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규샘의 미술수업]

전시에서 벌어진 예기치 않은 사건

칼럼 l Writer_김인규 upload_관리자 posted_Jul 02, 2018

 

학교 복도 갤러리에 전시하는 과제였다. ‘평면에서 공간으로’라는 주제가 주어졌는데 여기에 나온 재혁군의 작품은 돈이라는 민감한 재료를 사용하여 예기치 않은 사건을 불러일으켰다.

학생은 자본주의의 비인간적인 비열함을 고발하고자 했다는데 애초 학생은 천 원짜리를 사용하였다. 나는 천 원은 좀 약하니까 만 원짜리가 어떻겠냐고 했더니 그러면 누가 가져갈까봐 천 원을 두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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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의 전시 작품이 예기치 못한 사건의 시작이었다.  ©재혁군

 

선생님이 만 원을 투자하겠다고 하자 주위의 학생들은 다들 그거 분명히 없어진다고 떠들었다.

나는 친구들을 믿어보자고 하며 만 원으로 교체하여 놓았는데 불과 3~4시간이 지나지 않아 정말 돈을 쏙 빼간 것이다. 학생들은 잡아내야 한다고 거품 물고 이야기했다.

나는 교내방송을 하였다.

작품의 의도를 설명하고 돈을 가져간 학생은 원래되로 돌려놓아주길 바란다고 ...

간절히 부탁하였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도 돈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만 원을 투자하고 교내방송을 했다.

안타깝게 돈은 돌아오지 않았고, 미술 샘이 다시 투자했으니, 이번에는 작품을 부디 지켜달라고...

그렇게 가슴 두근거리며 하루가 지났는데 정말 돈이 사라지지 않았다. 또 없어지면 정말 낭패일 것 같았다. 그 다음에는 어찌하기 어려워질테니 말이다. 학생들은 그것보라고, 친구들을 믿어서는 안된다고 떠들테고, 그것을 확인하기만 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없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렇게 일주일을 버텨냈다. 전교생이 기숙하는 학교에서 쉽지 않은 일이 벌어진 셈이다. 도난사고는 늘 골치거리인 상황이었다.

이제 돈이 아닌 전시작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정착된 것 같았다. 전시가 끝나고, 작품을 철수하는데 돈을 그대로 회수하기 좀 그랬다. 그래도 이를 지켜준 학생들에게 무언가 의미를 부여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이벤트를 벌이기로 했다.

물론 활동은 재혁군과 함께 협의하고 재혁군이 손수 수행하는 방식을 따랐다. 재혁군에게 본격적인 예술을 경험해보자고 제안하였다.

 

“우리가 지난 일주일 동안 지켜낸 이 ‘돈’. 이제 어떻게 할까요? 의견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여주세요.”

 

라는 글귀와 함께 돈을 봉투에 담아 다시 전시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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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의견으로 가득찬 벽면   ©김인규

 

 

불과 하룻밤 사이에 무수한 의견이 올라왔다.

이에 작가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고 재혁군에게 물었더니 청소 할머니께 선물을 드리자는 의견을 선택했다. 함께 시장에 나가서 선물을 샀다. 양말세트, 덧양말, 고무장갑을 선물로 증정했다. 취지를 설명하니 할머니는 좋아하셨고 해피엔딩 드라마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이벤트를 벌였다. 선물을 증정하는 모습의 사진과 함께,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을 다시 전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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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할머니께 선물을 드렸던 과정을 전시했다.   ©김인규

 

 

예기치 않은 과제로 배우는 수업에서 벌어진 예기치 않은 사건.

2만 원을 투자하여 2주 간의 긴장감 넘치는 사건이 전개되었다.

 

이제 나는 다시 사라진 만 원에 대해 생각한다.

사라진 만 원...

그걸 가져간 녀석과 함께 진짜 자본주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인규샘의 미술수업 164호' 는 지난 2014년 충남디자인예술고등학교 디자인과 2학년에서 있었던 일을 정리했습니다.

 


인규쌤의 미술 수업 김인규는 미술교사였고 학교와 교실을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미술작가이다. 30여 년을 매달려 온 그의 작품 '교실'은 아이들과 교사가 이루는 뻔한 세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가 목격하고 만들어 온 교실과 교육 이야기는 학습기획의 본질과 핵심으로 우리를 안내해 줄 것이다.


 

김인규
前 서천고등학교 미술교사. 30년 가까이 미술교사를 하고 살았다. 미술교육을 하면서도 예술가와 교사의 정체성 사이에서 그리고 학교가 어떤 곳인지, 교육이 무엇인지, 교사와 학생은 누구이고 어떤 관계인지 고민해 왔다. 저서로는 『안면도가 우리 학교야』(디딤돌,2005), 역서로는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 지형그리기』(문화과학사,2010), 『장소 특정적 미술』(현실문화,2013)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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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란영 2018.07.05 22:15
    정말 멋진 전시였네요 미술수업을 우리의 삶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수있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