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규샘의 미술수업]

성공적인 출발과 낯선 교실

칼럼 l Writer_김인규 upload_관리자 posted_Jun 04, 2018

 

새로운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들, 1학년 첫 주 활동으로 <낯선 친구와의 만남><낯선 교실과 만남>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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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돈되지 않은 교실과 버려진 물품을 정리하는 일로 새학기를 시작했다.  ⓒ김인규

 

배당 받은 교실을 새롭게 맞이한다는 의미로 교실의 모든 물건을 복도에 내어놓고 청소를 했다. 사실 심각한 것은 선배 학생들이 전혀 청소조차 하지 않고, 많은 쓰레기들을 남겨 놓고 떠났다는 것이다. 버릴 것들은 복도에 내놓고, 재활용할 물건들을 분류 했다. 그런 다음 낯선 친구들 간에 서로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기 위해 거미줄 놀이, 알 놀이를 했다. 기숙학교로 대부분 학생들이 전국에서 모여들기 때문에 정말 '낯선' 친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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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실에서 새로운 활동으로 미술 수업 시작.  ⓒ김인규

 

그런 다음 안대를 쓰고 교실을 돌며 손으로 교실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그런데 아이들이 매우 소극적이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지못해 하는 분위기에 나는 좀 곤혹스러워졌다. 좀 더 체험적이고 놀이적인 몇몇 새로운 모둠활동을 해보았지만 분위기가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전 학교에서 같으면 아이들이 흥을 내기 시작할 시점인데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수업이 끝난 후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전국 규모로 모집된 학생들이 서로 낯설어 쉬이 새로운 상황에 동화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추론했다. 나중에 확인한 일이지만, 학생들은 정말이지 이게 뭐하는 짓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먼저 활동 목표를 명확히 인식시키는 학습을 하고 시작해야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전의 학교 학생들 경우 설명을 하려 하면 관심이 없지만, 활동을 시작하면 급 관심을 가지던 경험 때문에 나는 가급적 설명하기 전에 활동을 먼저 시작하는 수업 방식을 채택하여 왔다. 그리고 대체로 그것은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로 학력이 높은 중상위 그룹이었고, 또한 개인적인 특성이 강한 아이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설명하여 납득시키지 않으면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먼저 1년간 배우게 될 학습의 내용과 과정에 대해 설명을 2시간에 걸쳐서 했다. 그리고 본 단원의 학습목표가 무엇이고 어떤 학습의 효과를 가지는지 설명을 했다. 그런 다음 활동을 이어나갔다. 여전히 조용하기는 했지만(그러니까 대체로 그런 아이들이다훨씬 활기를 찾았고 흥미롭게 학습에 참여하였다. 재미있는지, 이런 학습이 어떤지 묻자 여러 학생들이 반색하며 좋다고 대답하였다. 내적 동기가 움직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성공적으로 학습활동으로 이끌어들인 셈이다. 수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때 그때 학생들의 반응에 따라 알맞게 수업을 변경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음은 학생의 소감이다.

 

처음 선생님께서 교실에 눈을 감고 들어오실 때 무척 당황했다. 그림을 배우려고 온 건데 이상한 활동만 할까 걱정만 났다. 나눠주신 안대를 끼고 돌아다닐 때는 내가 어쩌다 이리 된 건지도 생각되고 정말 뭐 하는 건지 고민도 했다. 후에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이 수업에 대해 말씀하실 때야 아하고 생각했다.

 

안대를 쓰고 돌아다녔을 때, 괜히 친구들이나 벽에 부딪힐 것 같아 조심스럽게 걸었던 기억이 난다. 눈을 가리니까 온몸의 신경이 촉각에 곤두섰고, 나는 할 수 있는 한의 팔을 뻗어 더듬거렸다. 안 그래도 낯설었던 교실이 더 낯설어진 것 같았다. 왠지 그 꼴이 웃길 것 같았지만..

이런 채로 교실을 몇 바퀴쯤 돌았는데,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으로 매끈매끈한 게 느껴지는 걸 보니 창문가 근처구나또는 까슬까슬한 게 느껴지는 걸 보니 벽을 짚고 있구나등으로 나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었다. 살짝 당황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나름 재미있는 활동이었다.

 

그런 다음 진행한 수업들이다.

 

1. 교실의 질감 찾기

 

질감은 시각적이라기보다는 촉각적인 세계이다. 교실 환경을 시각이 아닌 촉각으로 경험하여 만나보는 것이다. 촉각적인 세계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프로타주를 했다. 디자인 학습의 시작인 '느끼기활동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닥에 늘어놓고 유형별로 분류를 하였다. '발견하기'이다. 그 다음 그것을 느끼며 모양을 오려 새 종이에 어울려 붙이도록 했다. 교실에서 얻은 이미지로 상상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활동이었다. 교실과 상상이 만나 새로운 교실을 만드는 과정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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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의 질감 찾기   ⓒ학생작품

 

한 학생의 소감이다. 내가 원하는 학습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선풍기를 보고 했는데 구분선을 짓지 않으니 한눈에 선풍기라는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사물로 보지 않고 단면의 모양으로 보니 생각보다 각진 사각형의 물건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며 교실이 딱딱하게 보이는 이유가 아닐까하며 좀 더 곡선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또 교실 속에 있던 사물의 색을 찾았는데 평소엔 칙칙하기만 했던 교실이 색을 세세하게 찾아보니 정말 다양한 색이 존재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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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찾은 교실의 색감들  ⓒ학생작품

 

 

2. 교실에서 모양과 색 찾기이다.

 

교실에서 일정한 모양을 찾고 그 물건의 대표 색을 선택하여 칠하게 했다. 그리고 이를 오려 새로운 종이에 붙였다. 아이들이 채색도구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교사가 준비한 색연필을 사용하다보니 색이 좀 조악할 수밖에 없었다.

 

3. 교실에 종이카드 숨기기다.

 

아이들에게 조그만 종이카드를 나누어주고 이에 채색하여 교실에 숨기도록 했다. 이때부터는 아이들이 자신의 채색도구를 사용하였다. 교실의 한 곳의 색상을 생각하고 그 색을 종이카드에 똑같이 칠해 붙여 잘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교실의 색에 좀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하는 활동이었다. 그것은 자연색에 접근하면서 색의 혼합과정을 경험하는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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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의 어떤 장소의 색과 질감을 찾아 그려 숨겨보기   ⓒ학생작품

 

이렇게 하여 1주일이 지났다. 정해진 시수는 7시간이었으나, 학급 시간 3시간정도가 추가되어 10시간 가까이 진행한 활동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몸에 직접 페인팅을 하여 교실에 숨겨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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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숨기기  ⓒ학생작품

 

4. 평가

 

평가는 활동 보고서를 제출받아 하기로 했다. 교사가 제시한 보고서 양식에 따라 주말동안 작성하여 이메일로 보내도록 하였다. 그런 다음 수업 시간에 학생들 간에 보고서를 공유함으로써 그 경험을 함께 나눠 학습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표현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고 보고서를 평가하는 방식을 했다. 표현력보다는 활동을 스스로 정리하고 자신의 지식으로 구성해내는 측면에 더 방점을 찍고 진행한 것이다.

 

한 해의 수업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교실을 하고 난 다음, 학교로, 학교를 하고 난 다음 마을로, 이렇게 확대해 가면서 흥미롭게 경험하면서 어떻게 재해석할지 고민하게 하고, 비평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내가 이 학생들을 2년간 가르쳤는데, 2학년 때부터는 시각디자인 교과서에 충실한 수업으로 변경했다. 교과서와 너무 다르다는 점에 대해, 그리고 이런 활동이 시각디자인이 맞는지 학생들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이런 활동을 2년간 지속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자라는 학생들 입장에서 더욱 필요한 일이었을 것 같다. 디자인의 전문적이고 장르적인 학습은 사실 대학에 가서 해도 충분하니 말이다

 

 

 

*'인규샘의 미술수업 - 2013년 충남디자인예술고등학교 시각디자인과 학생들과 함께 한 수업을 재정리했습니다.

 


인규쌤의 미술 수업 김인규는 미술교사였고 학교와 교실을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미술작가이다. 30여 년을 매달려 온 그의 작품 '교실'은 아이들과 교사가 이루는 뻔한 세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가 목격하고 만들어 온 교실과 교육 이야기는 학습기획의 본질과 핵심으로 우리를 안내해 줄 것이다.


 

김인규
前 서천고등학교 미술교사. 30년 가까이 미술교사를 하고 살았다. 미술교육을 하면서도 예술가와 교사의 정체성 사이에서 그리고 학교가 어떤 곳인지, 교육이 무엇인지, 교사와 학생은 누구이고 어떤 관계인지 고민해 왔다. 저서로는 『안면도가 우리 학교야』(디딤돌,2005), 역서로는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 지형그리기』(문화과학사,2010), 『장소 특정적 미술』(현실문화,2013)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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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르른 날 2018.06.07 14:20
    배움이 일어나게 하는 선생님의 수업을 보면 미술교사로서의 책무를 생각하게 합니다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