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규샘의 미술수업]

급식실 벽화 프로젝트

칼럼 l Writer_김인규 upload_관리자 posted_May 08, 2018

101일 학교식당벽화가 끝났다.

6월 중순부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으니까 방학을 제외하고 약 3달이 걸렸다.

그동안 내가 지도했던 벽화프로젝트 중 가장 오래 걸린 프로젝트였고 그만큼 만족도도 높다.

학교장의 제안으로 지난 3, 프로젝트는 시동을 걸었다.

이 학교에 부임한지 3년째인 나는 늘 식당에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마침 작년 2학기에 새로 부임한 학교장은 다른 학교에서의 벽화사업에 대해 잘 알고 있던 분이어서인지, 나에게 오성고등학교에도 벽화를 남겨달라면서 식당벽화를 제안하였다.

나는 옳거니, 하고 받았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였고, 나는 이것을 2학년 '미술과 생활' 교과활동으로 계획을 잡았다.

<학교식당 벽화에 대해 학교식당 환경에 대해 미술적으로 개입하기>

하지만 꼭 벽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수업은 그렇게 전개되었다.

  

 

1단원 : 식당 벽 살펴보기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게 된 동기를 설명하고 <우리가 식당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라는 과제에서 출발하였다.

모둠별로 카메라를 주고 식당 벽을 촬영해서 보고하도록 했다.

그리고 사진을 함께 보면서 토론을 하였다.

 

 1.jpg

 

식당 북쪽의 기다란 벽,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다. 자연히 낙서천국이 된다.

 

 

2단원 : 식당벽화에 대한 의견과 아이디어 나누기

 

식당의 실태와 상황에 대해 살펴보았을 때 학생들도 역시 가장 큰 관심사는 낙서였다.

그래서 벽에 있는 낙서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학습지를 나누어주고 의견을 적도록 한 다음 이를 학생들에게 읽어주면서, 토론을 전개하였다.

 2-2.jpg

 

낙서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의견이 공존하였다.

지저분하고, 혐오감을 주며, 타인에 대한 인격을 침해하고...

반면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지 않고 재미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림을 그리자는 의견에 대해 대부분 찬성하였으며, 낙서를 지워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낙서를 근절할 수는 없으며, 이에 대해 부정적인 부분만 고친다면 낙서가 흥미롭기도 하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이에 무엇을 어떻게 할까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다. 반마다 의견이 분분해서 반별로 각각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해보기로 하였다. 

 

 

3단원 : 공간과 삶, 낙서 다시보기

 

이를 위해 위해 이론 학습을 선행했다. 전국미술교과모임과 문화연대에서 공동으로 집필한 시각문화교육의 관점에서 쓴 미술교과서'공간과 삶, 낙서 다시보기' 단원이 있다. 이를 가지고 학생들과 함께 공간의 의미, 공간이 삶에 미치는 가치와 특징, 낙서의 의미, 낙서와 예술 등에 대해 학습을 하였다. <키스헤링><뱅크시> 등의 작품을 보며 낙서그림에 대한 상상력을 키웠다. 아이들이 학교 미술교과서에 비해 이 책을 매우 흥미롭게 보았다.

 

 4-2.jpg

시각문화교육의 관점에서 본 미술교과서(휴머니스트,2008)(위), 뱅크시와 키스 헤링(아래)

 

 

 

4단원 : 학급별 과제수행

 

각 학급별 의견에 따라 다양한 과제를 설정했는데 낙서벽화, 그림벽화, 착시화 등 여러 의견이 있었다. 그런데 낙서를 선호하는 학급에 어떤 낙서를 하길 원하는지 써보라고 했더니 여학생들은 시적이고 코믹한 글을 써내지만, 남학생들은 다수가 욕과 성적농담을 주로 써냈다.

자신들이 혐오스럽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낙서를 해보라 하면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든 그 방법은 크래그 마틴의 선 작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림을 그린 후에 학생들이 낙서를 하더라도 낙서와 그림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방법으로 보였다. 또한 학생들의 손으로 그려 충분히 완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였다.

 

5.jpg

 크래그 마틴

 

여학생 반에서는 문자디자인 형태의 낙서쓰기 활동을 하였다. 여학생들이 만든 낙서글씨를 벽에 빔프로젝터로 비춰보았다.

 

6-2.jpg

크래그 마틴의 기법을 적용해 본 학생들의 낙서와 그림

 

남학생들은 낙서도장을 만들기로 하였다욕설과 성적인 농담이 주를 이루다 보니도장처럼 작게 파서 찍어 일정한 보기 좋은 모양을 만들어낸다면 그런대로 멀리서 보면 괜찮지 않겠느냐 하는 의도에서였다욕이라도 멋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8.jpg

 

그렇지만 이를 본 여학생들은 매우 불쾌하게 여겼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학생들이 반응을 전해들은 남학생들은 이를 벽화로 진행하지 않겠다며 포기하였다. 그런 비난을 감수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이중 첫번째와 3번째 것은 여학생들의 작품이다. 여학생들도 해보고 싶다고 해서 해보았다).

 

 

다음은 착시화에 대한 제안이었다.

기둥이나 벽에 그림을 그리면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착시효과가 흥미롭지 않을까?

나는 아이들에게 조르주 루쓰의 작품을 보여주었고 아이들은 이를 참고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은 최대한 간단하게 그리도록 했다. 아이들의 손으로 완성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말이다. 밑그림을 그린 후 프로젝터로 벽에 쏘아 실행해보았다.

 

 10.jpg

 11.jpg조르즈 루쓰(위)와 이를 적용해 본 이미지(아래)

 

그러던 중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제안을 벽에 프로젝팅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그림자놀이를 하며 딴짓을 하기 시작했다. 수업이 방해되는 일이었지만, 그것을 무심코 바라보는데 꽤 괜찮아 보였다.

 

12.jpg

수업 중 우연히 발견한 그림자 놀이

    

 

5단원 : 최종 계획수립하기

 

이상의 결과물들은 촬영하여 모든 학급이 함께 감상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낙서벽화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으며(처음 시작할 때 낙서에 집착을 보였던 아이들도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오히려 우연히 발견된 그림자놀이에 매우 큰 흥미를 보였다.

매우 느낌이 좋고, 가장 멋있다는 반응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림자는 아이들이 가장 쉽게 그려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이것은 밥먹기 위해 벽 앞에 줄을 서있는 아이들의 그림자인 셈이기도 하였다.

너무 소란스럽거나 지저분해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었다.

낙서가 덧붙어도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분명 아이들은 그림자에 뭔가 이야기를 덧붙이거나 그림을 덧붙여갈 거다). 여러 가지로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이에 최종적으로 그림자 벽화를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주제를 정하여 그림자 만들기 수업을 시작하였다.

 

 

 

6단원 : 최종안 만들기

 

어떤 그림자를 그릴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자신들의 일상과 관련된 다양한 동작을 제안하였다. 그것을 쭉 지켜보던 나는 일정한 범주를 주어 통일감을 주고 4개의 벽면에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으로 제안하였다.

그냥 무작정하면 너무 산만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4개의 벽면을 <1: 절망과 아픔, 2: 기다림, 3:사랑과 우정, 4: 환희> 이러한 범주를 정하고 각자 학생들 스스로 알맞은 동작을 정하여 연출하도록 하여 실루엣 촬영을 하였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라이팅 장비를 활용하였다.

그런 다음 포토샵에서 실루엣을 따고 이를 적절히 배치하여 장면을 만들어냈다.

학생들은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제1면부터 제4면까지 자신들의 그림자를 드라마처럼 관람하면서 밥을 먹게 될 것이었다. 결과물에 대해 학생들은 아주 만족하였다.

 13.jpg

우연히 발견한 그림자놀이를 급식실 벽면 그림으로 적용시켰다.

    

2학년 6반에서 제안했던 착시화는 축소하여 기둥 그림으로 아이디어를 변경하였다.

식당과 관련된 이미지를 모둠별(6모둠)로 다시 그리도록 하여 이를 기둥에 얻었다.

최종 디자인은 내가 했다. 이를 포토샵으로 초안을 만든 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수정과정을 밟아 동의를 얹었다.

 14.jpg

 

 

특별활동 : 그리기

 

그리기는 수업시간이 아닌 야간자율학습시간을 활용하였다.

애니메이션부 특활반 학생들이 이틀 동안 밑그림을 그렸다. 밑그림은 빔으로 쏘아놓고 연필로 선을 따는 방식으로 해서 매우 쉽게 할 수 있었다.

채색은 희망자 약 50명 가량이 이틀 동안 했다.

정해진 계획대로 수성페인트를 나눠가지고 역할분담을 해서 채색했다. 학생들은 진지하게 참여하였다.

 

15.jpg

제목 없음-1ㄴㄴ.jpg

 

  

그려진 후

 제목 없음-ㅇㅇ1.jpg

 

 

후기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학생들은 식당을 개선하는 것에 대해 흥미롭게는 생각했지만, 특히 남학생들은 인문계고등학교 학생 특유의 소극성과 무관심으로 일관하였고 나는 이들을 끊임없이 설득하면서 토론으로 이끌고 참여를 독려해야 했다.

때로는 학생들을 무시하고 나 혼자 그냥 계획하고 학생들을 참여시킬까 하는 유혹이 무수히 일었지만 끝까지 참아내었다.

디자인의 많은 부분은 내가 해야 했지만 그때마다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변경하는 과정을 밟았다. 물론 밑그림이나 내용은 모두 학생들에게서 나왔다.

동작을 연출하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았지만, 매우 재미있어 했고 좋은 이미지에 성취감을 느꼈다.

무엇보다도 완성된 후에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다행스럽게 교사들도 매우 만족하였다.

진행하면서 학생들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함께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수시로 학생들에게 인식시켜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무리 없이 함께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낳았다.

 

벽화가 끝난 후에 식당에 식사시간에 음악도 틀어주면 더 좋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부장회의에서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기뻤다.

학교는 대게 학생을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볼 뿐 복지의 대상으로 보는 데 인색하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그러한 시선을 바꾸는 데 기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매우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을 했다.

벽화가 그려진 후 복도에서 만나는 아이들마다 나에게 '수고하셨어요! 멋있어요! 훌륭해요! 야우리(아라리오갤러리가 있는 천안의 광장으로 많은 세계적인 예술품들이 자리하고 있다.)에 온 것 같아요! ' 인사를 건넬 때는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 없ㄴㄴ음-1.jpg

오성고등학교 방송반이 만든 급식실 벽화 프로젝트 동영상

 

 

 

*'인규샘의 미술수업 - 급식실 벽화 프로젝트' 는 지난 2010년 천안오성고등학교 재직 당시 기록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했습니다.

 


인규쌤의 미술 수업 김인규는 미술교사였고 학교와 교실을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미술작가이다. 30여 년을 매달려 온 그의 작품 '교실'은 아이들과 교사가 이루는 뻔한 세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가 목격하고 만들어 온 교실과 교육 이야기는 학습기획의 본질과 핵심으로 우리를 안내해 줄 것이다.


 

김인규
前 서천고등학교 미술교사. 30년 가까이 미술교사를 하고 살았다. 미술교육을 하면서도 예술가와 교사의 정체성 사이에서 그리고 학교가 어떤 곳인지, 교육이 무엇인지, 교사와 학생은 누구이고 어떤 관계인지 고민해 왔다. 저서로는 『안면도가 우리 학교야』(디딤돌,2005), 역서로는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 지형그리기』(문화과학사,2010), 『장소 특정적 미술』(현실문화,2013)가 있다.
?
  • ?
    momdidit 2018.05.21 11:00

    오성고등학교 식당 벽화에 참여 할 수 있었던 우리 친구들 많이 헹복했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 시절을 떠 올릴때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고 그리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저절로 미소를 짓게 하지 않을까요? 미술 수업이 이리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이 될 수 있다니..... 읽고 있는 내내 저도 덩달아 행복했습니다.  오성고 친구들! 인규샘! 교장샘! 모두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