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공지능과 인식론 - 1

인공지능 시대와 인간의 몸

이슈 l Writer_설동준 upload_관리자 posted_Jul 02, 2018

 

구글(Google)은 2018년 5월 8일 연례 개발자대회에서 전화를 통한 실세계의 과업 수행을 지원하는 인공지능인 구글 듀플렉스(Google Duplex)를 공개하였다. 실제 인간과 대화하면서 미용실과 식당을 예약 하는 구글 듀플렉스의 시연 장면은 인간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이로 인해 기술의 발달에 대한 찬사와 동시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그리고 인간과 구별될 수 있도록, 즉 조금 덜 인간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논란도 함께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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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듀플렉스 시연 장면  <출처: 구글>

 

 

개나 고양이가 아닌, 사람처럼 일을 하는 인공적인 지능체를 만들기 위한 시도와 그 결과가 사람과 너무 비슷해 오히려 비난은 받은 구글 듀플렉스의 시연 소동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왜 어떤 일자리는 기계 대체가 어려운가?

 

2016년 다보스 포럼 이후 다양한 연구 기관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중심으로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연구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유·초등 교사처럼 공감 역량을 중심으로 하는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평가받았고, 회계 등의 분석 역량을 중심으로 하는 일자리는 기계 대체의 상위 순위로 꼽혔다. 일견 당연한 결과로 보이는 이런 평가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이유가 교육 분야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인간 인지(cognition)의 특징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과 다른 특징을 보이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신체성이다. 인공신경망 방식의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 두뇌의 뉴런 구조에 착안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두뇌’를 모사한 것이지 ‘인간’을 모사한 것은 아니다. 인간은 두뇌를 포함한 전(全) 신체를 통해 사고한다.

 

인간 인지(cognition)에 대한 연구 초창기에는 인간의 사고가 논리적 규칙이라고 생각했었다. 즉, “뇌=컴퓨터”라는 전제로 인간의 마음과 사고를 분석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 규칙만으로는 미로찾기 같은 단순한 문제 외 실제 인간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해명할 수 없었다. 그 이후 신경생물학의 발달에 힘입어 뇌의 복잡한 구조를 일부나마 이해하게 되면서 인간의 사고가 논리적 규칙의 모음이 아닌 뇌 신경망의 복합체를 토대로 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인간의 사고가 논리 규칙에서 뇌라는 생물학적 기반으로 옮겨간 것이다. 그런데 1980년대를 전후로 다시금 의문이 제기되었다.

 

1. 인간이 사고한다는 것은 자기 외부의 대상과 상호작용한다는 것이다.

2. 인간이 자기 외부와 상호작용하는 매개체는 1차적으로 자신의 신체이다.

3. 그렇다면 신체 없는 ‘뇌’만으로 인간의 사고에 대해 해명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을 중심으로 인간의 인지에 대해 새롭게 해명하기 시작한 흐름을 ‘체화된 인지 이론(embodied cognitive theory)’ 혹은 ‘체화주의’라고 한다. 세부적으로는 다양한 갈래가 있지만 인간의 인지가 ‘신체’를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는 한 입장을 보여준다.

 

인간이 신체를 통해 사고한다는 것은 인간과 같은 신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인공지능의 사고는 인간과 결코 동일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사람들 각자도 타인과 구별되는 고유한 신체를 가지고 있지만, 종으로서의 인간 신체와 기계 신체는 확연하게 다르다. 그렇다면 신체성의 차이가 만드는 구체적인 결과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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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공감하는가?

 

사람은 신체를 통해 외부 환경에 대한 실시간의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러한 정보들은 뇌의 체성감각영역(somatosensory area)이라는 곳으로 전달되고, 여기에서는 신체의 총체적 상태에 대한 진단이 이뤄진다. 즉, 신체 상태 지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뇌가 때때로 실시간의 신체 상태 지도가 아닌 기존에 저장된 다른 시점의 지도를 불러와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가 저무는 시간에 산에서 조난당한 사람은 피부가 긁히고 발목이 삐어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얼른 산에서 벗어나려고 달음질친다. 고통은 안전한 공간에 도착한 다음에야 시작된다. 그 이유는 뇌의 체성감각영역에서 기존에 아무 일 없던 시점의 신체 상태 지도를 활성화해 착각을 일으키고 운동 능력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은 단순히 생존에만 유리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실제로 당하지 않은 사고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 것도 신체 상태 지도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전쟁의 참상 속에 있는 사람들을 볼 때, 우리는 비록 동일한 상황을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고통의 순간에 대한 신체 감각을 소환한다. 만약 동일한 상황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바로 그 경험에서 얻은 신체 감각 지도를 소환할 것이다. 그리고 이 신체 감각 지도가 만드는 정서를 통해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신체에 차곡차곡 쌓인 다양한 경험적 감각의 자원이 없다면 과연 타인의 고통에 대해 유사하게나마 공감하고 연대하는 것이 가능할까?

 

앞서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전망 중에서 공감 능력에 기반한 직업들은 그나마 안전지대라는 것을 보았다. 그 이유는 바로 그러한 공감 능력이 신체라는 인간의 고유성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이성적 판단과 감정

 

신체의 감각은 정서적 공감 외에도 인간의 사고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신경생물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감정에 대한 인지 기능에 이상이 생긴 환자들을 연구하면서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다. 다마지오의 환자들은 분명히 논리적 사고 영역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에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의사결정조차 내리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인간이 마주하는 수많은 정보 중 판단에 유의미한 정보를 1차적으로 걸러내는 필터를 감정이 담당하기 때문이었다. 즉, 감정은 무의식적으로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주고, 사고 능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정보 안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감정 기능에 이상이 생긴 환자들은 비록 수학 문제는 풀 수 있을지언정 실세계의 단순한 상황, 하지만 사실은 숱한 정보가 얽혀있는 상황 앞에서 무력해지는 것이다.

 

 

기계에 의한 인간 대체의 본질

 

신체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 인간 지능이 인공지능과 다른 고유성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기계에 의해 대체될 위기에 놓인 직업들의 본질 또한 이해할 수 있다. 회계와 같이 신체와 무관할수록, 논리와 규칙으로 체계를 구축한 영역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위기의 한 가운데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업은 인간의 고유성을 가급적 배재하고, 객관적, 표준적, 규범적 판단을 핵심으로 발달해왔기 때문이다.

 

과학적 관리론으로 불리는 테일러리즘(Taylorism. 20세기 초부터 주목받은 과업수행의 분석과 혼합에 대한 관리이론)은 단순히 생산 공장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20세기 전문직의 발달 과정 및 교육 체계의 변화를 돌아보면, 지식사회라고 불리는 영역도 과학적 관리론의 영향 하에서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표준화하고, 객관화하는 절차를 밟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종의 지식 테일러리즘인데, 이것은 마치 인공지능에게 먹기 좋은 밥상을 차려놓은 것과 마찬가지다.

 

이미 기계적이었던 활동들이 실제 기계로 대체되는 것이 이상한 일일까? 지금의 일자리 위기, 교육의 위기가 단순히 기술 발달의 결과일까? 오히려 인간의 속성을 최대한 기계화하고 효율성의 극대화를 추구한 결과가 인지적 기술 시스템과 만나면서 부메랑이 된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시대는 오히려 산업사회가 보지 못한 인간의 고유성이 무엇인지, 기계와의 차이를 토대로 인간이 기계와 공존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성찰하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시기를 막연한 두려움이나 근거 없는 낙관주의로 넘겨버린다면 정말로 다음 시대의 인간은 없을 지도 모른다.

 

 

 

 

 

설동준
문화예술 기획자 겸 교육공학도. 신앙, 윤리, 교육, 예술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최근에는 스타트업의 조직문화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민간 예술단체 및 스타트업을 위한 일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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