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 트렌드]

영유아, 공공장소 그리고 민주주의

현장 l Writer_이영주 upload_관리자 posted_May 0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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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아주 옛날 독일의 한 작은 도시 하멜른에서 아이들이 사라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두둥!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정말, 최근에 주변에서 아이들 보기 힘들던데, 아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과 보호자 그리고 소수의 허락된 사람만 출입할 수 있는 안전한 어린이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지난 40여 년 동안 만5세 이하 영유아 보육기관은 광범위하게 늘어났고, 아이를 맡겨야 하는 가정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은 사라지고 있다.

 

 

 

사실상 아이들의 삶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많이 통제받고 있어요.”

_ 팀 길 <겁낼 것 없다(No Fear)>

 

지난 몇 십 년 동안 아이들의 놀이 시간은 끊임없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놀이 시간의 감소는 같은 기간에 나타난 아이들의 정신 건강, 공감능력, 창의력 등의 저하와 깊은 관련이 있어요.”

_ 피터 그레이 <자유로운 학습(Free to Learn), BasicBooks, 2013>

 

놀이는 아이들이 자유를 만나고 스스로 살아가는 인간으로 나아가는 통로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풀어주고 알아서 놀게 내버려둬야 합니다.”

_ 편해문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소나무,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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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친화적 환경과 위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겁낼 것 없다>의 저자 길은 위험 강박증으로 실내에 잡혀있는 아이들 상황을 지적하며 심각한 질문을 던졌다.

“1979년부터 시작한 영국왕실조류보호협회(RSPB)멸종위기 조류 찾기 운동 Big Garden Bird Watch’보다 시급한 것이 바로 사라져가는 바깥 놀이 아이들 찾기 운동 Big Outdoor Child Watch’입니다.”

 

브릭 프로젝트 항해를 시작하다

 

유럽의 세 나라 영국, 이태리, 스웨덴의 연구기관이 협력하고, 각 나라 교육현장에서 영유아를 지도하는 교사들 그리고 아이들 부모를 포함한 다양한 지역 시민이 참여하는 <영유아, 공공장소 그리고 민주주의 프로젝트 Young Children, Public spaces and Democracy Project (브릭 BRIC)>2014년 항해를 시작했다. BRIC은 참가 기관 이름 철자의 조합이다. 영국 Anglia Ruskin University in Cambridge (ARU), 이태리 Azienda Speciale Servizi in Bassa Reggiana (ASBR), 스웨덴 Barnpedagogiskt Forum, Goteborg (BPF).

 

브릭은 20149월부터 20178월까지 유럽연합의 에라스무스 플러스 지원을 받아 진행한 3년 프로젝트다. 세 나라는 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프로젝트 가이드라인 준비를 위해 맛보기 프로젝트 진행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영유아 교사들은 리서치 방법론 등 프로젝트 시작에 필요한 훈련을 받았다. 브릭은 동료교사, 학부모, 정치인, 지역 주민, 그리고 아이들까지 지역 시민 모두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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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매주 마을 광장 분수 물채우기 행사에 참여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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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2016년 마을 곳곳에서 브릭 프로젝트를 축하하는 전시와 행사가 있었다. 이날 아이들과 부모를 포함한 많은 시민이 브릭에서 만든 추억의 마을지도 길을 따라 자전거 퍼레이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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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릭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오가는 길에서 만난 이웃들과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친하게 지냈다. 이를 계기로 어린이집은 지역 주민과 함께 즐기는 크리스마스 등불 걷기 행사를 마련했다. 이후 크리스마스 등불 걷기는 마을의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브릭은 아이들과 함께 지역의 흥미로운 장소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자주 찾아 가는 활동이다. 체험이나 소풍과는 차원이 다르다. 마을광장이나 기차역, 시장 혹은 문화유산 등 매일매일 지나는 일상의 평범한 장소에서 아이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대상을 탐구하고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미리 정해둔 활동이나 결과물은 없다. 아이들은 흔적을 남기고, 수집하고, 기록한다. 그리고 촬영한 이미지와 영상을 보고 지난 활동을 돌아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브릭은 아이들, 교사, 부모, 주민, 전문가 등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는 관계된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공유하고 생각을 토론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다양한 포럼과 컨퍼런스를 마련했다.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민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도록, 보호와 안전을 이유로 아이들이 사회로부터 격리되지 않도록, 이렇게 브릭은 아이들을 통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들, 마을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편지를 쓰다

 

영국 캠브리지 프리츠윌리엄 박물관 에듀케이터 니콜라 월리스는 어린이집 교사로 활동하면서 중세시대 세금 창고로 쓰이던 낡은 헛간에서 브릭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의 이름은 튜더 타이드 반 Tudor Tithe Barn’이다. 아이들은 헛간을 관리하는 자원단체를 만났고, 헛간을 수리하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상상하면서, 지도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몸으로 표현해 보기도 했다. 아이들은 헛간에서 활동하고 헛간을 탐구하면서 헛간을 아끼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지역 유산을 아끼고 보전해야 한다는 연대 책임감을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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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간 상태는 더욱 나빠졌고, 안전 문제로 폐쇄되었다. 아이들은 타이드 반 트러스트에 편지를 썼다.

 

타이드 반의 벽이 흔들려서 마음이 아파요. 한쪽 벽만 흔들리나요? 망치로 고치나요? 전동드릴을 사용하나요? 누가 고치나요?”

 

기관에서 답장을 보내왔는데 헛간을 고칠 수리 전문가를 부르려면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아이들을 기금을 마련할 방법을 의논했고, 기금마련을 위해 머핀을 구웠다. 아이들이 지역의 유산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지역사람들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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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필자는 2004년부터 교육 관련 일을 하면서 다양한 장소에서 현장 수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박물관, 미술관, 전시관 등 주로 교육 목적으로 마련된 장소가 많다. 관련 기관에 미리 협조 공문을 보냈고, 참가 학생과 부모의 동의서를 받았고, 필요한 경우 보험에 가입했다. 수업 준비를 위해 사전 답사를 했고, 동선에 맞게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과정에서 예측 가능한 모든 위험 요소는 제거되었다.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었다. 달리 말하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기지 않도록조심했다  

다시 질문을 던진다.

 

"브릭,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대답은

 

할 수 있다! , 우리가 변해야 한다.”

 

2014년 필자와 함께 일했던 루크 슈뢰더 선생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교육자이다. 슈뢰더 선생의 프로젝트는 학생들을 흥미로운 탐색의 세계로 초대했다. 그 중 재료 탐구를 주제로 했던 을지로프로젝트는 을지로 구석구석에 있는 다양한 상점과 공업소를 돌아보고 필요한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과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지도와 사용설명서를 만드는 것이었다. 대중교통으로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 동안 자신이 정한 주제에 맞는 상점과 공업소를 찾아 재료를 수집하고 사진과 영상을 촬영한 후 약속한 둘째 장소에서 만남을 가졌다. 그렇게 행동하고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학생들은 서로에게 배우고 발전했다.

 

슈뢰더 선생의 머릿속 어디에도 골치 아픈 일에 대한 걱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브릭 프로젝트 영상 속의 아이들은 기찻길, 미술관, 광장, 도서관, , 공원, 극장 등 상상을 초월한 장소에서 놀라울 정도로 자유롭게 탐험하고 소통한다. 브릭 프로젝트 영상 속의 어른들은 아이들의 경험을 기뻐하고 아이들을 대견해 하고 아이들의 시각으로 변화와 발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자의 놀라움과 부러움의 대상은 브릭 프로젝트가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열린 환경에서 자유롭게 탐구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아이들이다.

 

 

 

 

브릭 프로젝트 핵심 방법론과 진행 과정

 

1. 참여 행동 연구 PAR: Participatory Action Research

2. 다중 음성 Polyvocal - 다양한 목소리

 

*프로젝트 방법론은 제임스 토빈의 <비교문화적으로 본 유아교육기관 Preschool in Three Cultures>을 기초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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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소리 _ 영유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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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소리 _ 아이와 교사가 함께 기록 영상 이미지를 보고 이야기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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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소리 _ 동일 문화권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이 모여 활동 공유하고 의견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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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소리 _ 다른 문화권 포함 모든 관계자들이 모여 활동 공유하고 의견 나누기

 

프로젝트에 참가한 다른 나라 여러 지역의 교사와 관련분야 활동가 들은 좋은 사례를 공유하고 다른 시각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전문성을 높였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_ 브릭 홈페이지

 


에듀 트렌드 새로운 형태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이야기 하는 코너. 세대와 성별, 직업과 연령을 넘어선 혁신적인 해외의 교육문화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보고 공부한다. 이영주


 

이영주
패션디자인과 문화인류학을 전공했다. 서른 즈음까지 해본 경험이 참 많다. 디자인, 잡지, 방송, 출판, 연극, 국제 행사 기획과 홍보까지. 몽골 사막을 달렸고, 벼랑처럼 아슬아슬한 필리핀 고산 마을에도 갔었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영국 런던예술대학교와 함께 미술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했다. 현재는 스토리텔링 역사 문화 교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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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맘 2018.05.09 19:48

    대단해요^^~~
    이런 글은 아이를 키우는 저한테 많은 도움을 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