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학교] 불기 2561년 7월 태국의 두 가지 코드

노란색과 치앙라이 소년들

칼럼 l Writer_진계영 upload_관리자 posted_Jul 16, 2018

작년 태국으로 오겠다는 결정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친 가장 큰 요인은 ‘블랙’이라는 컬러 코드였다. 푸미폰 국왕의 서거로 일 년 동안 검은색 옷만 입어야한다는 조건이 비현실적이면서도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참 어이가 없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조건으로 일하는 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지 않았고, 도착하자마자 자각한 현실에 대한 스트레스로 병원 응급실까지 다녀왔으니 그 대가는 충분히 치른 셈이다. 10개월 동안 검은색 옷만 입는 경험은 뭐랄까, 생각만큼 엄청 흥미롭진 않았다. 처음엔 ‘검은 옷이지만 어떤 액세서리를 어떻게 매치해 볼까? 포인트를 이렇게 줘 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내가 패션에 중심을 두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냥 매일 교복을 입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그 경험이 딱히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거부감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왕의 죽음을 애도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아마도 슬픔과 그리움을 나누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작년 시월 마지막 날을 지나며 ‘블랙’ 코드는 해제되었다. 너무 오랜 시간 색깔을 통제당한 탓인지 아니면 그렇게 하는 것이 태국의 일반적인 관행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학교에서는 갑자기 밝은 색깔의 옷을 입을 것을 권장했다. 왕비의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그녀의 회복을 기원하기 위해서 가능하면 어두운 색의 옷을 입지 않아야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번 요구는 ‘필수’ 사항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점점 뭔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어라, 이건 뭐지.’ ‘뭘 이렇게 자꾸 통제를 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이번 7월의 드레스 코드는 공식적으로 ‘노란색’으로 발표되었다.

'자, 오늘부터 시작이다. 오늘부터 한 달 내내 노란색 옷을 입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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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어 선생님인 비유Bew의 생일날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공무원과 함께 공립학교 교사들은

7월 한 달 노란 색 옷을 입어야 한다. 외국인 교사도 예외가 없어서 나도 매일 노란 옷을 입고 출근한다.

 

 

한 달 내내 노란 옷을 입으라고요?

 

‘노란색’이 새롭게 7월의 코드가 된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처음 들은 이야기는 푸미폰Bhumibol 국왕의 뒤를 이은 현재의 와치랄롱꼰Vajiralongkorn 국왕이 월요일에 태어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월요일의 색깔은 노란색이고 그렇기 때문에 태국 사람들은 국왕이 태어난 날을 상징하는 색깔인 노란색이 왕에게 건강과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그 다음에 들은 이야기는 노란색이 태국에서는 왕을 상징하는 색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알아보니 전 국왕인 푸미폰 국왕도 월요일에 태어났고 워낙 오랜 시간 왕좌를 지켰기 때문에(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재임 기간을 가진 왕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생존해 있기 때문에 물론 이 기록은 깨질 수도 있다.) 현재는 왕실을 대표하는 색깔 자체가 노란색이 된 것이었다. 어쨌건 전 국왕의 재임 기간에는 왕의 생일날 하루, 국민들이 노란색 옷을 입고 왕의 생일을 축하했다. 그리고 현 국왕인 와치랄롱꼰 국왕은 앞으로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에는 자신의 생일이 있는 7월 한 달간 온 국민이 노란색 옷을 입기를 원한다고 했다(혹은 왕이 직접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럼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인가?). 군주제의 나라니까 하루 쯤 왕을 상징하는 색깔의 옷을 입고 왕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 달은 좀 길다. 그리고 슬픔과 그리움을 표현했던 검은 색과는 달리 왕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한 달 동안 노란색 옷을 입으라니, 말도 안 되는 통제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랴? 나는 여기 롬싹의 공립 고등학교에서 일하는 선생님이다. 공무원과 공립학교 선생님들은 반드시 그 룰을 따라야 한다고 한다. 거부할 수 없다면 즐기는 수밖에. 내 피부색은 흰 편이 아니고 어릴 적 나의 엄마는 나에게 유독 노란색 옷을 많이 입혔다. 피부가 하얀 언니에게는 분홍색, 민트색 등의 다양한 색깔의 옷이 주어졌다. 왜 나는 노란색 옷만 사주냐는 물음에 엄마는 노란색이 제일 잘 어울려서라고 대답했었다. 나의 엄마가 진실을 말했다면 나는 한 달간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의 옷만 입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만약 왕이 목요일에 태어났다면?’ 아, 그건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다. 한 달 내내 주황색 옷을 입어야만 했을 수도 있다. 이 상황 속에서 굳이 좋은 점을 찾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색 감수성이 예민한 태국 사람들

 

색깔이 코드가 된 김에 덧붙여 말하면 내 생각에 태국 사람들은 색깔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하고 용감하다. 색을 사용하는데 두려움이 없고 과감하다는 말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태국은 요일별로 색깔이 정해져있다. 이것은 인도 신화에서 유래한 점성술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각 요일을 관장하는 신이 있고 그 신이 상징하는 별이 있으며, 그 별의 색깔이 해당 요일의 상징 색이 되는 것이다. 월요일은 달의 신인 찬드라Chandra가 주관하기 때문에 노란색, 화요일은 화성의 신인 망갈라Mangala가 주관하기 때문에 분홍색, 수요일은 수성의 신인 부다Budha가 주관해서 초록색, 목요일은 목성의 신, 브리하스파티Brihaspati가 주관하여 주황색, 금요일은 금성의 신 수크라Shukra의 파란색, 토요일은 토성의 신 샤니Shani의 보라색, 그리고 일요일은 태양의 신 수리아Surya의 빨간색이다. 태국인 선생님들 중에는 외국어부, 혹은 수학, 과학부 이렇게 부서별로 아니면 맘이 맞는 친한 선생님들끼리 그룹을 만들어 요일에 따라 유니폼을 맞추어 입는 선생님들도 있다. 어떤 요일의 색이건 옷으로 소화하기 쉽지 않은데 선생님들은 핫 핑크 색의 유니폼도 척척 소화해낸다. 남자 선생님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남자 선생님들이 예외를 거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색깔에 대해선 적어도 남자, 여자에 따른 구분은 없어 보인다. 옷뿐만이 아니라 태국에선 어디에나 색이 넘쳐난다. 우리 학교만하더라도 건물을 초록, 연두, 분홍 등의 다양한 색깔로 칠했다. 건물의 이름이나 붙여진 번호를 미처 알지 못했을 때 나는 씨 촘푸 빌딩, 씨 키야오 빌딩 등으로 건물의 색깔에 따라 이름을 붙여 부르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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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부 선생님들은 핫 핑크색 유니폼을 맞춰 분홍색의 날인 화요일마다 입는다. 태국의 공식 교사인 경우 월요일에는 베이지 색의 유니폼을 입는데 어떤 선생님들은 월요일의 색인 노란색 옷을 입기도 한다. 그래서 태국 사람들에게 노란색 옷은 그렇게 어려운 옷은 아닌 것이다.  Buppachart Nampa

 

건물의 외장이야 뭐 큰 맘 먹고 밝은 색깔로 칠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언젠가 페차분의 한 사무실에서 테이블과 디테일한 인테리어까지 모두 다양한 톤의 핑크로 꾸며진 내부를 보고 몹시 놀란 적이 있다. 태국에서 핑크는 어디에서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조차 발견 되는 흔한 색이다. 방콕의 택시도 화려한 색깔을 뽐낸다. 핫 핑크 색 택시라니. 생각해보면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나라의 택시 색깔들도 꽤나 화려했다. 외출을 할 때 종종 나는 노란색과 주황색 택시는 타기 싫다고 고집을 부려 엄마를 곤란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환경 자체가 색깔에 대해 자유롭게 열려 있어서인지 아이들의 색깔에 대한 감각도 훌륭하다. 일종의 클럽 활동인 ‘춤놈’시간에 한국의 민화와 탈에 대한 수업을 한 적이 있었다. 설명을 들을 땐 당최 속을 알 수 없는 우중충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것과는 달리 실제로 민화와 탈 도안을 주고 꾸며보라고 했을 때 아이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아주 훌륭했다. 다양한 컬러를 망설임 없이 자유자재로 사용해 독특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한 두 명이 아니라 모두가 훌륭한 컬러리스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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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이 색칠을 해 꾸민 탈을 쓰고 즐거워하는 학생들. 특별히 미술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이 아니라 태국 학생들은 모두 색에 매우 용감하고 창조적인 색깔 배합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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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놈 시간에 학생들이 만든 탈로 한국어 교실 게시판을 꾸미는 중이다. 놀라운 색감이다.

 

어쨌든 7월 한 달간은 노란색 옷을 입어야 한다. 예외는 허용되지 않는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다음 달은 와치랄롱꼰 국왕의 어머니인 국모의 생일이 있고 거의 한 달(하루면 하루, 한 달이면 한 달이지 거의 한 달이 뭘 의미하는지는 다음 달이 되어 봐야 알 수 있다.) 동안 파란색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태국 사람들에게 있어서 색깔은 작든 크든 무언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자신들에게 맞는 색깔 처방으로 건강도 재물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어떤 경우엔 매우 소심하게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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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흔하게 만나는 다양한 색깔들, 태국은 색의 나라라고 불리기도 한다.

 

 

치앙라이 멧돼지 축구 클럽 소년들의 귀환을 축하하며_

기본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느낄 때

 

국왕의 생일을 축하하고 기쁨을 나누기 위해 태국에서 노란색 옷을 입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세월호를 떠올렸다. 학교 안에서 마주치는 선생님들은 물론 태국 TV에 나오는 앵커들, 출연진 모두 ‘노란색’을 코드로, 최소한 넥타이라도 노란색으로 매고 교복이나 유니폼을 입는 사람들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가능하면 노란색 옷을 입는다. 넘치는 노란 색깔의 물결은 4년 전 슬픔과 미안함,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은 노란색 리본을 상기시켰다. 알게 모르게 세월호 사건은 나에게 노란색과 연결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된 것이다. 우연하게도 노란색이 지천인 요즘 이곳 태국 치앙라이에서 유소년 축구팀 멤버인 소년 12명과 코치가 동굴에서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지금 그들은 모두 구조되었다. 그들의 실종 소식을 접하고 주변의 반응, 그리고 그들이 기적적으로 발견되었을 때, 마지막 최종 구조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다른 한국 사람들처럼 나도 많은 생각을 했다. 경우가 매우 다르고 모든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두 사건을 비교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 사건은 수많은 사람을 트라우마에 갇히게 한 비극이 되었고 한 사건은 많은 미담을 생산해내며 세상에 다시없을 행복한 결말을 이끌어내었다. 사건의 처음부터 결말까지 이제는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이니 굳이 내가 여기에 첨언할 것은 없어 보인다. 그저 우연히 현지에서 사건을 접했고 주변의 태국 사람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하고 대처하는지를 봤으니까 본 대로 느낀 점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해결될 때까지 나는 학교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뉴스를 보면서 생활했다. 이런 경우는 2년째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다(사무실의 텔레비전은 오직 한 달에 두 번 로또 추첨 일에만 켜졌었다^^). 그만큼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그 사건에 쏠려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놀라웠던 건 모든, 정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들이 살아 있다고 믿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살아 있다고 믿는 건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있다고 믿을 때, 살려야 한다는 목적이 더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려야 한다면 그 순간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생명’ 그 자체라는 것이다. 알려졌다시피 그들은 대부분 힘없고 가난한 아이들이었고 심지어 몇몇은 난민들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태국 사람들에게 모든 ‘생명’은 불가침의 소중한 권리이다. 집안에 들어온 곤충도 절대 함부로 죽이지 않는 그들에게 인간의 생명이란 말할 것도 없이 중한 그 무엇인 것이다. 텔레비전을 보면서(태국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고 봤을 때) 저 엄청난 규모의 장비와 사람들에 대한 비용을 도대체 누가 지불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세월호 사건 때 그 지긋지긋한 ‘돈’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였다. 여러 선생님들에게 물었지만 아무도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모두들 그런 질문을 하는 내가 더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직도 나는 이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을 듣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무 대가를 받지 않고 일했다는 답은 들었다.

아이들을 처음 발견한 두 명의 영국인 다이버들은 전에 그 동굴을 탐험한 경험이 있는 또 한 명의 베테랑 다이버로부터 동굴의 자세한 상황과 지리적 특징에 대해 전달받고 바로 태국의 한 기관으로 전화를 했고, 태국의 항공사가 그들의 티켓을 지원했다. 그들은 신속하게 결정하고 바로 움직였다. 태국 해군의 활약 역시 이 사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태국인 선생님들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군대이니 당연히 국민들의 생명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전시 상황이 아니어도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군인들의 활약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태국 해군은 협업에 매우 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도움을 받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도움을 주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 동굴의 물을 빼 수위를 낮추기 위해 동원된 장비들은 모두 민간인들의 지원으로 이루어졌고 그들은 하나같이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솔직히 이번 사건을 보면서 나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 어쩌면 치앙라이 멧돼지 소년들 사건만큼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사건은 거짓말로 시작해 온갖 의심이 뒤얽히면서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도 모를 만큼 왜곡되어 있는 반면 여기 소년들의 극적 구조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생명’만 생각한 매우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서 누구는 옳고 누구는 그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4년 전 그 사건에 대한 아쉬움은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 모든 일들은 우리가 너무 개발된(?)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 개발이라는 것이 불균형하게 이루어져서 기본적인 윤리, 도덕, 철학은 없고 돈과 권력만이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그것이 모든 비극의 시작일 뿐이다.

 

 

어울리는 불협화음_그게 말이 되나?

 

7월은 어떤 의미에선 ‘통제’로 시작되었다. 태국은 그런 나라이다. 아직 ‘통제’가 가능한 나라인 것이다. 아니, ‘통제’를 ‘제안’하는 나라쯤으로 하는 게 맞겠다. 왜냐하면 노란 옷을 입지 않는다고 잡혀가거나 고문을 당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끝으로 치앙라이 소년들이 동굴에서 살아 있다는 게 알려졌을 때 우리 학교에서 있었던 이벤트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이번 글을 마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건 나의 관점에서 볼 때 그 사건의 본질에서 매우 빗나간 아주 이상한 방향으로 사건을 해석하고 학생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려고 한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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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생존 사실이 확인되고 학교에서는 방송으로 이미 난민이라고 대대적으로 소개된 아둘 삼온의 영어 실력에 집중하면서 조회 시간에 그 열두 명의 멧돼지 클럽 소년들의 사건을 간단한 스킷으로 만들어 공연을 했다. 두 명의 원어민 영어 선생님들에게는 다이버 역할을 부탁했으며 외국어부 부장 선생님까지 등장한 그 이벤트는 영어 공부가 학생들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강조했다. 아직 학생들이 구조된 것이 아닌 생존만 확인된 상태에서 그런 스킷을 만들고 약간은 사건 자체를 희화화해 보여준 이벤트는 나와 같은 외국인 선생님들에게는 조금은 불편한 그리고 사건의 본질과는 많이 다른 어이없는 것이었다.

 

태국은 이런 나라다. 한 달 동안 한 가지 색의 옷을 입으라는 어이없는 통제도 있고 실종된 아이들이 발견되자마자 ‘영어 교육'이 아이들의 인생의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들이 나오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외국인들조차 ‘음 그래도 아직 살만한 곳이군.’ 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데 그건 아마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그들의 삶의 태도 때문인 듯하다. 이렇게 이 나라는 기대 이상의 긍정적인 부분과 상대적으로 또 많이 이상한 일들이 혼재하는 불협화음의 나라이다. 음악에서 불협화음은 잘 다루어 질 때 그 어떤 협화음보다 아름다운 감동을 주는 요소로 알려져 있다. 아직 많이 개발되지 않아 부족함이 있지만 아직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어쩌면 보다 균형적으로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나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행자의 학교  낯선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 본 낯선 나라 태국의 교육 시스템. 우리나라와는 다른 해외의 교육 현장과 문화를 바라보며 평생학습계와 학습관이 배워야할 것과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진계영


 

진계영
생물학과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오래 전에 '가나아트'와 '월간 디자인'의 기자로 일했다. 한 때 디자인 중심 갤러리 '얼스프로젝트'의 대표를 지냈고 베트남의 사이공에서 'B & B 프로젝트'라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레지던시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나이 들어 얼떨결에 시작한 한국어교육 공부로 ‘한국어교원’ 이라는 생애 최초의 자격증을 갖게 됐고 덕분에 여기저기에서 가르치며 또한 배우는 새롭고 재미난 경험을 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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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숙 2018.07.18 11:26
    노란색을 한 달 간이나요? 노란색 안 받는 사람 돌겠... 시끄럽고 걸을 데 없는 방콕 길바닥에서 맨날 욕하는데 이번 멧돼지들 구하는 거 보고 눈물났어요. 날들의 색깔을 상상하며 하루하루 뜨거운 나라를 걸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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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mie 2018.07.18 19:47
    뜨거울 땐 집에서 쉬고 서늘할 때 걸으세요. 방콕이 싫어질 땐 롬싹으로 오세요. 조용해서 지겨워질 때까지 계셔도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