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관 이야기] ⑪ 반딧불이상담실 1탄

상담실의 희(喜)로(勞)애(隘)락(樂)

현장 l Writer_조진희 upload_관리자 posted_Apr 10, 2018

반딧불이상담실. 어둠속에서 빛을 밝혀 길을 인도하는 ‘반딧불이’처럼 평생학습의 작은 지표가 되고자 이름 지어졌다. 수원시평생학습관의 관문이기도 한 이 곳은 많은 학습자들이 소소한 것부터 강좌에 대한 문의와 수강신청 그리고 민원까지 다양한 필요를 가지고 찾아온다. 이렇게 많은 학습자들이 찾는 곳인 상담실의 일상을 희로애락(喜勞隘樂-기쁨, 일, 애로사항, 즐거움)으로 나누어 이야기 하려한다.

 

 

희(喜)

 

평생학습시대라서 그런지 지역에 평생학습기관이 참 많다. 도서관이나 주민자치센터 학습관 등, 많은 평생학습기관이 있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평생학습을 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조금 다르다.

나이 지긋한 분이 상담실에 방문하여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벼르다 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학습관에 대해 물어보고 강좌 소개도 들은 후 가셨는데, 잠시 후 다시 와 고맙다는 말씀을 건넸다. 바쁠 것 같아 물어보지 못했는데 잘 설명 해준 게 고맙다는 거였다.

평생교육기관이 많아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자신에게 맞는 강좌나 배울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문턱을 높게 느끼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이런 분들에게 상담을 통해 이곳이 어떤 곳이며 평소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듣고 원하는 강좌를 찾아 주는 일은 보람된다. 댄스스포츠를 배우러 오셨다가 어린 시절 작가가 꿈이었다는 것을 기억해 글쓰기 수업을 수강한 학습자, <누구나학교>에서 자전거 수업을 듣고 가족끼리 자전거여행을 다녀왔다고 자랑하는 학습자, 강좌를 알아보러 왔다가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고 돌아간 주민들…. 이렇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의미 있는 일이 가능한 이유는 상담사 선생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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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상담실을 든든히 지키는 상담사 선생님.

 

 

 

노(勞)

 

스페이스X(구, 담쟁이카페)에서 상담실을 바라본 적이 있다. 제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보며 일하는 모습, 몇몇 학습자가 방문하고 나가는 모습과 상담사 선생님이 상담하는 모습을 보니 말끔한 사무실에서 몇 마디로 응대하고 끝나는 것처럼 여유롭게 보인다. 실제로도 장시간 상담보다 간단한 것을 묻고 가는 학습자가 훨씬 많다. 그러나 짧든 길든 학습관의 다양한 강좌 상담을 위해서는 준비과정이 필수다.

상담사 선생님들은 연초가 되면 학습관의 방향과 사업에 대해 설명을 듣는 <상담사정기월례회>를 갖는다. 이 때 학습관의 사업방향과 각 담당자들의 기획의도를 직접 듣고 질문하는데, 일 년 사업에 대한 개념을 잡아 효율적으로 상담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학기별 강좌를 숙지하고 어떻게 상담실에서 보다 나은 학습정보를 안내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함께 모여 의논한다. 학습관 홍보물만 훑어봐서는 강좌의 개념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것들이 있고, 소소한 궁금증 역시 상담실에서 정확하게 안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담사 선생님이나 직원은 항시 학습관의 강좌부터 다양한 질문에 답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상담실의 이면은 상담에서 대민업무까지 다채로운 업무로 인해 호수에서 유영하는 백조의 발처럼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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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상담사 정기월례회의.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학습관의 다양한 강좌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애(隘)

 

상담실에서는 오전, 오후에 잠깐의 티타임을 갖는다. 말이 좋아 티타임이지 상담사 선생님과 상담실 직원이 오늘 있을 강좌가 어떤 것인지 점검하고, 강좌 형태부터 기타 안내해야 할 것이 있는지를 공유하는 자리다. 공지사항이나 변동 내용이 잘 정리되지 못하거나 강좌 담당자와 조율되지 않는다면 학습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고 상담실에서도 우왕좌왕할 수 있다. 잠깐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자는 의견이 있어 실행하는데 실상 여유는 온데간데없고 내방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에 끝내야한다는 조급함이 앞선 회의가 대부분이다.

나름의 준비를 해도 항시 다양하고 예상 못한 문의가 발생하는 곳이다 보니, 원하지 않더라도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상담실은 학습관의 입이 되어 수강규정과 환불규정을 설명하고 운영방침과 원칙을 설명한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학습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해관계가 다를 때는 더욱 그렇다. 올해 2월이 특히 그랬다. 2018년도의 사업계획을 꾸리는 과정에서 강좌가 축소되거나 통폐합되었고, 학습자들은 단체로 상담실을 방문하여 이런 변화가 불합리하다고 피력했다. 이런 과정은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항의를 듣고 다시 이야기하고... 나름 상담사 선생님들과 학습관의 강좌가 축소되어 발생할 경우의 수를 생각해 비슷한 강좌를 운영하는 주변 및 수원전역의 기관을 조사해 응대를 했지만 항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많은 민원에 학습관 직원들도 힘든 상황에서 자원활동가인 상담사 선생님들이 조금이나마 민원 응대를 덜 받게 하기 위해 점심시간도 짧게 쓰고 상담실을 지키려 했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지쳐갔다. 사람의 언어는 마음에 와 닿는 힘이 있어 여운으로 남아 계속 마음을 짓누른다. 하루에도 몇 번씩 큰소리로 혹은 차분한 목소리로 항의하고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데 점점 무기력해지는 나를 발견했다. 

불편사항을 해소하고 가는 학습자와 그렇지 못한 학습자는 상담실을 나갈 때의 뒷모습은 다르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 원칙과 규정대로 응대한다고 해도 모든 학습자를 만족시킬 수 없음에 만족하지 못한 학습자의 뒷모습은 그래서 내내 신경이 쓰인다.

 

 

락(樂)

 

상담사 선생님들은 자원활동을 통해 수원의 평생학습을 학습자에게 소개하며 자신의 일상이 좀 더 보람되고 의미 있기를 원한다. 학습자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배우는 기쁨을 누리고 한 층 발전하는 자신을 기대하며 학습관을 찾는다. 상담실에서는 그래서 학습자를 즐겁게 맞이하기 위해 노력한다. 모두 가슴 한 구석에 설렘을 안고 오기 때문에. 하지만 사람인지라 항상 미소로 맞이하지 못할 때도 있다. 상담실에서 불쾌한 경험이 있는 학습자도 많을 것이고 학습상담을 했지만 원하는 강좌를 찾지 못하고 가서 답답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상담실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노력한다. 가장 큰 노력이 웃으면서 맞이하는 것이다. 이 역시 상담실에서의 근무가 즐거워야 가능한 일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곱게 차려입은 중년의 여성 세 분이 상담실을 찾아 학습상담을 받았다. 긴 시간 강좌의 궁금증도 해소하고 듣고 싶은 강좌를 신청한 후 한 분이 사무실도 깨끗하고 사람들이 친절하여 자신도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셨다. 친절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 미소와 친절은 모두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담실에서는 즐거운 일상을 꿈꾸며 먼저 따뜻한 미소로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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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로 방문자를 맞이하고 틈틈히 학습강좌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한다.

 

 

고객의 몸에 딱 맞는 멋진 양복을 만드는 재단사처럼 상담실을 방문하는 모든 학습자의 마음과 요구에 딱 맞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게 맞추기만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과연 자원활동가나 직원이 학습자의 요구를 어느 선까지 수행해야 할까?

상담 업무를 맡아 일을 하면 할수록 이 같은 고민은 깊어진다. 어쩌면 해결되지 못할 고민 속에서 학습자에겐 귀가, 학습관에게는 입이 되는 이 일을 최대한 현명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할텐데, 결국 모든 고민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음을 느낀다.

수많은 사건사고와 웃음, 눈물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곳. 다양한 고민과 아쉬움의 목소리가 묻어있는 곳. 날마다 다른 상담실의 공기가 출근길의 나를 언제나 설레게 하듯, 학습관을 찾는 학습자들에게도 반딧불이상담실이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 같은 공간이 되길 바란다.

 

 

 

 


학습관what수다  수원시평생학습관이 하고 싶은 이야기. 학습관을 움직이는 사람과 그들이 만들어 가는 사업에 대한고민, 담백한 자기 성찰을 담아 독자와 소통하고자 한다. 조진희


 

조진희
수원시평생학습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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