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규쌤의 미술수업]

고딩들의 누드 표현과 논쟁

칼럼 l Writer_김인규 upload_관리자 posted_Apr 09, 2018

마지막 수업은 어떠한 표현이든 제한하지 않았다.

나는 오직 재료를 공급하고 관리만 했다.

어느 날 남학생들이 여성의 누드를 그려 걸었다.

걸어놓고 난리가 났다.

다들 너무 좋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소 걱정이 되어 “좀 과하지 않은가. 여학생들 입장에서 좋지 않을 것”라고 충고를 했으나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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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간이 곧바로 여학생반의 수업이었다.

학생들은 들이닥치자마자 분노의 소리를 터트렸다.

 

“더럽다”

“누구의 짓이냐”

“선생님은 저런 것을 그냥 두느냐”

“당장 떼라”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표현을 제한하지 않은 마당에 항의한다고 그림을 뗄 수는 없었다.

 

“그것을 금지할 수는 없었고 그러니 이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너희들이 보완을 해보아라, 옷을 입힌다든가”

 

그랬더니 아이들이 괜찮은 생각이라며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몇몇 아이들이 그림을 끌어내려 옷을 맞춰 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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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은 옷을 입혀 걸고서 스스로 만족해했다.

그 다음 시간이 바로 그 남학생들의 시간이었는데 그 여느 때보다 미술실에 일찍 왔다.

벌써 그림에 대한 소문이 난 것이다.

그런데 그림이 바뀐 것을 보고 흥분을 하기 시작하였다.

 

“누가 그랬느냐”

“다시 옷을 벗겨라”

 

나는 아이들을 만류하면서 이야기했다.

 

“만일 여학생들이 그 그림으로 인하여 성적 모욕감을 느꼈다면 그것은 성추행이 될 수 있고

  때문에 함께 쓰는 교실에서 그것은 너희들이 여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방금까지 흥분을 하던 남학생들이 누그러들었고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다음, 다른 여학생 반의 수업이었는데 그림에 대해 자초지종을 듣더니

몇몇 여학생들이 그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그렇다면 이번에는 자기들이 <야한 여자 모습>을 그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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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색 물감이 다 떨어져 없다고 하자 남아공 여성으로 그리겠다고 했다.

그리곤 그 옆에 걸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절대로 떼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다른 반에서 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이를 남학생들은 매우 흥미롭게 즐겼는데 이전의 흥분했던 여학생 학급의 수업이 되자 다시 흥분하기 시작하였다.

또 “누가 저런 걸 그렸냐”는 것이었다.

나는 “이번에는 여학생 반에서 그렸다”고 했더니 “미친년들” 어쩌고 하면서 좀 흥분하다가 누그러졌다.

이어 우리 반(유일한 남녀 합반)의 수업이 이뤄졌는데 몇몇 남학생들이 짝을 만들어주겠다며 옆에 남자의 모습을 그려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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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선망하는 몸매를 구현하고 있는 이 세미누드 그림은 이후 화제로 오르내렸다.

나는 이 수업을 통해서 표현에 대한 논쟁과 경쟁을 매우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으며 자연스레 나의 수업의 일부가 되었다.

 

 

*이 수업은 2011년 천안오성고등학교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입니다.

 


인규쌤의 미술 수업 김인규는 미술교사였고 학교와 교실을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미술작가이다. 30여 년을 매달려 온 그의 작품 '교실'은 아이들과 교사가 이루는 뻔한 세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가 목격하고 만들어 온 교실과 교육 이야기는 학습기획의 본질과 핵심으로 우리를 안내해 줄 것이다.


 

김인규
前 서천고등학교 미술교사. 30년 가까이 미술교사를 하고 살았다. 미술교육을 하면서도 예술가와 교사의 정체성 사이에서 그리고 학교가 어떤 곳인지, 교육이 무엇인지, 교사와 학생은 누구이고 어떤 관계인지 고민해 왔다. 저서로는 『안면도가 우리 학교야』(디딤돌,2005), 역서로는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 지형그리기』(문화과학사,2010), 『장소 특정적 미술』(현실문화,2013)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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