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학습모임 1.

더 일상적이고 다양한 학습장면

이슈 l Writer_편집부 upload_관리자 posted_Jul 31, 2018

 

우리에게 학습모임이 필요한 이유

 

사람들에게 학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개인적인 것, 시작과 끝이 있는 것, 다른 활동과는 명확히 구분되는 것, 누군가에게서 의도적으로 가르침을 받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 대체로 이런 대답이 나온다고 한다. 이런 생각 덕에 우리는 학습을 하기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그 안에 모여서 수업을 받거나 어떤 활동을 하게 된다. 우리 주변의 많은 평생학습관들도 그런 생각을 기초로 꾸려졌으리라.

하지만 이러한 학습은 마치 화산 폭발처럼 지각 내 지속적인 운동, 즉 지속적이고 암묵적인 경험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표출되는 결과에 불과하다. 사실 중요한 것은 이 지속적이고 암묵적인 경험의 과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교실이 아니어도 종종 학습이 일어났다는 것을 의식하게 될 때가 있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것에서 벗어나게 되었을 때, 도전에 봉착했을 때 혹은 새로운 일이나 공동체를 접하게 되었을 때 학습이 일어났다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혹은 한참 뒤에서야 그것을 깨닫는다. 쓸데없는 일로 치부 당했던 덕질에서 어떤 성장의 반짝임을 얻기도 하고,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학습은 우리의 일상적 삶의 과정에 통합된 한 부분이다. 학습이라 여기지 못했을 수많은 즐겁거나 고통스러운 경험, 결국 삶이 곧 학습이다. 1) Etienne Wenger, 실천공동체(학지사) p26

 

학습관에서 강좌보다 자기주도적 학습이나 학습모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가급적 일상적인 학습환경을 마련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가진 학습력을 스스로 깨닫고 발휘하게 하려는 것이다. 학력과 어떤 인증을 거쳐 자격을 획득한 전문가를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리고 비슷한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확보할 수 있는 것임을 알게 하려는 것이다. 학습관의 대표적인 학습모임의 사례를 통해서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지난봄부터 학습관은 연구원들이 자신이 조직하고 꾸려가는 학습모임에 대해 노하우를 공유하고 어려움을 토로하며 의미와 가능성, 대안을 찾아가는 워크숍을 수차례 진행해왔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호에서는 학습모임의 주요 현황을, 다음호에서는 핵심 장치들과 핵심 문제들을 다뤄보고자 한다.

 

 

시민인문학교의 공부모임, 자기 질문을 나누는 공간

 

인문학 분야에서는 ‘공부모임’과 ‘시민기획단’이 있다. 인문학 강좌 수강자의 다수는 뛰어난 전문가(강사)를 갈망한다. 하지만 강좌가 지속될수록 배운 것에 대해 말하고 토론하고 그것에 대한 공부를 이어가고 싶은 욕구도 강화된다. 그래서 생긴 것이 ‘공부모임’이다. 강의를 들은 후 휘발되고 마는 지식을 붙들 수 있고, 혼자서는 읽지 않는 책을 읽게 된다. 책을 읽을 때도 발제를 하거나 토론을 하기 위해 평소 혼자 읽는 것보다 훨씬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다. 무엇보다 인문학공부의 시작은 개인적인 체험에서 비롯되지만 학습이 시작되면서 자신의 질문을 소통할 수 있을 만한 공간을 원하게 되는데, 그것이 공부모임이 조직되는 이유이다.

이 모임에서는 자신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지원해줄 수 있는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고, 자신과 비슷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함께하므로 유용한 학습정보를 얻을 수 있고, 질문을 나누게 된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동네 친구도 생긴다. 공부모임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고, 다른 수강생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몸에 기억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삶의 문제를 깨닫고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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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항아리 안다미로(상좌), 인문학독서모임 들길(상우)

시집통째로읽기의 모임(하좌)과 동네북Book소리(하우)  ⓒ시민인문학교

 

그동안 공부모임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생성되었다. 기존에 있던 모임이 학습관으로 들어온 경우도 있고, 길잡이가 있는 읽기모임을 의도적으로 육성한 시기도 있었다. 지금은 주로 인문학 강좌의 후속모임으로 만들어진다. 단발성 강좌는 한번이라 아쉬워서, 장기강좌는 한두 달 이상 형성된 클래스의 분위기와 참가자들의 학습욕구를 이어가려는 이유로 후속모임이 형성된다. 강좌 후반 종강이 되기 전에 담당자가 후속모임의 수요를 파악하고 종강 이후 자리를 마련하는 식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부모임은 지금 18개가 운영 중이다. 2015년 7개에서 3년간 2.5배 정도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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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인문학교의 공부모임들 (2018. 7)

 

 

*모든 강좌가 끝나고 후속 모임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담당자의 판단으로 읽기모임이 생기면 좋을 주제의 강좌, 수강생이 많아서 읽기모임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강좌는 설문조사를 통해 읽기모임을 안내하고 수요를 확인한다. 강좌에서 질문을 많이 하거나 리더 소질이 보이는 사람에게 접근해 적극적으로 후속 활동을 제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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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획단 나침반의 기획회의(좌)와 북콘서트 사회(우)  ⓒ시민인문학교

 

그렇게 모임이 만들어진 이후엔 담당자가 모임에 함께 하여 분위기를 이끄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모임이 스스로 굴러가도록 거리를 두는 편이다. 다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임의 일지를 남기도록 하고, 각 모임의 단체톡방을 모니터링하면서 문제 상황(주로 갈등)이나 질문에만 반응하는 정도다. 전업주부나 다른 경험이 없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경우에는 좀 더 자주 모임을 들여다보기는 한다. 온라인상의 모임에 적을 두고 있거나 아니거나 사람들은 여기서 모든 모임들을 조망할 수 있고, 매년 모임이 다 같이 참여하는 네트워크파티-동네BOOK소리를 통해서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런 모임을 읽기모임이라 불렀는데 읽는 행위만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공부모임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어떤 읽기모임은 책을 읽어오지 않고 모임에서 낭독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영상을 보거나 탐방을 가는 경우도 있고 뒷풀이도 자유롭고 다양하다. 물론 아직까지는 읽기와 읽은 것을 놓고 토론하는 것이 공부모임의 핵심이다. 공부모임이 자리를 잡고 공부 경험이 쌓이면 모임에서 읽은 책의 저자를 초빙할 수 있게 지원하기도 한다. 어떤 모임에서는 책 한 권을 읽고 오탈자와 궁금한 사항을 정리해 저자에게 보내며 강의 의뢰를 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정례화된 것이 시민기획단이다. 읽고 토론하기를 넘어서 연구하고 기획하는 실천공동체이다. 시민기획단은 1년에 수차례의 북콘서트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거북이공방, 시민 운영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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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더하기 상상의 텃밭상자, 놀이도구 만들기 프로젝트(상)와 둥지공방 대나무캠프(하)  ⓒ거북이공방

 

거북이공방에서도 강좌 후속모임인 활동모임이 구성되어 현재 5개의 모임이 활동하고 있다. 시민인문학교에 비하면 이제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모임수도 적고 규모도 작지만 공부모임과는 달리,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진화, 분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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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의 학습자모임이 조직된 배경에는 보다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공방을 관장하는 전문가, 목공 기술자의 부재때문이었다. 공방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지도교수와 같은 전문가가 있었고, 그에게 공간 구조부터 교육과정, 실제 교육에 이르는 모든 것을 기대는 구조였다. 그 한 명이 부득이 빠지게 되니 공방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위기가 큰 기회이자 전환점이 될 줄은 몰랐다. 한 명의 전문가를 다른 전문가로 대체하는 선택 대신, 공방에서 배운 시민들이 공방을 운영하는 다른 비전을 택했다. 그러자 시민이 스스로 활동하고 학습하는 모임은 공방의 필수 미션이 되었다. 제작활동의 특성상 혼자는 어렵고, 적어도 셋은 모여야 무엇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모임이라는 형태는 아주 자연스러웠다. 무엇보다 제작활동 영역은 강좌가 끝나고 나면 배운 것을 써먹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욕구가 차오른다는 점에서 모임의 형성을 더 부채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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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플러그드우드카빙의 깎기대 만들기(상좌)와 달력제작 프로젝트(상우),

화요거북이의 텃밭상자 만들기 프로젝트(하)  ⓒ거북이공방

 

하지만 말처럼 간단치만은 않다. 공방에서는 강좌에서 바로 활동모임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라는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프로젝트에서는 참가자가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만들지, 언제까지 만들지 등을 스스로 기획해야 한다. 그래서 학습자들은 처음엔 저항하고 이탈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담당자는 때로는 매우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애초의 취지가 무색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 단계를 겪고 나면 활동모임으로의 유입이 수월해진다. 한번 해보니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래서 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활동모임은 가이드도 담당자도 없는 가운데 모임 구성원들끼리 실험해보는 과정이다. 모임에서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기도 하고, 공방이나 공적으로 소용되는 것을 만들기도 하면서 자신의 목공기술을 익혀간다. 오픈데이는 공방을 열어놓고 누구든 와서 사용할 수 있는 날인데, 활동모임의 구성원들이 다른 모임원들을 만나기도 하고, 처음 오는 분들에게 기술을 알려주거나, 혹은 그들 중 좋은 기술을 가진 분들에게 배우기도 한다. 자체 워크숍은 상시로 자체 진행한다. 활동모임과, 분화된 몇 가지 장치들 속에서 학습자는 수동적인 학습자에서 작업자로, 선배작업자로, 가이드로 가파르게 성장해나가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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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공방 활동모임의 단계들(2018. 7)

 

 

 

더느린삶의 즐겁고 재미난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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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를 사랑하는 동아리 활동(상)과 더느린시장 운영진 회의(하)  ⓒ더느린삶

 

더느린삶 강좌는 도시에서 다른 삶의 가능성, 생태적인 삶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배운 것을 실제 생활에 적용해보고 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데 막상 혼자 해보려면 쉽지 않고 동기도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각자 배운 것을 혼자 해보고 한두 명씩 공동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보기 시작했고 질의응답이 오고갔다. 온라인상에 후속모임인 동아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한 강좌의 후속모임으로 시작하였다가 성격이 비슷한 몇 개의 강좌의 연합 후속모임으로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다.

더느린삶에서는 동일한 강좌가 수년째 기수를 달리하여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멤버가 지속적으로 확충된다. 그것이 여러 개의 동아리를 만드는 대신 하나를 크게, 통합하여 유지하는 비결일 것이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동아리의 참여도는 들쭉날쭉하지만 이 온라인 공간과 월 1회의 정기모임이 중심이 되어 사람들이 들락날락 하면서 명맥을 유지한다. 담당자도 멤버의 한 명으로 참여하면서 활동계획에 아이디어를 보태거나 하고 싶은 것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기면 가능한 범위에서 지원을 한다. 담당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러서 어떤 글과 사진이 올라왔는지 살펴보고 댓글을 달면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20분씩 시간을 할애한다.

 

더느린삶 동아리의 핵심은 서로가 해본 것을 자랑하고 실패나 실수를 고백하는 일이다. 그과정에서 분명히 막걸리 빚는 기술, 식초 담그는 노하우가 늘기도 하겠지만 각자의 활동들이 소개되고 교차하면서 생성되는 재미야말로 이 모임의 정체성이 되었다. 이 재미를 유지시키면서 함께 학습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학습을 지속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나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누가 하고 있다, 같이 할 사람이 있다, 그렇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느끼고 함께 뭔가를 도모할 장치로 더느린시장이 시작되었다.

더느린삶 부문에서는 도시양봉 강좌 후속의 양봉 동아리도 있다. 도시에서 양봉장 확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수강자들의 동아리에 대한 필요가 어느 경우보다 확실했다. 학습관의 양봉 수요가 증가 추세가 되면서 의무를 강화하면서 인원은 소규모로 가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인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양봉장을 확보할 수 있다면 학습관이 아니더라도 어디든 동아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느슨한 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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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하는 도시양봉가 활동  ⓒ더느린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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