과 더불어 세 점의 사진작품은 전쟁은 게임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의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잔인한 사건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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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 Soft Missiles, 아래 - 무장가장(武裝家長) 허보리 作   [사진 제공 : 헬로우뮤지움]

 

허보리는 부드럽고 포근한 천을 이용하여 어린이들의 장난감 무기를 만드는 작업을 하였다. 생각보다 많은 어린이들이 무기 모양을 띠고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이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놀이 과정에서 전쟁과 폭력에 익숙해져가곤 한다. 작가는 이러한 전쟁도구와 무기 등을 바느질로 제작하여 투명 쇼케이스에 넣은 작품 ‘무장가장’을 통해 '전쟁과 폭력을 이길 수 있는 따뜻한 힘(사랑, 평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특히 작가는 자녀들을 양육하는 엄마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딱딱한 물성을 지닌 무기 장난감들을 다치거나 해하지 않는 부드럽고 포근한 소재로 바꾸는 작업을 해오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근래 많은 아이들이 장난감이나 게임 등을 통해 ‘전쟁’을 ‘현실적인 사건’이 아니라 ‘오락’이나 ‘놀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과 마주한 작가가 제시한 대안은 부드러움과 따스함으로 폭력을 이겨내는 것이다.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어린이 관객들이 ‘전쟁의 잔혹함’과 ‘어린이가 누려야 하는 자유와 권리’, ‘평화로운 일상적 삶의 소중함’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오자와 츠요시, 전준호, 하태범, 허보리 작가의 작품들은 그 장르도 성격도 다양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또한 우리는 이 전시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전 세계의 문제(전쟁, 난민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더불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해나가기를 희망한다. 아마도 우리의 시대에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시대에는 모두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태도가 중요할 것이다. 고로 ‘전쟁’은 더는 단지 ‘피하고 싶고’, ‘무서운’, 그야 말로 ‘피상적인’ 사건이 아니라, 언젠가 인류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현실적 상황이라는 점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전쟁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어린이 대상 현대미술전시가 많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헬로우뮤지움의 ‘#NOwar’ 전은 함께 사유하고 고민하고, 평화를 위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김지혜
헬로우뮤지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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